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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미학: 북한 미화를 위한 고단수 공작

기독일보

입력 Aug 19, 2018 06:26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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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영화 <공작> (下)

영화 <공작>, 남북한 두 ‘사나이’들의 신념과 우정을 그린다.

영화 <공작>, 남북한 두 ‘사나이’들의 신념과 우정을 그린다.

지난 주에 이어 '박욱주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군도: 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등을 만든 감독 윤종빈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민(흑금성), 이성민(리명운), 조진웅(최학성), 주지훈(정무택), 김홍파(김명수), 김응수(김부장), 정소리(홍설) 등이 출연한 영화 <공작>을 다룹니다. 다소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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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개인: 하나되기 어렵지 않은 남과 북

영화 <공작>의 서사는 미화된 여러 허구적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훌륭하다 평할 수 있다. 영화는 남북의 정치적, 문화적 차이와 긴장을 바탕으로 어렵게 피어난,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탄탄한 두 '사나이'들의 신뢰와 우정을 선보인다.

영화의 두 주인공 박석영(황정민 분)과 리명운(이성민 분)의 위태롭고 처절한 협력관계는 남북의 적대적 역사, 이질적 체제에도 불구하고 한(韓)민족을 염려하는 신념의 연대를 상징한다.

둘 모두 오늘날 한국과 북한 사회의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진정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하는' 인물상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빚어내는 남성적 신념의 연대는 그들의 민족적 동질성에 힘입어 감정적 울림의 폭을 더한다.

체제의 부조리, 권력욕, 남북 상호간 불신이라는 저항 불가능한 부정적 현실 앞에서, 각기 조국의 이익을 위해 힘쓰는 두 사람의 모습은 불굴의 애국심과 동포애의 표상이다.

박석영은 안기부 공작원으로 일하기 위해 탄탄대로를 걷던 군 경력을 포기하고, 주변인들에게 도박자금이나 빌리러 다니는 인간 말종의 역할을 자처한다. 리명운도 박석영과 접촉하고 그를 이용하는 데 따르는 여러 위험요소를 감내한다.

조그만 정치적 실책 하나만으로도 숙청당하기 십상인 북한 정계의 고위 공직자로서, 어쩌면 자신과 가족의 운명 전체를 망가뜨릴지 모를 위험을 스스로 껴안은 것이다.

애초 양측 다 진득한 인간적 유대감을 가지리라 기대하고 만난 관계는 아니었다.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박석영은 리명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향을 캐내려 했고, 리명운은 돈줄이 끊긴 북한 정부를 위해 박석영을 외화벌이 통로로 활용하려 했다.

공작
▲박석영과 리명운, 애초 둘의 관계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형성된 것이지만 이내 인간적 신뢰관계로 변모한다.

1993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일방적으로 탈퇴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다. 나라 전체가 심각한 식량과 자원부족에 허덕이던 1990년대 중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공산당에 외화를 벌어다 줌으로써 북한 인민의 고통을 줄여보겠다는 리명운의 신념은 작품 전체를 장중한 분위기로 이끈다.

남측 공작원 박석영은 리명운의 '공산당원 답지않은' 숭고한 신념과 인간적 고뇌를 옆에서 지켜보며, 거기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박석영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시 남측 여당(한나라당)과 북한 수뇌부가 획책한 북풍 공작을 훼방한다.

이로 인해 두 사람 모두 큰 위기에 처한다. 박석영은 조직(안기부)과 부패한 한국 정치 수뇌부에 의해 버림받고 공작원 신분이 노출된다. 리명운은 한국 공작원에게 북한 내부 사정을 노출시키고 김정일 위원장까지 만나게 해줌으로써 숙청 위기에 처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서로에 갖게 된 공감과 인간적 정리는 변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상대방의 자리에 있었어도 그러했을 것이라는 듯, 둘은 서로의 처지를 깊게 이해한다. 이는 두 사람의 민족적 동질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강철비>에서 보인 남북한 두 주인공의 상호공감이 <공작>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인상을 받는다.

영화 마지막, 이효리와 조명애가 남북 합작 광고촬영을 위해 만난 세트장에서 재회한 두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 <킬링 필드(The Killing Fields, 1984)>의 감동적인 마지막 재회 장면을 연상시킨다. 자기를 희생해 마음의 동료이자 친우인 박석영을 탈출시켜 준 리명운과, 리명운의 생사를 걱정하던 박석영의 재회는 사뭇 감동적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북한 중사 오경필(송강호 분)과 한국 병장 이수혁(이병헌 분) 간에 끝내 이루지 못한 재회를 보상하듯, <공작>의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무사하게 재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공작
▲이효리-조명애의 남북합작 광고촬영 세트장 장면. 남북 여인들 간의 반가운 만남 가운데 박석영과 리명운은 감동적인 재회를 맞이한다.

<공작>의 감동적 서사는 현실의 남북한 관계와 관련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그것은 남북한의 '선량한' 개개인 간에는 깊은 공감에 기반한 상호 호혜의 인간관계가 어렵지 않게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작>의 두 주인공과 달리, 남북 양측의 조연들은 모두 이해타산에 집착하는 가운데 상대를 대한다. 그들 사이에는 진정한 공감과 배려가 없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의심, 그리고 상대를 이용하려는 의도만이 가득하다.

박석영과 리명운도 처음에는 그런 관계로 만났으나, 서로를 알아갈수록 불신과 의심의 벽은 허물어지고 상대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만이 남는다.

이로써 윤종빈 감독은 위태로운 분쟁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남북 양측의 화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만이 진정 선량하고 숭고하며 '정상적인' 한민족 구성원이라는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민족 이데올로기가 선사하는 감동을 전하려는 픽션(fiction)으로서는 훌륭한 전략이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을 둔, 역사를 조명하려는 팩션(faction)으로서는 여러 모로 신뢰하기 어려운 태도다. 역사적 사실만 두고 보자면 <공작>은 판타지에 가깝다.

◈국가와 국가: 하나되기 불가능한 남과 북

우선 본 작품의 북한정권 미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김정일은 대단히 명민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묘사되고, 리명운은 우국충정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남측 공작원과의 우정마저 소중히 여기는 휴머니스트 공산당 간부로 표현되고 있다. 거의 개그 캐릭터에 가까운 조연 김명수(김홍파 분)마저 북한 인민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우국지사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에 의하면, 뇌물을 탐하며 숙청 공포에 몸을 사리고, 강자에게 한없이 약하며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북한 보위부 상좌 정무택(주지훈 분)의 모습이 거의 모든 북한 당간부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는 개개인의 문제 이전에 북한 체제 자체의 구조적 문제다.

북한의 정치체제는 독재 체제인 동시에 극단적인 상호감시 체제이기 때문에, 최고권력자 1인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장기간 능력과 소신에 따라 국가와 인민을 위해 일할 수 없다. 그런 인물은 이내 낭중지추와 같이 두각을 드려내기 마련이고, 끝내 주변의 모함과 최고권력자의 견제로 인해 숙청당하는 운명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참된 우국지사들이 숙청의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영화 속 리명운 같은 인물은 북한의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공작
▲북한 정치체제의 구조적 특성상 리명운 같은 참된 우국지사는 존재하기 어렵다.

한국의 진보 정권과 그에 동조하는 인물들에 대한 미화 역시 허용 범위를 넘어서 있다. 김대중 정권 창출이 일전에 자행되어 온 모든 불법적 공작에 대한 승리와 초월로 그려지는 점,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마치 전 국민이 환호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점, 새정치국민회의로 대표되는 진보정치 세력 전체가 안기부 정치공작의 일방적 피해자로 그려진다는 점 등이 한국 진보 정권에 대한 미화의 요소들이다.

아울러 주인공 박석영이 안기부 북풍 공작에 반기를 드는 장면, 그리고 목숨을 걸고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는 장면 등에서는 진보 정권에 동조하는 이들에 대한 극적 미화가 시도된다.

그에 비해 기존 안기부 수뇌부와 보수정치 세력의 수뇌들은 아무 미화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소위 '빨갱이들'이 정권을 잡게 하면 안 된다는 구시대적 반공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행태, 그러면서도 권력과 지위 보전을 위해 원조 '빨갱이들'인 북측과 서슴없이 손잡는 보수세력의 위선적 작태가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로써 <공작>은 절반의 진실과 절반의 거짓을 담는다. 안기부와 보수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진실을, 북한과 진보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거짓을 말한다.

이는 정치 선동의 기본원리를 충실히 따른다. 히틀러의 최측근, 나치의 2인자, 세계 역사상 가장 유능한 선동가로 알려진 정치가 괴벨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안기부와 보수정치 세력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선거 공작을 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반대편의 진보정치세력을 미화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 역시 정치권력을 확보하려는 하나의 현실정치세력에 불과했다.

흑금성 박채서 씨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고도 정치적 이익에 따라 그를 외면해 버린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수뇌부의 처사를 볼 때, 이들이 적어도 <공작>에 표현된 것처럼 '선량한' 피해자이자 우국지사들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공작원 흑금성은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에서 토사구팽당한 인물이지만, 영화는 그가 오직 보수정권에 의해 희생양이 된 인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공작
▲영화 속에서 박석영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신념으로 안기부에 포섭되지만 결국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만다. 영화의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보수정치세력뿐만 아니라 진보정치세력 역시 흑금성 박채서의 토사구팽에 관여했다.

영화 속에서는 남북한이 정부적 차원에서 하나되는 것을 훼방하는 주범으로, 권력욕에 함몰돼 타락해 버린 국가기관(안기부)과 보수정치 세력이 지목된다. 그러나 이는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만 보고 그 뿌리를 보지 않는 행태나 다름없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한국 분단의 진정한 원흉은 명백하게 소련 공산주의 세력과 그 위세를 업은 김일성이다. 태평양 지역 부동항 확보에 광적으로 집착한 소련, 그리고 이 집착을 이용해 야심을 불태우고 민족상잔의 전쟁을 획책한 김일성이 아니었으면 과연 태평양 전쟁 종전 후 남북한 분단이 이루어졌을까?

애초 분단의 원흉은 소련, 김일성, 그리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김정일이라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뒤로한 채, 영화는 안기부나 보수정치 세력의 타락만을 질타한다. 이들의 행태 역시 칭찬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남북 분단의 비극에 있어서는 북한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보다 결백하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영화 <공작>의 서사는 심각한 역사왜곡이며, 자유민주주의 한국과 그 안에 거하는 교회들을 위협하는 선동적 행위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극악한 수준의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그들의 인권범죄를 외면하는 것은, 한국민에 대한 진정한 이적행위라 볼 수 있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기독교 박해를 자행하는 집단을 정의롭게 그려내는 처사는 기독교인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북한의 인권범죄 묵과는 곧 해당 범죄에 대한 소극적 동조나 다름없다. 염전 노예나 어린이 학대 사건 등에 대해서는 주체할 수 없는 공분을 느끼면서도, 그에 비할 바 없이 막대한 규모와 강도로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범죄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이유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저 막연한 통일의 이상이 판단력을 흐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종교화하고 통일을 지상명령인 것처럼 가르쳐 왔던 과거 보수 정권들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영화 <공작>은 그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공작이다. 서사도 감동적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위험하다. 궁극적으로 '고려연방제'의 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사전정지 작업으로서 손색이 없다.

왠만한 대남공작은 범접하지도 못할 파괴력과 매력을 갖춘 고단수의 문화적 공작, 이것이 영화 <공작>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공작
▲심각한 수준의 북한 미화, 진보정치세력 미화를 자행하는 영화 <공작>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공작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박욱주
▲박욱주 박사.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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