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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목사의 한국교회사] 한국 교회의 수난 (IV)

기독일보 news@christianitydaily.com

입력 Jul 30, 2018 10:00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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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일제가 기독교 학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 1915년 3월에 공포된 ‘개정사립학교규칙’이다. 이 규칙은 조선교육령보다 더욱 엄격한 내용이 내포되어 있었다. 사립학교는 총독부가 제정한 교과목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것과 일정한 교원 자격을 가진 자만이 교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10년 내에 총독부가 규정한 모든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법의 내용 중 학교의 설비를 확충하고 선생들을 보완하여 향상시키라는 것은 학교를 위해 타당하고 좋은 내용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독교 학교는 건학 목적에 위배되는 치명적인 항목인 ‘성경교육을 정규시간에서 빼고, 종교의식 즉 예배를 철폐’하라는 규정은 학교의 존립과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였다. 기독교 교육을 기독교 학교에서 없애 버리려고 하는 의도를 분명했다. 시설을 보완할 기간을 10년으로 정해 시간적 여유는 있었으나, 문제는 성경교육과 예배 철폐를 목적으로 이 법을 만들었다는 데 그들의 흑심이 있었다. 결국 기독교 세력을 최대한 약화시키려는 의도였다. 일제는 1915년 8월 16일에 공포된 총독령 제83호에서 선교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새로 교회를 설립할 때나, 교회에 유급 직원을 고용할 때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여 교회의 증가를 사실상 봉쇄하려 했다. 실제로 평북 의주에서는 교회 설립허가를 끝내 얻지 못해 교회가 해산되는 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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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부의 핑계는 그럴 듯하였다. 교육은 국가가 할 일이고 선교사들은 종교 포교에나 힘쓰라는 것이다. 교육은 충실한 제국의 신민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당시 총독부 외사국장(外事局長) 소송록(小松綠)이 「경성일보」(京城日報)에 다음과 같은 글을 발표하여 그들의 의도를 천명하였다. “……우리 교육의 목적은 다만 이 신민의 지식과 윤리를 발전시키는 것만이 아니고 제국의 존재와 안녕에 공헌할 국민정신을 그 마음속에 개발하는 데 있다.……우리는 당신들[선교사]이 이 시대의 변천에 눈감지 말고 지금까지 교육에 써 오던 재력과 노력을 종교적 포교에만 국한시킴으로써, 교육 사업은 완전히 총독부의 손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교육은 절대적으로 국민적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정신과 통하는 종교와 혼돈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과 종교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종교는 세계적이지만, 교육은 국가적이라는 단견(短見)이다. 교육은 자국에만 충실한 사람을 만들 뿐 아니라 세계 만민을 위해 일하고 봉사하는 사람을 만든다는 기독교적 원리를 몰각했다. 국가에 충실한 인간만을 위한 교육은 결국 히틀러에게 충성을 바쳤던 나치스의 철학이나, 국가와 천황폐하를 위해 죽으라는 가미가제의 철학을 파생시킨다는 사실을 저들은 모르고 있었다. 국가만을 위한 외곬의 교육은 무수한 국수주의자(國粹主義者; Chauvinists)들만 양산하게 되고 결국은 그들에 의해 인류가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입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기독교 교육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애국자와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자를 만들어 내는 길이라는 것을 저들이 알리 없었다. 저들의 관심은 기독교 교육이 결국 독립의식을 고취시켜 항일적 인사를 양산한다 판단했음에 틀림없다.

이 사립학교 규칙은 기독교 학교에 커다란 시련을 안겨 주었는데, 특히 장로교계 학교에 심했다. 그 원인은 몇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학생들의 강력한 요구였다. 관립학교 학생은 좋은 시설에서 좋은 교사 밑에서 교육을 잘 받았을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는 취직이 보장되었다. 따라서 관립학교보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졸업 후의 진로가 보장되지 않은 기독교계 학교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어 연일 스트라이크와 휴교 사태가 연발됐다. 더욱 어려웠던 점은 잡종 중등학교 졸업생은 전문학교 본과에 지원할 수 없고, 별과에만 지원할 수 있게 한 법 때문이었다. 결국 기독교계 학교 학생들의 전문학교 지원까지 막아, 학생들의 불만을 더욱 고조시켰다.

또 한 가지 어려움은 선교부들간의 이견(異見)이었다. 만일 모든 선교부와 학교가 혼연일체로 총독부와 대치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리교회와 장로교회 선교부의 의견이 갈려, 결과적으로 장로교회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감리교회 선교사들은 폐교되는 것보다는 총독부 규칙에 따라 교육을 계속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정규과정에서 기독교 교육을 할 수는 없어도, 개인적 접촉과 작은 기도단을 만들어 지도하면 학교를 폐쇄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하였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규칙을 따른다는 원칙을 세워 1916년 2월 서울에 있는 북감리교회 소속 신흥우의 배재학당이 새 법령에 따라 ‘배재고등보통학교’라 개명하였고, 송도학교도 1917년에 지정 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이화, 배화, 평양의 광성, 정의, 개성의 송도, 호수돈, 원산의 루씨(樓氏) 학교가 총독부 인가 신청을 제출하고 학교명도 ‘고등보통학교’ 또는 ‘여자고보’로 개칭하였다.

그러나 장로교회의 생각은 달랐다. 기독교 학교의 존재 의미는 성경을 가르치고, 예배를 드림으로써 학생들에게 기독교 정신을 심어 주고 궁극적으로 기독교인을 만들려는 것인데, 만일 성경교육도, 예배도 드리지 못한다면 학교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고 판단하고 끝까지 인가 신청을 거부하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사(神社)는 종교가 아니고 국민의례이므로 모든 학교 행사에서 학생을 신사에 참배시키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더 이상 고려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렇게 되자 총독부는 장로교 학교를 모두 잡종(雜種)학교로 분류해 버렸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신, 정신, 평양의 숭실, 숭의, 대구의 계성, 신명, 광주의 숭일, 수피아, 전주의 신흥, 기전, 선천의 신성, 보성, 재령의 명신, 목포의 영흥, 정명, 강계의 영실, 마산의 의신 등은 전부 잡종학교로 존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같은 장로교 계통인 캐나다, 호주는 영국계여서 함흥의 영생, 동래의 일신 등은 고보가 되었다. 또한 장로교 계통 학교 중에서는 선교사가 관여하지 않은 이승훈이 세운 정주의 오산학교와 함흥의 영생여학교만이 규칙에 따를 뿐이었다. 이렇게 일제의 억압을 받은 기독교 학교는 차츰 그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1911년 조선교육령, 1915년의 개정 사립학교령으로 1910년 2,080교가 1915년에는 1,154교로, 다시 1923년에는 649교로 감소하였다. 집요한 일제의 기독교 학교에 대한 탄압도 1919년 3·1 운동이 끝난 후 소위 문화정치라는 표방 아래 기독교 학교에 다시 성경교육과 예배를 허용함으로써,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장로교 학교들의 승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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