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주간 휴양 기간을 받았습니다. 한 것도 없는데 쉬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휴양 기간을 통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명성교회에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합동 소속의 목회자인 제가 통합 소속 교회에, 정릉 땅에 있는 성도 60-70명 정도 교회의 목사가 10만명 성도가 있는 교회에, 자기 휴양 기간에 구태여 팻말을 만들고 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명성교회의 일은 남의 교회 일이 아닌, 우리 교회 일이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이미 아픈 소식을 들었는데 전혀 모른 척 지나가는 강도 만난 가짜 이웃, 제사장과 레위인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명성교회는 한국교회 대표성을 가진 교회이므로, 교회의 행보에 따라 한국교회 전체가 휘청거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단 한두 명의 성도라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바른 신앙을 지키며, 그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 수십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눈물 흘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홀로 간 것입니다.

저는 먼저 강동경찰서에 시위신고를 한 뒤에 (본래 1인 시위는 사전 신고 대상이 아니지만) 명성교회 안에 들어가 준비한 팻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꺼내들고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조용히 기도하며 팻말을 들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시위를 한 이유는 세상이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요 교회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지, 세상에 교회의 아픔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얼마든지 명성교회의 마당은 넓어서 저 같은 한 사람이 평일 오후 2-4시에 구석에서 시위한다고 예배가 방해될 리도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직원 분이 나오셨습니다. 제가 신분을 밝히고 시위 시간과 방법, 그리고 이유를 설명드리자 그분은 "그러면 목사님 여기서 하고 가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관리자분이 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우리 목사님은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지 모릅니다. 목사님 이 시간에 목사님 교회 가서 기도하세요. 이렇게 시위 하시면 세상 사람들이 전도가 안 됩니다. 정 시위 하실거면 거리에 나가서 해 주세요."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시위 때문에 세상 사람들 전도가 안 된다고 하시면서, 명성교회 안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 시위하라니요. 이 말은 결국 명성교회는 조용하고 세상은 교회로 인해 시끄러워져도 상관없다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하지만 결국 집사님은 사유지법을 언급하시며 우리 교회는 평안한 상태이니, 나갈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사유지법을 언급하신 직원 분과 그 옆 성도님은 느닷없이 사진기를 꺼내들더니, 제 사진을 아무런 동의 없이 정면으로 찍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결국 교회 내에서 쫓겨나 거리 한복판에 나가 3일 동안 시위를 했습니다.

둘째날부터는 비가 폭포처럼 쏟아졌습니다. 우산을 가지고 왔지만, 쓸 수가 없었습니다. 온 몸이 다 젖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산 하나 씌워주거나 피하라는 말 건네는 분도 없습니다. 그저 혀를 차며 지나갈 뿐입니다.

시위 내내 불편한 감시와 동의되지 않은 촬영, 그리고 협박과 회유 등이 있었지만, 제가 느낀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 가운데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느꼈습니다.

가장 먼저 저를 슬프게 했던 것은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님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3일 시위하면서 만난 분들은 모두 '성도' 분들이셨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자기 교회를 너무 사랑하십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자전거를 타면서, 제 앞에 와서 '목사님~~ 오늘도 나오셨네요! 사진 찍습니다' 찰칵, 하고 가시는 분, '내가 다혈질이라 목사님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목사님네 교회 가서 똥물을 던져버릴수도 있는 사람이에요'라면서 웃으시는 분, '우리 김삼환 목사님은 너무 훌륭해서, 내가 눈물을 다 흘려요' 하는 분, 거리에 쫓겨나 시위할 때 뒤에서 계속 저를 감시하는 분, 그리고 저를 보호하는 것인지 감시하는 것인지 모를 경찰서에서 나오신 정보과 형사님....

모든 분들이 명성교회의 이러한 일들에도 헌신과 노고를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분들과 마주칠 때마다 말씀드렸습니다. "얼마나 고생하세요. 너무 수고 많으세요.... 이해해 주세요. 제가 여기 나온 것. 명성교회 사랑해서 그래요."

두 번째로 가슴 아픈 현실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목사임을 밝히고 소속도 밝혔습니다. 그 시간대 유일한 시위자는 저 한사람이었고, 교회 사무실에서는 계속 이 일을 체크하고 있었음에도, 명성교회는 성도 분들을 내보내 저를 설득시키는 상황에서 단 한 명의 목회자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성도들은 돌아다니며 자기 교회가 부끄러움 당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자 노력하는 중에도, 성도들의 뒤로 숨은 목회자. 그 민낯이 마치 제 모습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져 눈물 흘려야 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온갖 궂은 일과 섬김은 성도들을 앞세우고 그들을 욕되게 하면서, 목회자들은 거룩해 보이는 장소에 피해버린 사람들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팻말을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대부분 '어린아이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두 명이 걸음을 멈춰 세우더니 제게 물었습니다.

"그런데요, 세습이 뭐에요? 아저씨?"

똘망똘망한 눈으로 물어보는 이 아이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그래. 너 교회 다니니?"

그랬더니 말합니다. "네. 저 이 교회 다니는데요. 근데 그거 잘못된 거예요?"

아이에게 웃으면서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꼬마야, 예수님 잘 믿어야 해. 엄마한테 집에 가서 꼭 물어봐요. 아저씨가 말할 수가 없구나."

아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꼭 물어볼게요. 근데 엄마가 말해줄까요? 히히 아저씨 비 맞지 마세요."

친구랑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이 아이의 뒷모습은, 이기심으로 가득차 버린 우리의 뒷모습과 오버랩되며 저를 울렸습니다.

과연 이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세습이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칠까요. 아니면 괜찮은 것이라고 가르칠까요. 그 가르침으로 자란 아이는 교회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사랑하는 여러분, 휠체어를 끌고 비를 맞으며 성경책과 팻말을 들고 있는 저는, 시위 도중 이런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왜 목사님은 목사님네 교회 일을 안하고 여기 와서 남의 교회 일에 간섭하세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휴양기간에 여기 왔습니다. 제가 쉬고 싶은 시간에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명성교회가 남의 교회가 아니라 주 안에 하나 된 교회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왜 밖에서들 이리 난린지 모르겠어? 우리는 너무 평안한데!" 그렇게 답을 드렸습니다. "세상과 밖을 포기하면, 여러분 교회와 가정이 평안하다고 평안이 이미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게 떠들어봐. 누가 관심 가져주나! 애들밖에 없을걸."

네, 그런데 정말로 조용했습니다. 명성교회 앞은 너무나 황량했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평안이 아니라 광야 같았습니다.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은 교회의 교회됨을 위해 촛불을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나라의 민주화와 경제를 위해 시위하는 청년들과 사람들은 예수가 주인 되신 교회를 만들기 위해 자기를 던지기 싫어하는가 봅니다.

저는 명성교회 일을 남의 교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미 명성교회 일은 명성교회의 일이 아닙니다. 세상은 이른바 메가처치가 아니라 작은 교회에서 하나의 사건이 터져도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교회를 안 다녀. 예수쟁이들은 다 똑같아."

한 교회의 일은 이미 모든 교회를 욕되게 하고, 예수를 욕되게 합니다. 그러므로 명성교회뿐 아니라 다른 교회 일이라고 남의 교회라고 생각하는 순간,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그래서 교회 내가 아무리 평안해도, 밖의 소리에 민감하지 않으면 그것은 참 평안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사랑의 편지를 통해 권합니다. 지독히도 뿌리내린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십시다. 우리 주님 안에 '거룩한 연합'을 하십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선택을 '주님을 증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하십시다.

장신대 학생들이 수업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이들을 위해서도, 앞으로 우리 세대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하며 동역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도 저도 지금 한국교회의 아픔을 두고 '남의 교회 일'이라 비아냥대지 말고, 그저 목소리 높이거나 핏대 세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시기를 사랑의 마음으로 권합니다.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