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소재로 삼은 여섯 개의 신성한 돌 모티프가 흥미롭다.

돌들을 '공간(Space)', '정신(Mind)', '실재(Reality)', '힘(Power)', '시간(Time)', '영혼(Soul)'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4원소(물, 불, 바람, 흙)와 비교했을 때 이 6원소를 비물질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원소는 비록 물질이지만 정신성을 내재한 요소로 보는 것이 전통적 관념임을 감안할 때, 물, 불, 바람, 흙과 겹치지 않도록 따로 구성해 정신성으로 분류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글에서는 그 6원소의 긍정적 관점과 부정적 관점을 기독교 세계관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이들 여섯 가지의 긍정적인 모티프를 성서에서 찾아보면 이렇다.

어벤져스3
▲The Space Stone.

야곱은 베개만한 돌을 세로로 세워놓고 "여기가 하늘 문이요, 하나님의 집"이라고 인식하였다. 공간, 스페이스 스톤이다.

어벤져스3
▲The Mind Stone.

궁극적인 하나님의 집을 짓는 행운은 솔로몬에게 찾아왔다. 일천 회의 번제를 드렸을 때 현현한 하나님이 소원을 말하라 하자 그는 '지혜'를 청구하는데, 여기서 지혜는 '꾀'가 아니라 '이해하는 마음(לֵב שֹׁמֵעַ)'이었다. 이 이해의 마음으로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드러냄으로써, 하나님의 집의 불을 밝혔다. 이 '이해하는 마음'이 바로 마인드 스톤이다.

어벤져스3
▲The Reality Stone.

그러나 솔로몬 성전은 영원하지 못했다. 파괴된 것이다. 외부적 요인도 있었지만, 내부적 부패로 파괴되었다. 그리하여 영원한 성소로 새로 짓게 된 성전이 이른바 '손으로 짓지 아니한 성전'이다. 그러나 손으로 짓지 아니한(Αχειροποιήτου) 성전은 환영이 아니라 실재인 사실은 신체 곧 피로써 증명되었다. '살과 뼈', 그 피가 리얼리티 스톤이다(눅 24:39).

어벤져스3
▲The Power Stone.

이 모든 역사는 하나님의 자아(Ego) 안에 들어 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는 말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였다"는 문장에 대한 응답으로, 모든 이야기, 모든 사건, 모든 약속..., 그 모든 것이 하나님 문장 안에 들어 있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에고(ἐγὼ)를 알파(Ἄλφα)와 오메가(Ὦ)로 표지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없다면 모든 것은 없는 것이며, 하나님이 계시다면 모든 것이 있는(I AM) 것이다. 이 에고가 권능(Power)의 원천이 되었다. 바로 파워 스톤이다.

어벤져스3
▲The Time Stone.

그리하여 이 창조의 시간에 의거해 전개되는 역사를 우리는 막을 길이 없다. 아버지의 시간 '크로노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한 방도가 있기는 하다. 바로 메타노이아(μετάνοια). 메타노이아는 '바꾸다'는 전치사 메타(μετά)와 '숙고한다'는 뜻의 동사 노에오(νοέω)가 합쳐서 된 말이다. 즉 생각을 바꾸면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을 수 있다. 기독교에서는 이를 회개(μετάνοια)라 부르며, 그래서 이 돌은 시간성이기에 타임 스톤이다.

어벤져스3
▲The Soul Stone.

끝으로 소울 스톤. 소울은 유령이 아니라 생명이다.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소지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유일한 자기 생명을 누구나 아끼고 사랑하게 되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통증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생명이 소멸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사랑은 생명이 원천이다. 생명에서 전이되는 것이니까.

또한 이 생명을 원천으로 남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길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사랑이라 부르며, 그래서 "사랑은 여기 있으니(요일 4:10)"라 한 것이다. 자연 상태의 소울이 부모에게서 파생되었다면, 우리의 생명은 하나님이 보내신 아들이 (자기 것을) 내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3

다음은 상기의 여섯 가지 돌이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이다.

어벤져스3
▲스페이스 스톤을 쥔 레드스컬 박사(어벤져스1).

스페이스 스톤(The Space Stone, blue). 공간을 조종하는 기술이다.

이 공간 조종술을 쓰는 자들은 교회가 안(內)이라 했다 바깥(外)이라 했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다가, 결국에는 밖이 성소라는 합의 결론에 도달시켜 그 변용된 공간을 통해 사람들을 차지한다. 이 기술을 변증법이라 부른다.

물적 토대를 자기들 것으로 바꾸는 이 기술은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거쳐 시대의 옷을 갈아입고 재등장하는데, 그것은 마치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머리 둘이 나오는 원리와 같다. 현대적 의미의 마르크시즘은 사회복지 형태로 변종 양상을 띠고 있다. 종교가 사회복지로 귀속되는 양상은 그런 이유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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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스톤(The Mind Stone, yellow). 마음을 조종하는 기술이다.

<어벤져스1>에서 타노스로부터 악의 위임장을 받아 지구로 온 로키가 사람들 몇 명을 시범적으로 잔인하게 살해한 후, 겁에 질린 군중을 향해 이렇게 연설한다. "꿇으라." "꿇으라." "나에게 무릎을 꿇으라!" "너희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안다. 지배받기를 원하지?" "겉으로는 자유를 원하지만 사실은 지배당하길 원하지?"

그 위엄에 압도당한 군중의 마음이 동요한다. 심리 속에 있는 피지배 욕망이 살아나는 것이다. 이때 로키는 사람들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바로 이 마인드 스톤이 박힌 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자기네 이념의 편에 선 자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법의 자비로, 반대 노선에 선 자들에게는 한없이 잔혹한 법의 편백됨으로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이 마인드 스톤의 환각에 빠져 정의로운 공범을 자처한다.

어벤져스3

리얼리티 스톤(The Reality Stone, red).

물을 (죽음의 피)로 바꾸는 능력, 물을 포도주(생명의 피)로 바꾸었던 능력을 차용해, 포도주가 실재(그리스도의 피)로, 떡이 실재의 살로 바뀐다고 가르친 중세교회는 지옥에 간 사람도 천국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 문제의 리얼리티는 개혁되었지만 개혁교회에서는 사람의 말이 떡이라고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는 현대 사회에서 거의 지옥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리얼리티를 낳았다. 한 마디로 죽음과 생명의 고결한 피가 물방울 같이 오용되고 있다고나 할까.

영화에서는 타노스의 리얼리티 스톤 능력으로, 타노스를 저격하려던 총이 물방울 총으로 변하였다.

어벤져스3

파워 스톤(The Power Stone, purple).

에고(Ego)를 통한 창조 능력의 가장 부정적인 사용은 아마도 "사람이 자신의 형상대로 하나님을 창조한" 예일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모든 세계를 창조한다. 이런 트랜드가 지배하게 된 현대 사회에서는 교회도 예외 아니다. 믿음, 신앙..., 모든 면에 있어 자신이 재구성한 것을 하나님이 제정하였다고 가르친다.

포이에르바하에 의해 담지되고 칼 마르크스에 의해 실현된 저 교시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뒤늦게 복고되고 있다. 교회론, 희년, 토지 개념, 동성애, 성평등..., 그 모든 신학적 정위를 뒤집고 있는 것이다.

어벤져스3

타임 스톤(The Time Stone, green).

시간의 가장 그릇된 사용은 앙갚음이다. 시간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시간의 모든 기록을 인위적으로 다시 고침으로써 아버지(의 시간)에 대한 앙갚음을 정의(justice)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란 무엇을 다시 썼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닌데도, 그와 같이 새로 태어날 자식들의 시간을 집어삼킴으로써 진정한 악마적 크로노스에 공양하고 있다. 상기의 파워 스톤과 다른 점은 타임 스톤은 역사 수정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더 시간성에 종사한다.

어벤져스3

소울 스톤(The Soul Stone).

영혼에 대한 가장 큰 이 시대의 괴리감은 영혼을 대하는 이중성에서 나타난다. 이를테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주문한 목회자들이 북한에 폭침·피격당한 우리 군인 유족들과는 도무지 울지 않는 이중성, 이를테면 대형교회의 세습은 피켓 들고 결사 항전을 다짐하지만 북한의 세습에 대해서는 아무런 저항감이 없는 이중성 따위이다.

이와 같은 이중성으로 "내 백성을 떡 먹듯이 먹으면서 하나님을 부르지 아니하는 것(시 53:4)"은 아닌지....

이영진 교수
이영진 교수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이다.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보수적인 성서 테제들을 유지해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신학자로,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