▲이효준 장로.
(Photo : ) ▲이효준 장로.

뜨거웠던 지난 여름, 폭염의 포탄을 맞고 세상 모든 생물들이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벌써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삼라만상이 누렇게 혹은 불그스름하게 변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의 나뭇잎들은 길고 긴 더위에 지쳤는지, 빠른 속도로 단풍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했던 자연과 지금 현대의 자연은 너무나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때는 4계절이 뚜렷했고, 삼한사온이 정확히 찾아왔었는데, 지금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봄이 짧아지고 무더운 여름이 길어졌으며, 오색으로 수놓은 가을은 짧아지고 찬바람에 몸서리치는 겨울의 터널이 더 길어지는 현 시대입니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세월 같은데, 벌써 지구는 병들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아직도 깨닫지 못한 채, 욕심에 찬 이기심으로 창조의 신비를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운 낙원을 선물로 주셨건만, 그 낙원을 지키는데 소홀했던 아담과 하와의 죄 때문에 세상은 인간을 비롯하여 자연까지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속성에는 교만에 찬 탐심과 이기심이 있어, 하나님의 신실하신 뜻을 외면합니다. 자신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도 죄와 함께 음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성도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과 부를 축적하며, 온갖 명예와 권세로 선량한 믿음의 성도들을 내 쫓는 지도자를 바라봅니다. 생명을 살리시는 주님의 뜻을 잊어버리고, 성도들의 영혼을 갉아 먹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노라면, 주님의 마음은 어떠하실까요.

어느 교회는 몇몇 성도들이 자기들이 추구하는 죄악과 욕심의 뜻에 따라주지 않는다며, 그들의 교회 출입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죄 없는 성도들을 면직·출교시키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벌써 그러한 분쟁 때문에 400-500명의 성도들이 떠나갔는데, 이제 와서 총동원 전도주일을 지킨다고 합니다. 참으로 희한한 교회가 아닐런지요.

교회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집입니다. 마치 교회가 자신들의 소유물인 것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들을 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요, 오직 인간의 방법, 자신들의 뜻에 놀아나는 방법인 것입니다.

주위에서는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을 합니다. 안 그래도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세상에 지탄을 받고 있는 터인데, 교회가 또 이런 모습을 세상에 보이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교회 사정이 이러한데, 총동원 전도주일을 선포하면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하고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누차 말씀을 보고 들었건만, 실천하는 일에는 참으로 미약합니다. 한 생명이 천하 보다 귀하다고 때를 따라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이 없고, 함께 예배드리는 성도들 간에도 사랑 없이 냉랭하면서, 무슨 세상을 향해 복음을 외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세상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내 안에 거짓의 모순 덩어리와 이별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 왔던 낡은 사고방식과, 시대를 따라 순응치 못하는 나 자신을 끊어내고, 미래지향적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면서 복음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 해서 무조건 과거를 끊어내라는 것은 아닙니다. 교만에 찬 고집과 아집, 낡고 병든 사고방식을 끊어내라는 것입니다. 맨 처음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의 낙원을 선물해 주셨을 때처럼, 샘솟는 믿음과 신앙을 오늘까지 이어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마지막 머물 고향인 하나님의 동산에 이르기까지, 아름답고 보배로운 믿음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맨 처음 낙원의 생활에서 변질되지 않고 하나님의 진실하신 사랑 안에 함께 거하였더라면, 현재 우리의 모습들은 어떠했을까요, 추측과 상상으로 그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최초에 하나님께서 세상을 손수 창조하실 때,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아무 죄 없는 동물들과 자연, 생태계까지 고단하게 파괴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점점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아름다운 신비 속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퍼져 나오는 향기를 맡으며, 울리는 산새소리와 가을 단풍잎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의 의미를 깨닫고, 나의 신앙의 본질, 인생의 참된 의미를 살펴보는 귀한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우리의 삶은 참으로 의로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에, 자연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입니다. 나사렛에서 요셉과 마리아로부터 성령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30년 동안 보신 것들 중, 바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의 신비를 가장 먼저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거기서 복음의 열매가 서서히 무르익어갔다는 사실을 우리 신앙인들은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으로 오셨던 예수님은 가장 참된 사람이셨습니다. 그 분의 신실하고 거룩하신 맑은 눈을 우리에게도 주셨기에, 우리 신앙인들은 쓸데없는 교만과 고집, 그리고 낡은 사고방식의 눈 대신 주님의 선하신 눈을 기억하면서, 교회와 이 세상에 소금과 빛의 역할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아름다운 신앙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익어가는 가을의 신비 속에 내 안에 모든 쓰레기 같은 것들을 비워내고, 참된 그리스도의 진리만을 가득 채우는 성숙된 모든 신앙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효준 은퇴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