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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 이승훈이 오산학교 공동 목욕탕에 갈 수 없었던 이유

기독일보

입력 Sep 10, 2018 06:21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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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꽃불 영혼(30)] 고문의 후유증

 

남강 이승훈 선생.
남강 이승훈 선생.

남강은 학교 졸업생들의 진로에도 마음을 썼다. 졸업생을 내보낼 때마다 그들을 집으로 불러, 후에 어떤 직업을 가져도 좋으니 꼭 민족을 위해 봉사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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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 하나 하나의 진로에 관심을 갖고 알맞은 충고를 들려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남강은 차례로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 윤군은 졸업한 후 무슨 일을 하겠는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럼 김군은?"

"변호사가 되어 억울한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그럼 한군은 어떤가?"

"철학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강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사람 몸의 병을 고치는 의사, 억울한 사람을 구해주는 변호사, 사람은 영혼을 탐구하는 학자.... 모두 아주 훌륭한 길이야. 어쨌든 여러분이 가진 꿈을 꼭 이루어 슬픈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역군이 되게."

헤어질 때 남강이 길의 쓰레기를 치우자 학생이 거들었다.

"선생님, 어서 들어가세요.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러자 남강은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일은 여러분의 몫이고, 이런 청소는 내 몫이라네."

"아니, 선생님께서 이런 일까지 손수 하시다니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남강은 또 웃으면서 대꾸하는 것이었다.

"장차 모두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인재들에게 어찌 이런 일로 시간을 빼앗기게 할 수 있겠나.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늘 마음속의 쓰레기를 치워서 훌륭히 성장하게나."

"명심하겠습니다!"

남강은 해외에서의 민족운동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의 민족교육과 계몽운동도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업생들을 전국 각지의 교사로 취업시켰으며 격려와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혼자만 잘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길러내는 소학교 교사는 결코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다."

출옥 후 남강의 건강은 조금씩 나빠졌다. 고문 후유증 때문이었다. 한 번은 한 학생을 뒷산 계곡으로 데리고 가 목욕을 하며 등을 밀어 달라고 했다. 학교에 공동 목욕탕이 있었지만 남강은 이용하지 않았기에, 교사와 학생들이 좀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터였다.

학생은 옷을 벗은 남강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의 등엔 징그러울 정도로 흉한 상처 자국이 남아 있었고, 허벅지도 살점이 떨어져나가 푹 파여 있었다.

"선생님, 너무 무서워요."

"이 상처가 바로 왜놈들의 죄악상을 말해 주는 것이란다."

남강은 작게 중얼거렸다.

나라의 사정은 훨씬 좋지 않았다. 이미 망국민이 된 터라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산학교를 후원하던 손길도 끊기고, 형편이 나빠 자퇴하는 학생도 많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남강은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학교 건물을 지으려 새 터를 잡았다. 남강을 비롯한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먹고 자며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끝에 마침내 1917년 멋진 신교사가 완성되었다.

학생들은 마치 자기 집을 지은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설레는 가슴속에 저마다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공부했다.
이광수가 새로 지은 교가를 불렀다.

네 눈이 밝구나, 빛 같다.
하늘을 꿰뚫고 땅을 들추어 온 가지 진리를 캐고 말련다.
참 다섯 뫼의 아이로구나.
네 손이 솔갑고 힘도 크구나.
불길도 만지고 돌도 주물러 새로운 누리를 짓고 말련다.
네가 참 다섯 뫼의 아이로구나.
네 맘이 맑구나, 예민도 하다.
하늘과 땅 사이 미묘한 것이 거울에 더 밝게 비치는구나.
네가 참 다섯 뫼의 아이로구나.

김영권 작가(점묘화).
김영권 작가(점묘화).

김영권 작가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작가와 비평>지의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成功狂人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어린이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 <지옥극장: 선감도 수용소의 비밀>, <지푸라기 인간>과 청소년 소설 <보리울의 달>, <퀴리부인: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으며, 전통시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보통 사람들의 오아시스> 등을 썼다.

*이 작품은 한국고등신학연구원(KIATS)의 새로운 자료 발굴과 연구 성과에 도움 받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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