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역네트워크
▲김철원 청년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 청년들이 이 시대 청년들의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소개했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기독교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청년들에게 버림받은 한국교회에 대한 제언을 중심으로'.

바람길교회(담임 김동영 목사) 김제우(서울대)·김철원(고려대) 청년은 지난 9월 29일 서울 양재동 카페 생각의정원에서 열린 청년사역네트워크의 교회 청년 공동체 '다시 세움'을 위한 제언 포럼에서 이를 발표했다. 김철원 청년이 설문 조사를 발표하고, 김제우 청년이 결론과 제언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조사자들은 '기독교의 이미지가 참 나쁘다!'는 인식을 단순하게 전제하기 전에, 청년층 사이에서 어떤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지 설문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탐색해보고자 했다"며 "그리고 한국교회가 어떤 부분에서 청년층의 인식과 괴리를 가지고,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돼야 하는지 지적하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조사자들은 총 191명의 청년들에게 직접 설문을 진행했으며, 응답한 이들 중 비기독 청년들은 120명, 기독 청년들은 71명이었다. 총 11개의 질문 중 1-3번 문항에서는 한국 주요 종교와 지도자들에 대한 이미지를, 4-8번 문항에서는 한국교회가 현재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9-11번 문항에서는 교회와 교인, 전도 활동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각각 살폈다.

◈기독 청년들도 목사에 대한 이미지 '부정적'

먼저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한국 3대 종교들의 배타성 정도를 질문한 결과, 기독 청년들의 경우 기독교의 배타성에 대해 34%가 '매우 높음', 45%가 '높음'이라고 답하는 등 약 80%가 배타성이 높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불교와 천주교의 배타성에 대해서는 '낮음' 또는 '매우 낮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62%와 50%였다.

비기독 청년들은 기독교의 배타성에 대해 '매우 높음' 2%, '높음' 48%로 응답했고, '매우 낮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불교와 천주교의 배타성에 대해서는 60%와 53%가 '낮음' 또는 '매우 낮음'이라고 응답했다.

종교 지도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기독 청년들의 경우 목사에 대해서는 49%가 '부정적', 7%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승려와 신부에 대해서는 각각 65%와 62%가 '긍정적' 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다.

비기독 청년들은 목사에 대해 57%가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 승려와 신부에 대해서는 각각 62%와 63% '긍정적',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목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이유로는 기독·비기독 청년들 모두 '재정 횡령', '성 관련 범죄' 등 비리와 부정부패 문제를 지적했다.

◈주초 문제, 그리고 동성애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들 중 술·담배 문제(4번)에 대해 기독 청년은 64%, 비기독 청년은 76%가 '수용 가능하다', '매우 수용 가능하다'고 표시, 양쪽 모두 비교적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단 '수용 가능하지 않다'와 '매우 수용 가능하지 않다'는 비기독 청년이 10%, 기독 청년이 29%였다.

그 이유로는 비기독 청년들의 경우 '술·담배 문제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답했으며, 기독 청년들은 '술을 안 하면 사회생활이 어렵다', '술·담배를 좋아한다' 등 단순한 이유부터 '크리스천의 선한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아서', '도덕적으로 그른 것 같아서'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자기 생각과 세상에서의 도덕을 성경보다 앞세워서 판단한 기독 청년들도 여럿 있었는데, 신앙의 성숙을 위한 기도와 말씀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며 "더 문제인 것은 성경에 근거해 술·담배는 허용될 수 없다/있다는 의견이 모두 나온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술과 담배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기독교 내의 교파와 교단마다 입장이 다르고 신학적인 견해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며 "이러한 논쟁과 고민을 기반으로 술·담배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성경에서 안 된다니까', '성경에서 별 말 안하니까'라고 말하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라고 전했다.

동성애자(성소수자) 문제(5번)에 대해서는 응답자 개인 입장과 응답자가 생각하는 기독교의 입장에 대해 물었다. 기독 청년들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지지' 10%, '거부' 49%, '중립' 45% 등이었으나,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지지' 1%, '거부' 85%, '중립' 14%였다. 비기독 청년들은 개인의 입장에서 '지지' 42%, '거부' 13%, '중립' 45%, 기독교의 입장에 대해서는 '지지' 3%, '거부' 76%, '중립' 14%였다.

청년들은 "기독 청년들은 비기독 청년들에 비해 성소수자 거부 비율이 약 4배 더 높았고, 지지 비율은 비기독청년이 기독청년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며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반대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는 하나님 주신 이성으로 자유롭게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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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관련 인식 설문 결과.

◈창조론과 진화론, 정교분리

창조-진화에 대한 입장(6번)에 대해서는 기독 청년들은 '창조론이 옳다' 65%, '진화론이 옳다' 11%, '잘 모르겠다' 21%, '기타' 3%였고, 비기독 청년들은 '창조론이 옳다' 4%, '진화론이 옳다' 67%, '잘 모르겠다' 21%, '기타' 8%였다.

청년들은 "이 문항도 이번 설문조사에서 성소수자 문제와 함께 기독 청년들과 비기독 청년들 간 응답 양상이 가장 나뉘는 부분으로, 기독 청년들은 창세기 1장 1절에 따라 창조론을 지지한 청년들이 많다고 간주된다"며 "그러나 단순히 인식 괴리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많은 한국교회들이 창조와 진화의 문제에 함구한다.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운 청년들이 교회에 와서 의문을 던지는 경우, 질문은 약한 믿음의 상징일 뿐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며 "창조론도 젊은지구론, 오랜지구론 등 다양한 층위로 이해될 수 있는데, 한국교회는 진지한 고민을 던지고 답을 찾기를 거부하고 있어 청년들로부터 '기독교는 비합리적이다'라는 누명 내지 오해를 당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정치활동에 대한 질문(정교분리, 7번)에는 기독·비기독 청년들 77%와 79%가 '적절하지 않다', '매우 적절하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두 부류 모두 45%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청년들은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 이후 기독교와 현실 권력의 관계는 항상 중요한 질문이었다. 정교분리가 헌법에 명시된 지금, 청년들이 현실 정치에 깊이 개입하는 교회들에 의문을 품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정치와 교회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덮어두고 찍으라는 태도도, 무식한 운동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조금 뒤로 미루고, 하나님의 섭리와 지상의 원리가 가지는 긴장에 대해 열린 태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독 청년들 24% '성공회=이단'?

8번 문항은 감리교, 구원파, 성공회, 신천지, 장로교, 침례교, 통일교, 하나님의 교회(가나다 순) 등 총 8개 교파 중에서 이단 교파를 골라내라는 질문이었다. 여기서는 기독·비기독 청년들 모두 신천지를 67%·77%로 가장 많이 골랐다. 다음으로 구원파가 65%·72%, 하나님의 교회가 61%·57%, 통일교가 45%·36% 순이었다.

여기서 성공회를 고른 응답자가 24%·27%에 달해 이변을 낳았고, 침례교·감리교·장로교는 3-4%(기독), 10-11%(비기독)였다. 이에 대해 "정통 교파로서의 성공회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나아가 성공회를 위함이 아니라 무지한 크리스천 양산을 막기 위해 교회들은 기독교의 역사를 공부하는 데 게을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단 규정의 적절성에 대해선 기독 청년들의 경우 '매우 적절하다' 39%가, '적절하다' 37% 등 총 76%가 동의했으나, 비기독 청년들은 '잘 모르겠다' 48%, '매우 적절하다' 또는 '적절하다' 30%, '적절하지 않다' 또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 22% 등 다양했다.

청년들은 "분명 이단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기에, 기독 청년들은 분별하고 조심해야 하며 교회 차원에서 이단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라며 "비기독 청년들은 거의 절반(48%)이 이단 규정의 적절성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이단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야 하고, 이단과 다를 바 없이 크고 작은 사회적 물의를 지속적으로 터트리고 있는 한국교회의 실상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그 발걸음을 죄에서 하나님으로 다시 되돌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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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관련 인식 설문 결과.

◈비기독 청년들이 바라는 점 '열린 태도, 봉사'

비기독 청년들에게 '현재 교회는 어떤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9번, 복수응답 가능)' 질문했더니, 긍정적 부분의 경우 '하나님 섬김' 62%, '친교 및 교제' 60%, '구제 및 사회봉사' 42%, '영적 평안 제공' 32%, '올바른 기독교인 양육' 10% 순이었다. 부정적 모습으로는 '비리, 부정부패' 62%, '교회성장 강조(전도)' 60%, '헌금 강조' 45%, '광신도 집단' 32% 순이었다. 2명은 '기타의견'으로 '지나친 전도'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긍정적으로 꼽힌 '하나님 섬김', '친교 및 교제'는 부정적 내용인 '교회성장 강조(전도)', '비리, 부정부패'와 논리적 연결 지점을 갖는다"며 "한국교회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하나님 섬김과 교제를 강조하며 내집단 의식을 강화하는 목적은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성장을 목적으로 하고, 성장은 지도자들의 비리로 이어지는 고리가 역사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악순환의 탈피를 위해, 기독교에 무지한 기독교인, 맛을 잃은 기독교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열린 자세로 토론, 기독교의 역사·신학 교육, 양질의 목회자 양성, 적극적 사회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기독 청년들에게 '기독교인에게 바라는 모습(10번, 복수응답 가능)'을 물었더니, '타 종교에 대한 열린 태도의 모습' 84%, '봉사와 같은 사회 참여적인 모습' 46%, '기대하는 모습이 없다' 25%, '건전하고 금욕적인 모습' 22%,'열정적으로 기독교를 전파하는 모습' 4% 순으로 답했다.

청년들은 "25%는 '기대가 없다'고 했는데, 바꾸어 생각해 보면 그래도 아직 75%는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이라며 "부끄러운 교회와 교인에게 아직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오직 예수, 오직 말씀'을 향해 걸어가기 위해 비본질적 껍데기를 걷어내고 본질만을 좇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기독교는 분명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고 그것만이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유일한 태도라고 여겨 왔지만, 비기독교인을 정말로 사랑하고 포용하기 위해서는 배타성과 폐쇄성을 떨쳐내고 타종교인들을 비롯한 비기독교인들과 적극적인 소통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성경적 관점과 하나님의 시선으로, 타종교를 대하는 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람직한 전도방법'에 대해서는 '찬양 버스킹' 30%, '관계 전도' 21%, '일대일 대화'와 '공공장소 전도'가 각각 3%였다. 가장 많은 응답은 '기타'로 43%였다. '기타'에 표시한 비기독 청년들은 '노방 전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전도가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행위이지만, 시대가 변화한 만큼 단순히 공공장소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비기독교인들에게 저주받는 기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같은 기독교인들이 보기에도 마냥 좋은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기독교인들은 본 설문 응답을 통해 어떻게 지혜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 깊이 있는 묵상과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응답이 보여주듯, 찬양·찬송 버스킹이나 관계를 통한 전도를 통해 비기독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이고, 공공장소에서 펼치는 노상 전도, 다짜고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전도방식은 기피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전도대상자가 구원의 자리에 나아오는 것은 우리에게 달린 것이 아닌 하나님의 주권적 영역이나, 동시에 인간의 노력으로 하나님과 합력하는 만큼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