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형교회 옹호자가 아니다"

-회심과 함께 이전에 가졌던 사상이나 이념도 전부 바뀌었나?

"단순히 개종만 했던 건 아니다. 세계관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생명을 보는 관점도 그랬다. 유물론에서 생명은 그저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독교가 말하는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사실 진짜 인권은 여기서 나온다. 그렇게 내 철학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일부는 '극우 인사' 내지 '대형교회 옹호자'라고 교수님을 비난한다.

"나는 누구보다 기독교를 적대시 했던 자다. 그래서 교회를 향한 그런 공격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교회 개혁한답시고 마치 적폐청산 하듯 접근하면 안 된다. 교회를 해체하려는 자들과 손을 잡으면 그건 개혁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그걸 경고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대형교회를 옹호하는 것인가? 개혁을 하더라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 역시 교회 안에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안다. 그걸 바꾸려면 그 행위 또한 교회다워야 한다.

신앙은 성숙하지 않았는데 덩치만 큰 교회가 있다면 어차피 그런 교회는 오래 못 간다. 그런데 마치 정치 투쟁하듯 고소 고발을 남발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진다. 교회들끼리도 대형교회와 소형교회를 구분 지어 그 둘이 서로 착취와 피착취 내지 억압과 피억압의 관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정말이지 큰일이다."

-급진적인 기독교 진보 진영을 향해 하는 말인가?

"정확히는 기독교 좌파에 하는 말이다. 사회적 혁명하듯 하지 말라는 거다. 기독교는 단지 머리로만 이해할 수 없는 종교다. 왜 예수만이 유일한 길인가? 회심한 자, 예수를 만난 자만이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자에게 이는 그저 독선일 뿐이다. 그들에겐 서로 더불어 잘 살자는 '다원주의'가 오히려 진리다.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예수 외에는 길이 없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꼴통' 소리를 듣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예수를 믿으면 '꼴통'이 되는 세상, 실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걸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교회를 다닌다고 선뜻 말하지 못한다고 하니.

"이미 서구의 분위기가 그랬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감추면 감출수록 마치 젠틀한 사람이 되는 양... 그런데 서서히 바뀌는 것 같다. 스스로 진보적이라며 오픈한 교회보다, 그럴수록 본질로 돌아가 예수를 더 붙든 교회가 거꾸로 살아나고 있다. 그런 곳에서 회개가 터지고 부흥이 임했다. 이게 진짜 교회 개혁이다."

"자율 납세가 옳았다"

-종교인 과세는 왜 반대했나?

"세부 과세기준안이 처음 나왔을 때, 불교의 과세 항목을 봤다. 그 중에 '6세 이하 보육지원비'라는 게 있더라. 조계종에서는 6세 이하의 자녀가 있으면 쫓겨난다. 반면 결혼을 허락하는 불교 종파도 있다. 불교 안에서도 이렇게 형평에 맞지 않는 과세안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조계종에 혜택을 주려고 만든 것이냐? 아니다. 불교는 큰 관심사가 아니고 기독교가 목표라는 거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기독교의 과세 항목은 매우 자세하고 분명했다. 교회를 속속들이 아는 자가 자문을 해준 게 틀림없다. 정작 기재부의 담당 사무관은 잘 모른다.

교회 재정이 투명해야 하고 그 지출이 건전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교회가 국가 권력 아래로 들어갈 순 없다. 스스로 신고해서 내는, 자율 납세가 옳았다고 본다."

-그래도 국민 여론은 과세로 기울었다.

"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목사는 호화생활이나 하고 교회는 악을 저지르는, 그런 어둠의 세력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회는 결코 그런 곳이 아니다. 목사 마음대로 재정을 쓸 수 있는 교회는 실제 많지 않다. 내가 군법사로 있을 때였다. 부대 안에 있는 교회가 시설을 수리하는 데 무슨 절차를 그렇게 거치는지. 답답해서 차라리 내가 수리비를 주고 싶었을 정도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회가 사회에 환원하는 재정의 비율을 따져보라. 어느 교회를 찍어도 타종교보다 낮지 않다. 욕을 먹는 교회조차도 많은 액수를 그렇게 쓴다. 또 국가적 위기 때마다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많은 역할을 했던 곳도 교회다. 하지만 이런 건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가 부모1 부모2가 될 경우

-이번에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책을 냈다.

"그야말로 해체의 시대다. 인간이, 가정이, 교회와 국가가 젠더 이데올로기에 의해 해체되고 있다. 유럽이 먼저 이런 길을 갔다. 그런데 요즘 반성하는 분위기다. 국가라는 개념을 비웃으며 해체로 가다가 시리아 난민 사태를 겪으면서 돌아서려 한다.

문제는 우리다. 유럽은 해체해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면 된다. 소련이 이미 붕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에는 북한이 있고, 그와 국경을 맞댄 중국이 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가정과 국가, 산업 자본주의를 해체했을 때 그걸 저들이 접수하면 끝이다.

해체의 철학과 이념이 법으로 세팅되면 해체가 실제로 일어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안달하는 이유다. 이토록 인권에 목을 매는 이들이 북한인권에는 침묵한다. 아무튼 그런 법이 제정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느냐, 일단 가정이 무너진다.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을 못 쓰게 한다. 대신 부모1 부모2로 부르게 한다. 그럼 '아버지' '어머니' 할 때의 감성이 사라진다. 그런 자가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을까? 그렇게 무신론과 유물론이 주입된다. 당장 우리 눈앞에 닥친 위험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북유럽 사민주의와 프로테스탄트
"정교분리? 착각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말씀하셨는데, 제법 많은 이들이 사회민주주의 같은 북유럽식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북유럽에서 그런 대안적 사회주의가 가능했던 건 그들이 프로테스탄트 문화권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는 참된 신앙 안에서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을 빼고 나와 네 것의 구분을 없앨 수 있을까? 프로테스탄티즘의 강력한 윤리가 뒷받침 되어야 할 수 있는 게 대안적 사회주의다. 감성과 이상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북유럽 타령을 한다. 그런 자에게 당장 월급의 반을 내놓으라 하면, 순순히 내놓을까? 아마 나 말고 저 사람 것 먼저 가져가라 하겠지. 그런 걸 강제로 하겠다면, 공산주의와 다를 게 없다. 결론은 하나님이 있어야 된다는 거다. 영국도 청교도 혁명 이후 명예혁명 등 오랜 기간에 걸쳐 성숙해 왔다. 법의식도 상당한 수준이다. 그런 유럽마저도 하나님과 멀어지니 엉뚱한 길로 간다. 풍요는 있는데 삶의 이유를 몰라서 젊은이들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한다.

또 다른 문제는 그런 대안적 사회주의에 대한 요구를 틈타 다른 판을 짜려는 세력들이 있다는 거다."

-대부분 교회는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소위 '정치적' 문제들과 거리를 두려 한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대한민국의 건국사는 교회사와 거의 맞물린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사실상 기독교인들이 건국 세력이었다. 그들은 조선에서 희망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등 서구의 근대 사상을 받아들여 대한민국을 세웠다. 3.1운동 등 일제에 저항했던 많은 이들 역시 기독교인들이었다. 자, 보라. 만약 그들이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정교분리를 착각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내가 그것을 왜곡해 퍼뜨린 장본인이다. 그러니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정교분리는 신앙과 세상을 분리시키라는 말이 단연코 아니다. 그건 정교분리 원칙을 처음 내세운 미국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정부가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종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 그것이 정교분리다. 한 마디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교분리가 있다.

한국에는 소위 칼빈주의자들이 많다. 그런데도 정교분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의아하다. 칼빈이 뭐라고 했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하나님의 섭리가 '바늘 꽂을 틈도 없이' 나타나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중립이라는 그럴 듯한 말로 세상과 신앙을 분리시키는 것이 정교분리가 아니다."

이정훈 교수
▲이 교수는 최근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강남에 사무실 하나를 차렸다. 그곳에서 "사역의 제2막"을 열겠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해체해서 어떻게 하자는 건가?"

-그렇다면 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나?

"해체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이들에게 기독교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나도 한 때는 그렇게 믿었다. '기독교 윤리를 무너뜨려야 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 그들은 실제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GM(성 주류화)과 혐오라는 표현을 앞세워 교회의 입을 막는다. 혐오세력이라는 굴레를 씌운다. 아이들에게 일주일은 남자 옷을, 또 일주일은 여자 옷을 입히자고 한다. 이런 게 정착되면 교회가 쓰러진다. 영국도 평등법 이후 교회가 힘을 잃었다. 성과 생명의 윤리가 차례로 무너졌다. 낙태에 대한 저항감이 없어진다. 그러니 프로테스탄트(protestant)가 여기에 저항해야 한다."

-왜 하필 GM을 앞세우나?

"자본주의와 국가를 해체하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런데 GM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성윤리를 먼저 해체시킨 것이다. 빌헬름 라이히(오스트리아 태생의 정신분석학자-편집자 주)가 그런 사상의 단초를 제공했다. 마르크스주의가 실패한 것은 억압된 인간을 먼저 해방시키지 못한 탓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인간이 성적으로 억압된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체를 시도한다. 하지만 그 이후가 없다. 해체해서 어떻게 하자는 건지.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도 못하는 상태에서 자란 아이가 받게 될 고통이 얼마나 클지, 그들은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인권과 평등을 말하며 아름다운 지상의 유토피아를 말하지만, 그것은 이상(理想)에 불과하다. 인간 해방을 부르짖으나 인류 파멸에 다름 아니다."

이젠 온라인에서... 사역 2막
위기지만 또 하나의 기회

-지난해부터 국내외 여러 교회에서 이런 주제로 강연을 많이 하셨다.

"정말 바빴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기획부처장직을 내려놨다. 한의사인 아내도 나를 돕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우아하게 그냥 살 수도 있었다. 이민을 갈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더 잃을 게 없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간다."

-계속 교회들을 다니며 강연을 할 건가?

"아니다. 앞으로 개교회는 가급적 안 가려 한다. 지금까지는 다급하니 일단은 깨우자는 심정으로 닥치는 대로 다녔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다. 좀 더 차분하게 전략을 짜고 정책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법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할 생각이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늘 사후에 대응했다. 사전 준비가 절실한 때다. 그래서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함께 최근 강남에 사무실을 하나 마련했다. 이곳에서 한국교회를 깨우고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 어쩌면 내 사역의 2막이다."

-다음세대를 준비한다고 하셨는데, 정말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030세대가 소비되지 않고 제대로 성장해서 바른 신앙을 갖게 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 그것이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사명이 아닐지. 그러자면 교회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끝으로 못 다한 말이 있다면

"지금이 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히려 회개할 수 있는 기회인 것도 사실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언제나 부흥은 회개가 있는 곳에 임했다.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이들이 더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 그들의 헌신을 통해 이 나라도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나도 노력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