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을 통해 진화론만을 교육받은 나는 다른 학생들처럼 진화론이 진리인 줄 믿고 배웠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사고의 틀이 넓어지자 비로소 진화론에 대해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성경의 창조기사와 정면 배치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화학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에 관해 숙고하기 시작하였으며, 특별히 무생명체가 생명이 되는 화학진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등한 생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고등한 생물로 바뀐다는 생물진화는 나의 일차적인 관심사가 아니었고 내용 또한 너무 복잡하여 자연스럽게 화학진화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광의의 화학진화는 빅뱅에 의한 소립자 및 가벼운 원소의 생성과 이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무거운 원소의 생성 및 간단한 화합물의 합성까지를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론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분자를 구성하고 있는 단위체의 합성 및 이들 분자들의 반응에 의한 고분자의 합성, 막의 생성까지를 포함한다. 즉, 무생명체인 간단한 분자로부터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까지 이르는 과정을 화학진화라 부르며 철저히 자연적이며 무작위적인 물리-화학적인 과정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되어진다. 예를 들어 단백질은 생명현상에 필수적인 분자인데 이를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이 무기물로부터 자연적으로 합성되고 서로 결합하여 단백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에 화학도로서, 이제는 화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동안 화학진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해답을 얻었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의심이 되었던 점은 화학진화가 열역학 제2법칙에 정면 위배된다는 점이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무질서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증가한다. 즉, 복잡한 상태가 단순한 상태로 되며 질서가 무질서로 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실제로 관찰되는 현상이지 그 반대 과정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보편적 법칙으로서 지금까지 한 번도 위배된 적이 없다. 생물진화와 마찬가지로 화학진화도 무질서에서 질서가 생성되며 단순한 상태가 복잡한 상태로 저절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므로 이 법칙에 위배된다. 분명 많은 과학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교과서에선 이런 화학진화가 마치 사실인 양 제시되고 있는 것인가라는 당연한 의문이 생기었다. 더 깊이 공부하면서 이면에는 나름대로 이론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벨기에 출신으로 이론 화학자인 일리야 프리고진이란 분은 비평형열역학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는데 그에 따르면 평형에서 벗어난 상태, 즉 비평형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무질서에서 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에 비평형상태이고 따라서 지구에서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 "혼돈에서 질서로"를 읽으며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그 질서라는 것이 생명현상 같은 복잡성 다양성을 생성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반복구조나 자기조립화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정도의 질서로는, 더구나 그 매우 희박한 가능성을 화학진화, 생물진화에 적용하여 수 십 억년동안 진화과정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 다른 의문은 화학진화를 증명했다고 여겨지는 밀러의 실험에 관해서였다. 밀러는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생 시절 스승의 지도하에 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를 전기방전시켜 몇 종류의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 있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단량체이므로 이 실험은 즉시로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단계를 해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지금도 여전히 모든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이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식으로 단백질, 유전자, 당류, 지질 등이 합성되고 막을 형성하고 대사가 일어나 최초의 단순한 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면, 우선 실험의 필수 조건인 산소가 없어야 하는데 원시대기가 비산화성 조건, 즉 환원성이었다는 증거가 없다. 지질학자들이 특별히 이에 관해 수많은 연구를 했는바 결론은 원시대기는 환원성이 아니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아미노산이 합성될 수 없다. 설혹 아미노산이 어떻게 합성되었다 할지라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하여 단백질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미노산은 정확한 순서로 결합해야 하고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들은 세포내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놓여 있어야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아미노산의 합성보다 훨씬 일어나기 어렵다. 확률적으로도 열역학적으로도 이러한 과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실험실에서 행한 것과 같은 정교한 조건이 자연계에 존재할지도 의문이며 합성된 아미노산이 파괴되지 않고 농축이 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자연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사실 과도한 해석만 아니면 밀러의 실험은 매우 뛰어난 실험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후 밀러는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교수로 근무하며 평생 화학진화에 의한 생명의 기원만을 연구하다 2007년 생을 마감했다. 밀러는 여러 조건을 바꾸어가며 단순한 무기물에서 의미 있는 유기물을 합성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뛰어난 학자가 애당초 불가능한 일에 평생을 매달렸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초기 밀러와 그의 실험에 대한 찬사는 줄어들고 그 의미는 상실되어 갔다.

나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화학진화에 대해 의심을 하게 한 것은 손성(chirality)의 존재에 대한 것이었다. 생체내에 쓰이는 20 종류의 아미노산은 글리신을 제외하고 모두 손성을 지닌다. 즉, 오른손, 왼손이 동일하지만 겹치지는 않는 것처럼 19 종의 아미노산은 모두 L-형이라는 동일한 손성을 지닌다. 화학적 과정으로는 L-형과 D-형의 아미노산이 동일한 양이 합성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은 모두 L-형이다. 반면 핵산의 구성성분인 리보스은 모두 D-형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손성의 기원에 대해 수많은 설명이 제시되어 왔지만 모두 억지 이론이며 전혀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예를 들어 원편광된 빛이 D-형 아미노산을 파괴하여 L-형만 남게 되었다는 이론이 있는데 100% 순도의 광학적 활성은 설명하지 못한다.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에 손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든 진화론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아직도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 있다.

화학진화에 대해 숙고하며 문헌을 조사하며 느낀 점은 이 이론이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 제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다윈으로부터 생명의 진화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상황에서 논리적인 필연성 때문에 화학진화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단순한 생명체라도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전단계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화학진화인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화학진화는 근본적으로 생명의 자연발생설(abiogenesis)로서 이는 오래전에 파스퇴르에 의해 부정된 것이다.

생명은 생명으로부터만 유래한다는 생명속생설(biogenesis)이 과학계에선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화학진화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바, 이는 자연주의적, 진화론적 패러다임이 과학계의 주류 사상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진화론자들이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불가능한 화학진화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점진적이며 연속적인 진화의 특성상 화학진화가 부정될 경우 전체 진화론의 골격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성경이 말하는 바 그 마음에 하나님을 두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하나님은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다고 했다(롬1:28). 이러한 일이 과학계에도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게 한다.

김성현(건국대학교 시스템생명공학과, 한국창조과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