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 박사의 치유칼럼]

 

▲강지윤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Photo : ) ▲강지윤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대채로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외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보다 쉽고, 내향적인 사람은 표현하지 않고 혼자 힘들어할 때가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또 외향적인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편이어서 인간관계가 폭넓어 외로울 새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이에 반해 내향적인 사람은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편이라, 이미 친밀한 친구가 한 두 명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몹시 힘들어할 수 있다. 낯선 사람이나 낯선 환경에서 낯가림을 극복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적응하는데 큰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혼자 외로워하는 편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외롭고 삶의 만족도가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향적인 사람이라고해서 모두 덜 행복하거나 몹시 외롭거나 그렇지는 않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면을 풍성하게 가꾸는 취미활동을 하거나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내향적이어서 행복하지 않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타고난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보완해 나갈 수는 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향이던 외향이던 마음의 긁힘, 스크래치는 매일 반복해서 생긴다는 사실이다. 작은 상처와 큰 상처들이 계속해서 고여든 마음 호수는 한번씩 비워야 깨끗해진다. 그리고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상처가 쌓여 분노가 되는데, 쌓이고 쌓이다 한번씩 심하게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면 드러내기의 가장 좋지 않은 형태다. 분노가 고여있는 사람이나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 모두 좋지 않다. 자신과 타인을 다치게 한다.

쌓이기 전에 주기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비워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외향적인 성격도 외부로 향하는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향적인 사람은 자책감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
'남들은 다 행복해보이는데 나만 불행한 것 같아.'
'사는 게 재미없어.'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지배하고 차오르기 시작하면 우울증의 전조증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냥 두면 우울증과 그것에 매달려 오는 강박증, 불안증 등이 합병증으로 생기게 된다.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수치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나만 불완전하고 못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장점과 단점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자신의 단점만을 보며 절망하지 말고 반대쪽의 장점을 찾아보자.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안아주고 다독여주자. 그런 후 가까운 누군가에게 자신의 힘든 마음을 드러내고 보이자.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드러내기'와 '보여주기'에 있다. 상담실에서도 자신의 내면을 조금도 꺼내지 않는다면, 혹은 숨긴다면 치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담실에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서로 마음을 보여주고 그 마음을 들어주면 치유는 이루어진다. 마음을 보여주는 데도 보려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치유가 되면 타인의 마음을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유교의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며 내려오는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속마음이나 감정을 내비치는 것을 못난 짓이라고 여겨왔다. 우울증이 이토록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감정을 억압하는 동안 신경쇠약에 걸리고 홧병이 생기고 우울이 내면을 점령하게 된다.

성경의 시편 32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토설하지 아니할 때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마음을 열고 드러내지 않고 살아갈때 종일 신음하게 되고 신체적으로도 쇠약하게 된다. 이것은 우울증이라는 질병의 주 증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이 생기도록 자신의 마음을 방치하면 안 된다. 특히 겨울 가까이 가는 지금은 더욱더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마음 편히 속마음을 털어놓을 대상이 없다면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것도 여의치 않다면 교회에 가서 모든 것을 다 용납해주시는 주님께 털어놓으면 된다. 마음 속 상한 응어리들을 소리내어 모두 말하고 눈물도 원없이 흘려보길 바란다. 사람의 상처를 씻기는 가장 좋은 치료약이 눈물이다. 눈물을 흘리면 마음 속 상처가 시원하게 낫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평소에 수시로 가까운 사람에게 가서 서로서로 긁히고 상한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 그 마음을 보고 함께 아파하며 보듬어주어야 한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없다. 그 상처가 오래되어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이 되지 않도록 항상 살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