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방"의 어원

 

▲조덕영 박사.
(Photo : ) ▲조덕영 박사.

성경에 "동방"('동방' 풍습, '동방' 사람)이라 기록된 말은 본래 "동방의 자손들"("베네 케뎀", Sons of the east, KJV)을 RSV 성경이 동방 사람들(People of the East)로 번역하면서 우리 성경에도 동방 사람으로 불리게 된 단어입니다. 따라서 "동방의 선민(選民)"이란 말은 당연히 없습니다.

 

2. 동방의 선민(?)

동방의 선민이란 한국인이 동방의 선민이라고 유석근 목사가 자신의 책(『또 하나의 선민 알이랑 민족』, 49, 50)에서 자의적으로 지어낸 말입니다. 성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주장이지요. 성경은 오히려 "동방"이란 말을 선민은 커녕 부정적 의미로 사용합니다. 하나님은 주의 백성 야곱 족속이 동방 풍습이 가득하여 그들을 버리셨다고 합니다(사 2:6). 우리 한민족이 만일 정말 성경의 동방이라면 우리의 그 못된 동방 풍습 때문에 야곱 족속이 하나님께 버림받게 되었다는 해괴한 해석이 되고 맙니다.

3. 동방 사람들의 터전

이들 동방 사람들은 한민족이 아니라 주로 팔레스틴 동쪽 지역에 살던 거류민과 유목민들을 가리킵니다. 팔레스틴 사람들이 (고)조선족을 당연히 알 리가 없었겠지요. 동방은 (고)조선족이 전혀 아닙니다. 동방이 좋은 의미도 아니고요.

또한 야곱이 여행했던 '동방 사람의 땅'(창 29:1)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인 팔레스틴 북동쪽 '밧단아람'지역이었습니다.

사사 기드온과 전쟁을 벌인 동방의 사람들이 있는 데 이들은 당연히 동방의 (고)조선 군사가 아닙니다. 성경의 동방을 한국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전혀 성경을 알거나 믿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동방의 사람들은 기드온에게 패하여 라바(오늘날 요르단 수도 암만 지역)의 동남쪽 갈골(길르앗 동편 성읍, 오늘날의 칼카르 Qarqar)로 도주한 미디안, 아말렉 연합군과 동일시되어 취급된 것으로 보아 동방 사람들은 미디안과 아말렉 부근에 살며 그들과 자주 어울리던 동쪽 여러 무리들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됩니다(삿 8:10).

4. 선지자들이 본 동방 사람

선지자 예레미야(렘 49:28)나 에스겔(겔 25:4, 4:10)은 동방 사람들을 하나님과 멀어진 아랍의 여러 나라들로 묘사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종말론적으로 동방 사람들의 범위를 남쪽 에돔, 모압, 암몬 사람들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사 11:14). 욥기(1:3)는 욥을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큰 자"라고 묘사합니다. 구약학자들처럼 욥기의 배경을 아라비아 북부, 에돔, 모압 지역으로 볼 때 이 지역은 이사야 선지자가 말하는 위치와 상응한다고 봅니다(사 11:14). 욥의 경우처럼 어디에나 하나님의 "남은 자"들은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방의 온전한 선민집단이란 말도 안 되는 허구인 것이지요. 즉 이들 동방 사람들을 (고)조선 사람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면 엽기를 넘어 성경을 모독하는 신성모독의 사람일 뿐입니다.

5. 동방 사람들의 지혜

어디에나 남은 자들이 있는 것처럼 믿음의 사람들은 동방이 아니라 어디에 있든 소중합니다. 동방 사람들도 (고)조선 사람은 아니었으나 무식한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애굽 사람들과 함께 그 총명은 솔로몬의 총명과 비교되며(왕상 4:30) 예수 탄생을 예견하고 찾아온 동방의 박사들도 현자(賢者)였습니다. 물론 이들도 아라비아나 페르시아나 동방의 파르티아 등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고)조선 사람들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총명이 믿음의 전제조건이나 전부는 아닙니다. 성경은 애굽 사람들조차 총명하다고 말함을 기억합시다!

6. 욕단-단군설의 허구

단군이 곧 욕단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편 사람들의 특징은 결국 그들이 기독교 이단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만일 2천년 이상 지속된 (고)조선이라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욕단(곧 단군)이었다면 그들의 후손들은 대단히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많은 성씨 중 욕단의 후손이라 주장하는 성씨는 전혀 없다는 것이 참 이상합니다.

욕단은 에벨의 후손입니다. 유석근 목사 말대로 욕단이 단군이라면 단군의 아버지요 환인의 아들인 환웅은 아브라함의 조상 에벨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 에벨 즉 신의 아들 환웅은 중동 지역이 아닌 태백산으로 무리 3천명을 거느리고 내려왔다는 해괴한 판타지가 성립됩니다. 목사가 신(神)인 환인의 아들 환웅과 여인이 된 암콤(성경 에벨의 아내 곧 아브라함의 6대조 할머니가 인간으로 환생한 곰이 된다) 사이의 아들로 태어난 단군을 욕단이라 하는 것은 성경을 희화화시켜버리는 일입니다. 이것은 성경을 모독하는 곧 신성모독의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욕단이 단군이라면 성경에 나타난 욕단 즉 단군의 후손들인 알모닷, 셀렙, 하살마웻, 예라, 하도람, 우살, 디글라, 오발, 아비마엘, 스바, 오빌, 하윌라, 요밥은 모두 우리 조상들로서 동방의 만주 태백산까지 몰려와 그 아래 모여 살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 왕족 성씨(단군 즉 욕단 자녀)들은 현재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한민족 역사상 저명한 왕족 성을 추리면 약 12성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왕족 성씨 가운데 고조선을 배경으로 한 성씨로는 청주 한(韓)씨와 선우씨, 기씨가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연륜이 깊은 왕성(王姓)이지요. 그런데 이들 성씨는 옛 고조선이 아닌 정확하게는 한씨 조선(주전 810-195)을 배경으로 하는데 오늘날 단지 한민족 전체의 1.6%에 불과합니다. 욕단의 형 벨렉의 5대 손인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의 가족 70여명이 애굽으로 들어간 이후 400여년 만에 남자 장정만 60만 명이 넘는 대(大) 인구(아마 전체 300만 명을 초과하는 민족)으로 불어난 것을 기억합시다! 그렇다면 한씨 조선(주전 약 810년) 이전의 단군 단씨들과 욕단 자녀들 왕손 성씨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들의 별난 욕단 신앙과 그 후손들을 기록한 족보는 왜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단군보다 2천년 이상 후발 왕족 성씨들인 경주 김씨, 김해 김씨, 박씨, 이씨 만해도 전체 인구의 45%가 넘습니다. 제 2 히브리 선민이라는 단군-욕단 족보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세계 최고 족보 민족인 우리 사회 어느 성씨에 그 위대한 왕성(王姓)의 흔적이 남아있나요? 최고(最古) 왕성이었으니 어떤 식으로든지 국내 여러 성씨 족보 가운데 욕단과 그 후손들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위대한 선민이요 위대한 조상 욕단 후손(?)임을 왜 청주 한씨나 어떤 성씨 족보에서도 기록하지 않은 것일까요? 단군-욕단 논리를 따를 경우 우리 민족이 아니라 이들 욕단 후손들은 모두 한반도에 진입하지 않고 몽땅 중국인화되어버렸습니다. 즉 우리 민족이 아닌 일부 중국인이 곧 욕단 후손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정말 세상 고고학자들과 성서고고학자들이 웃을 일입니다. 물론 단군이 욕단이 된다고 그 후손들이 무슨 하나님의 선민이 된다는 것도 전혀 성경적 해석이 아닙니다. 성경은 사사 시대처럼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함부로 사사로이 푸는 책이 아님을 명심합시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평택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