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맞아,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고난을 묵상하기 좋은 도서들을 소개한다.

삶을 선택하라

로완 윌리엄스 | 민경찬·손승우 역 | 비아 | 256쪽 | 15,000원

'성육신과 부활에 관한 설교'라는 붑제처럼, 저자가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로 활동하던 2002-2012년 했던 성탄절과 부활절 설교들을 모았다. 1부 '성육신에 관하여(성탄절)'가 10편, '부활에 관하여(부활절)'가 11편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부활절과 성탄절은 그리스도교인에게 삶의 의미를 분명하게 밝혀주는 날"이라고 말한다. "부활은 하느님과 인류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어떻게 생각할지, 둘을 어떻게 연관 지을지, 이에 관한 모든 생각의 풍경을 바꾸어 놓는 사건입니다. 성탄절은 이 부활을 가능케 한, 하느님과 인류의 신비롭고도 유일무이한 결속을 기념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매년 돌아오는 이 두 절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다. "두 축일은 모든 설교자에게 커다란 도전입니다. 성육신 사건과 부활 사건에 관한 이야기들과 교리들을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 인류의 역사를 전환케 한 이 사건들을 과연 충분히 말할 수 있을까요? 2,000년 동안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지성과 상상력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한 이 사건들을 어떻게 생동감 있게 전할 수 있을까요? 독실한 그리스도교인뿐 아니라 더 광범위한 청중에게 이를 어떻게 선포할 수 있을까요?"

같은 생각으로 책을 펴든 이들에게, 저자는 다양한 본문을 통해 성탄과 부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본서의 제목과 같은 설교 '삶을 선택하라(막 16:1-8, 벧전 2:4)'에서 "부활절은 예수를 통해 하느님께서 하신 활동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감지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날"이라며 "교회의 모든 활동은 예수를 투명하게 드러내야 하고, 교회는 그분의 임재를 가로막거나 가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 "교회의 존재 목적은 사람들이 믿어야 할 것을 독단적으로 규정해 역사의 흐름을 거치며 바뀌는 지배 계층에 들러붙어 수 세기에 걸쳐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며 "교회는 교회에 속한 이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나자렛 예수를 살아 있는 동시대 인물로 만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전한다.

저자는 "부활 사건에 담긴 메시지의 본질에 관한, 그리고 신약성서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속지 말라"며 "우리는 오늘날에도 그들과 동일한 위험을 감내하고 그들이 마주했던 신비와 씨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저 약속이 오늘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는 이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오늘날에도 순교자와 신비가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저자는 부활과 성탄에 대해 너무 식상하지도, 너무 생뚱맞지도 않게 '오늘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