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드컵 열기가 세계적으로 뜨겁습니다. 남자들과 곰은 공 하나만 주면 온종일 놀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요, 인도에서는 축구에 대한 인기가 특정 지역에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전국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는 크리켓(cricket)인데요. 오늘은 인도의 크리켓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도에서 크리켓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식민지 정부에 의해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612년 인도의 캘커타에 세워진 동인도회사는 영국의 식민지 건설의 전초부대로서 세워졌는데요. 처음엔 국제무역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관장하였지만 식민지 지배가 본격화되면서 행정적인 기능과 군사적인 기능까지 겸하게 되었습니다. 동인도회사가 크리켓을 적극적으로 관장하게 된 것은 영국의 식민지 정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도에서 최초로 크리켓이 소개된 도시는 대부분 영국의 식민지 정책의 관문도시들이었습니다. 예컨대 마드라스는 1639년, 봄베이는 1661년, 캘커타는 1690년에 크리켓이 소개되었고, 이 도시들은 영국 식민지하에서 핵심적인 무역 도시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공식적인 크리켓 경기는 동인도회사의 영국인 선원들에 의해서 1721년에 동인도회사가 있었던 캘커타에서 이뤄진 것이었는데요. 1792년 인도 최초로 캘커타 크리켓 축구 클럽이 결성되었습니다. 1864년 마드라스와 캘커타 간의 첫 번째 퍼스트 클라스 크리켓 경기가 시작이 되면서 크리켓은 인도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인도에서 크리켓이 전파되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은 매우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크리켓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인도의 고위층 자제들이었고, 영국 식민지 정부는 이들과 스포츠를 통한 교류를 확대하면서 인도 엘리트 계층과 좋은 관계성을 세우고 결국 식민지 통치를 유리하게 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영국 식민지에서 크리켓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인도의 국가대표팀은 1932년 결성이 되었는데요. 첫 50년간은 크리켓을 하는 국가들 가운데서 최하위 팀이었지만, 1952년 첫 번째 승리를 하였습니다. 크리켓 월드컵에서는 1983년과 2011년에 우승을 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기도 하였습니다. 요즘도 크리켓을 하는 날이면 학교나 집안에서 사람들이 모여 응원하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또한 동네 공터에서는 아이들이 공과 배트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켓은 이들의 국가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이들의 스포츠 영웅은 크리켓 선수였던 사친 텐둘까였는데요. 40살이 될 때까지 크리켓을 하면서 국가적인 영웅이 되었습니다. 은퇴한 이후에도 광고수입까지 하면 2017년 연 수입이 1,800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크리켓은 발리우드 영화에서도 좋은 소재였습니다. 최근에 나온 라간(Lagaan)이라는 영화도 이러한 소재로 만들어진 감동적인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라간은 곡물세라는 의미인데요, 19세기 중반 가뭄으로 흉작을 거듭한 어느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영국 정부 관리를 찾아가서 곡물세를 감면해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영국 관리는 크리켓 경기를 해서 마을 사람들이 이기면 3년 치 곡물세를 면제해주고, 지면 3배의 세금을 내도록 조건을 세웁니다. 한 번도 크리켓을 해보지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몇 번의 연습을 하고 영국 사람들과 크리켓을 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라간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그 결말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