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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칼럼] 깨어진 행복과 망나니 삼촌

기독일보 news@christianitydaily.com

입력 May 17, 2018 10:41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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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

북한 억류자들이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참 좋습니다. 이런 좋은 소식들이 앞으로 더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판문점발 봄바람이 북한 동포와 이산가족들에게 진정한 봄을 가져다주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착한(?) 행보가 생경합니다. 그들 손에 죽어간 수많은 동포들과 목하 고난을 당하는 동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고모부와 형을 무참히 죽인 김정은을 일부 언론과 정치권, 연예인들이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에 필자는 불편함과 불안감이 듭니다. 특히 이미 평화 상태에 돌입한 듯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악몽 같은 추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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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구 삼촌은 ‘망나니 삼촌’이었습니다. 이름이 있지만 온 동네가 그렇게 불렀습니다. 툭하면 또래들과 싸웠고 친형님들을 때리고 형수들에게도 행패를 부렸습니다. 또 조카들 대학 입학금으로 장롱에 숨겨둔 돈을 수차례 훔쳤습니다. 삼촌의 만행을 참다못한 동네 어른들이 멍석에 말아서 방망이질을 하는 멍석말이를 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멍석말이 위협에도 효과가 없던 삼촌이 갑자기 몸조심을 했습니다. 친구 폭행을 동네 어른들이 신고해서 읍내 경찰서 형사과에 연행되었습니다. 친구간의 폭행이라 훈방으로 곧 풀려났는데 이상하게 그때부터 망나니 삼촌은 거의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온 동네가 궁금해 하던 이유를 이장님이 알려 주셨습니다. 이장님이 전한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삼촌이 중학생 시절 싸움질을 하다가 선도부장에게 혼나고 학교를 그만두었답니다. 그때 선도부장을 몹시 무서워 했답니다. 그런데 그 선도부장이 읍내 경찰서에 형사로 근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선도부장 선배를 형사로 만난 후 삼촌이 달라졌습니다. 고분고분하게 형님네 일을 돕고 할머니 말씀도 경청하였습니다. 싸움질도 그쳤습니다. 완전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삼촌의 변화를 좋아했습니다. 동네에 시끄러운 싸움이 끝났습니다. 싹싹한 젊은이로 거듭난 삼촌의 변화는 온 마을의 화제였습니다. 힘겨운 가을걷이에 삼촌의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삼촌을 보고 어른들은 새사람이 되었다며 정말 좋아했습니다. 삼촌을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온 마을이 평화롭고 가을이 행복했습니다. 친구 녀석도 오랜만에 삼촌 자랑을 했습니다. 삼촌이 사다준 통닭과 국화빵 자랑을 했습니다. 심지어 삼촌이 준 용돈을 자랑했습니다. 그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마을의 평화와 행복이 깨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을걷이 후 곡식은 농협에 팔고, 과일은 장날에 팔아 돈이 생겼습니다. 모처럼 마련한 목돈으로 풍요로운 늦가을을 보내던 어느 날 저녁에 어른들이 모여서 웅성거렸습니다. 알고 보니 망나니 삼촌이 진짜 정신을 차린 줄 알고 경계를 소홀히 한 틈을 타서 세 형님들 곡식을 팔아 마련한 목돈을 모두 들고 도망을 간 것이었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세 형님 댁들은 거의 초상집이었습니다. 1년 농사가 헛수고가 된 것은 물론 각급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입학금과 등록금이 사라졌습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하던 친구 아버지 모습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아울러 우리 또래의 조카들이 삼촌을 비난하며 황당해 하던 것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그 후 망나니 삼촌을 본적이 없습니다.

망나니 삼촌의 변화를 기뻐하며 좋아했던 마을의 평화와 행복은 그렇게 허무하게 깨졌습니다. 그 겨울은 망나니 삼촌에 대한 분분한 해석들이 온 동네 사랑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평양발 봄소식이 요란한 계절에 그 아픈 겨울의 추억이 얄궂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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