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주민들의 청원으로 야기된 한인타운 분할 건에 관한 투표를 잘 마친 한인사회는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다음 문제를 직면했다. 바로 노숙자 쉘터 건립 문제다. 노숙자들을 위한 간이 쉘터가 한인타운에 건립된다는 뜬금없는 발표 후에 한인사회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인타운 한복판에 세워지는 노숙자 쉘터 안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한인사회를 향해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이는 당국자나 의원들의 태도는 원망을 넘어 분노로 변하고 있다. 쉘터 건립 안을 들여다보면 주민들의 동의만 없는 것이 아니다. 노숙자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고 체계적인 로드맵도 없다. 정기적으로 노숙자들을 돕고 있는 단체들과 협의 한번 없었다.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노숙자들을 도와야 한다. 한인사회 구성원은 누구나 이 점에 동의한다. 지금까지 한인교회들과 한인 자선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노숙자들을 도와왔다. 이런 한인들을 노숙자들을 도울 마음도 없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정찬용 변호사
(Photo : 기독일보) 정찬용 변호사

이런 오해와 아픔이 담긴 지역 사회의 문제를 짊어지고 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WCC(Wilshire Community Coalition) 대표를 맡아 주민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정찬용 변호사를 만났다. “무엇이 문제인가?”란 질문에 정 변호사는 격정을 토로했다.

“A부터 Z까지가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결여된 이 안을 도무지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 두 가지는 첫째로 ‘어떻게 돕는 것이 노숙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돕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둘째는 ‘어떻게 하는 것이 노숙자들을 위한 시설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민들의 혈세를 엄청나게 쏟아 붓는 프로젝트입니다. 수많은 공청회와 주도면밀한 연구를 통해서 입안되고 시행되어야 할 프로젝트가 너무 즉흥적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도무지 묵과할 수 없습니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여서 심도있게 의논해야 합니다. 쉘터를 짓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재활이 필요한 노숙자들에게는 재활 프로그램을, 치료가 필요한 노숙자들에게는 치료 프로그램을, 그리고 수용과 격리가 필요한 노숙자들에게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설령 쉘터 건립이 최선의 조치라 해도 다른 지구에서처럼 다수의 대상지를 선정해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WCC를 중심한 한인단체들은 오는 30일(토)에 1만 명 궐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한인타운 분리 반대 운동을 벌였던 그 열정과 단합됨이 다시 나타나기를 소망하며 힘을 모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