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가 지난 1일 '동물 세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오는 6월 총회를 앞두고 일부 주교들이 제출한 '하나님의 창조의 모든 것(All of God's Crea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일부 주교'들은 "주교회의 참석자들은 환경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와 동물의 감성과 의식에 대한 인식의 증가를 고려하여, 애완 동물을 위한 전례를 소개하는데 대한 의미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장을 맡은 제임스 그래함 목사도 "하나님 나라는 창조 질서를 포함한 모든 창조물의 회복에 관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애완동물들에게 물을 뿌려주는 의식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비롯한 다른 애완동물들도 만물의 부활에 온전히 포함됨을 상징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례는 육체가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남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범죄하여 죽을 수밖에 없는 인류에게 당신의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핏빛 사랑의 산물이다. 물론 세례 그 자체가 회개나 구원을 상징하진 않지만, 자신의 죄를 씻고 새 삶을 찾는다는 거룩한 의미가 들어 있다.

다 그만두고 이 '일부 주교'들에게 한 가지만 묻고 싶다. 동물들이 죄를 짓는다는 것인가? 세례는 죄인들에게 행하는 것이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어서 세례를 행하는 것이지만, 인류만이 죄를 지었기에 구원이 필요한 것 아닌가. 아담으로부터 쌓일대로 쌓인 인류의 죄악 때문에 이 우주의 모든 피조물들은 지금도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은가.

만약 성공회가 그럼에도 동물들에게 세례를 꼭 줘야겠다면, 그 범위를 '애완동물'로 한정해선 안 될 것이다. 그래함 위원장이 "우리는 모두 영장류"라고 농담했던 것처럼, 영장류를 비롯해 호랑이부터 모기까지, 노아의 방주에 탔던 모든 생물들에게 각기 종류대로 세례를 줘야 할 것이다. 예쁘고 귀여우며 말 잘 듣는다는 이유로 '애완동물'들만 세례 받고 구원을 얻는 것은 인간들, 아니 영국성공회의 '갑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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