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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선교지 내려놓고 몽골 떠났더니… 찾아온 가난과 고립

기독일보 la@christianitydaily.com

입력 Mar 11, 2018 11:31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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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재 선교칼럼 4] 선교사와 데스티니(Destiny)의 발견

 

▲페트병을 모아 갖다주면 생필품 쿠폰을 주는 재활용센터에서, 아내 이계심 선교사. ⓒ윤 총장 제공
(Photo : ) ▲페트병을 모아 갖다주면 생필품 쿠폰을 주는 재활용센터에서, 아내 이계심 선교사. ⓒ윤 총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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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을 내려놓고 겪은 삶의 위기: 가난과 고립

울란바타르대학교 총장직을 내려놓고, 선교지에 입국한 지 18년 만에 안식년을 가지려니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지 잘 몰랐습니다. 한 번도 미국에 가본 적이 없어서 비자 서류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풀러 선교대학원에서 초청장을 보내주셨고, 어렵게 학교 근처 선교사 안식관(PMH)에 입주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후원교회는 안식년 기간이니 후원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오랫동안 몽골어로만 일하다가 미국에 입국하니 영어도 잘 알아듣기 어렵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생활비가 많이 부족해서 부자 나라에 가난한 선교사가 지내는 것이 여러모로 크게 위축되고 기가 죽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몽골에 들어가지 않기로 하니 다음 사역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인지 불안하기만 했고, 또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몽골 선교를 정리하고, 맨주먹으로 50대 초반 중년 가장으로 낯선 미국 땅에서 갑자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관계도 많이 깨진 것 같이 여겨지고, 내게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상실감을 깊이 느끼며 나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가진 것 없이 아는 사람도 없이 돈 없이 외롭게 사는 것,-'가난과 고립,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것이 저의 하프 타임(Half Time), 안식년 기간을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삶의 위기 가운데 생의 시간선(Time Line)을 분석하다

고립 속에 개인 시간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지나 온 삶의 여정들을 시기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것을 인생의 시간선(時間線, Time Line) 분석이라고 합니다.

시간선 분석에는 학력과 경력뿐 아니라 중요한 사건들, 관계 변화, 인식의 방향전환, 생의 위기, 패러다임의 전환 등이 포함됩니다. 로버트 클린턴 교수의 지도력 개발 이론이 당시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는데, 지도자에게 닥치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지도력이 형성(Formation)된다고 합니다.

 

윤순재
▲로버트 클린턴의 '지도력 형성 공식'.

선교사 또는 지도자들이 겪는 위기는 고립, 갈등, 삶의 위기 등으로 나타납니다. 이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다루심에 대해 사역자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이런 것이 하나님의 길이라면 나는 그런 하나님과 더 이상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 ①분노와 좌절감, ②관계 단절로 더 큰 고립감, ③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나를 연단시키시는 하나님! 제가 이때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하면서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 이 위기 속에 담긴 의미를 발견합니다.

그러면 ①고립 상황에서 주시는 위로를 경험하고 ②그 상황에서 벗어나며, ③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위로를 주는 사역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위기를 많이 겪고, 잘 극복한 사람에게 영적 권위가 생깁니다.

◈나의 데스티니(My Destiny)를 발견하다

저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금 처한 위기를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런 태도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내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들(진학, 전공, 결신, 진로결정, 결혼)과 위기의 순간들은 하나님께서 저를 다듬어 가시고 훈련시키시며, 지도력을 기르도록 깊게 다루셨음(deep processing)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각한 사건과 위기를 통해 저의 생활 태도와 생각의 관점이 바뀌고 업무나 사역의 패러다임도 전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때 발견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제 이름 순재(Soonjae)가 몽골 이름인 것
②라마불교 국가에서 일하라고 불교재단에서 설립한 고등학교에서 불교에 대해 공부한 것
③사범대를 가기 원했지만 경영학을 전공하게 된 것
④농촌보건의 선구자 이영춘 박사를 알고 난 후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⑤대학 졸업 후에 군대에서 행정병(교육계)으로 복무한 일
⑥중학교 때 여의도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에서 결신한 일

 

윤순재
▲몽골을 떠날 때, 공항에 전송 나온 현지 지도자들. ⓒ윤 총장 제공

내게 일어난 사건 하나 하나가 제 인생에 몽골 선교사로서 대학을 경영하도록 준비시켜 주신 하나님의 계획이며, 나의 운명(My Destiny)이자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데스티니를 발견하고 나니 제 삶의 목표와 방향이 아주 선명해지면서 힘이 솟아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힘든 일을 겪었을 때 가졌던 의구심이나 원망이 사라지고, 나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 속 산만한 부분들이 정리되고,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대범하게 넘어가는 여유를 얻었습니다. 주어진 직책이나 조건보다 사역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 일을 충실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정서적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선교사이든 목회자이든, 모든 크리스천은 자신의 인생의 데스티니를 발견하게 될 때 엄청난 감격과 희열,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우리 각자의 인생에 하나님이 계획하신 명확한 삶의 목적과 이유가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처해있는 환경과 여건이 지극히 어렵더라도 자신의 데스티니를 발견하고 이루어갈 때 우리는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한 느낌을 경험합니다.

선교지에서 이뤘던 모든 성취를 내려놓고 심각한 가난과 고립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한 기쁨과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후반기는 '선교와 교육(mission & education)', 두 단어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윤순재 
전 몽골선교사(1992-2012)
현 주안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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