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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지 마

기독일보

입력 Feb 09, 2018 07:19 A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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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Pixabay

ⓒPixabay

"아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내에게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아요. 침대에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는 마흔두 살, 결혼 9년 차로 두 아이의 아빠이다. 그는 초등학교 신임 교사였고, 아내는 이름 있는 입시 학원의 영어 강사였다. 아내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가 말했다. "나, 학교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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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삶이 불안정하더라도 올바른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일은 기독교 대안학교 교사였다. 공교육 교사보다 월급은 적지만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났을 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학교가 지방으로 이전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에게 시골에 내려가서 살자고 얘기해 봤자 싫어할 것이 뻔했다. 그는 고민 끝에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주말 부부로 살기 시작했다.

그는 주말마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가족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는 아내가 불평할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의 짜증은 날로 심해지더니 마침내 입을 닫아버렸다. 아내가 입을 닫은 날을 기억한다. 목사님이 심방을 오셨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아내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서 심방을 요청했고,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아내는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목사님은 감사하는 삶에 대해 설교했다. 남편이 미리 목사님께 상황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가신 후에 아내는 침대에 눕더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기 시작했다.

"저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교직을 유지했어야 하나, 이사를 갔어야 하나, 둘째를 늦게 가졌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내는 더 이상 제 말을 듣지 않아요. 같이 상담을 받자고 했지만 아내는 그럴 생각이 없다더군요."

이것은 남편의 실수다. 과정 없는 '결론 제시'는 아내에게 상처가 된다. 남편은 가정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것을 정리하지 않은 채 아내에게 전달하면 결론 없는 대화가 될 것이 뻔하다 생각하고,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윤곽이 잡히고 나서 아내에게 통보한다.

"나, 학교 그만두기로 했어." "우리, 주말 부부 하자."

아내는 단번에 거절한다. 남편에게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표정이 돌처럼 굳는다.

남편이 묻는다. "그럼, 당신 생각은 뭔데?"

아내가 대답한다. "몰라. 그런데, 그건 아니야."

남편은 아내가 '대화가 안 되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두 번 다시는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을 내리겠다 결심한다. 이 패턴이 자꾸만 반복된다. 남편은 생각 없는 여자와 살고, 아내는 이기적인 남자와 산다.

상황을 바꾸려면 '결론 제시'가 아니라 '과정 공유'가 필요하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복잡한 상황 그대로 아내와 공유해야 한다. 그가 혼자 내린 결정으로 아내를 설득해서는 안 된다. 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다 보면 아내가 "걱정 그만하고,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말할 것이다.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또 과정을 공유하면 진심이 전해진다. '이 사람에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하구나'라는 신뢰를 얻은 남편은 존경을 받는다. 자신보다 아내와 아이를 배려한다고 느끼면, 남편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역시 가족을 위해 삶의 한 부분을 포기하며 산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내의 "걱정 그만하고 당신이 알아서 해."라는 말에 담긴 속뜻은 이렇다.

"당신이 우리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 우리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도 알고. 그러니 이제 걱정 그만해. 당신이 결정하면 따를게."

이것은 아버지 세대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한국에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 아내에게 시시콜콜 일상을 말하는 남편은 수다쟁이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나는 아직까지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해서 아내에게 무시당하는 남편을 만나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 경우를 많이 보았다. 번거롭더라도 최선을 다해 과정 자체를 아내와 공유하기 바란다. 아내를 위해 희생할 것은 희생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려는 의지를 갖는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며 살 수 있다.

정말 그렇다.

-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라』 중에서
(김유비 지음 / 규장 / 280쪽 / 15,000원)<북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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