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다문화 국가입니다. 다문화 국가란,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서로 어우러져 다양성을 인정하며 개별 문화의 고유 가치를 보장하는 나라를 말합니다.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한 이후, 미국은 다양한 민족의 이민을 받아들여 거대한 '샐러드볼'과 같은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이루어 왔습니다. 이러한 국가가 힘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 통합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과 찬란한 문화 유산을 지켜온 자부심이 대한민국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통합을 이루어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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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많은 국가들은 종교를 국민 통합의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라고 말한 칼 마르크스는 유물론적 이데올로기로 공산국가들을 통합하고자 했습니다. 이제 공산주의가 무너진 동구권 나라들과 중국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종교를 내세워 국가 통합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정교회가 살아나고 있고 중국은 공자를 내세워 21세기 유교국가로 발돋움하려 합니다. 일본은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신토를 국가 종교로 채택하고 있으며, 오늘날 무엇보다도 강력한 세력인 이슬람은 정치와 종교의 혼연일체를 이루어 아랍권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독교가 날로 쇠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럽의 형성과 발전은 기독교와 무관하지 않으며, 미국 역시 청교도의 정신 위에 세워진 국가입니다. 그런데 왜 기독교가 쇠락하고 있을까요?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다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다문화 국가는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인정하는 나라입니다. 미국의 이민자들은 그들의 몸만 고국을 떠나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 종교, 가치관, 신념 체계까지 들고 와서 미국 땅에 정착하였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수많은 다양성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민족 국가와 마찬가지로 다문화 국가 역시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해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필요하지만, 하나의 민족 종교가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상대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다문화주의 개념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문화 국가 안에서 모든 문화와 종교와 가치관을 포괄하여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수단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반드시 종교만큼이나 강렬한 통합의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그것은 바로 '인본주의'입니다. 유럽과 미국에는 이미 인본주의가 팽배해 있습니다. 인본주의란 인간의 이성을 절대시하고 과학이 그것을 증명하도록 합니다. 인본주의 시각에서 보면 모든 종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 입니다.

인본주의는 인간을 적극적으로 변호함으로써, 종교들의 환심을 삽니다. 그러나 인간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음으로써, 또 다른 종교 행세를 합니다. 이렇듯 다문화 국가에서는 인본주의가 통합의 중심 곧 종교의 역할을 합니다.

 

▲최윤정 교수
(Photo : ) ▲최윤정 교수

 

 

윤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윤리란 인간의 존재 목적과 깊은 관계가 있지만, 인본주의는 그 목적이 모호하므로 윤리의 규정 또한 모호합니다. 각각의 종교는 윤리적 삶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데 반해, 인본주의는 모든 종교를 포괄하는 상대주의로 갈 수 밖에 없으므로 인간의 윤리는 그 안에서 표류하게 됩니다.

 

따라서 다문화 국가에서는 전통사회가 금기시하는 동성애 같은 이슈들이 당당하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인본주의는 인간의 이성이 인정하는 많은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결국 윤리의 문제 때문에 난파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윤리적 기준이 없다는 것, 즉 윤리적 상대주의는 혼란 그 자체일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최윤정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B.A.)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풀러신학교(M.A.)를 졸업하고, 바이올라대학에서 'Intercultural Education(다문화교육)'으로 박사과정(Ph.D.)을 이수했다. 현재 월드미션대학교(World Mission University)에서 다문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