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목사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CCTV 영상에서 교주 임 씨와 딸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 ⓒ방송 캡처
(Photo : ) ▲이 목사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CCTV 영상에서 교주 임 씨와 딸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 ⓒ방송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0일 오후 '강변의 미스터리: 가평 목사 부부 사망실종' 사건을 파헤쳤다.

 

방송에서 미국 뉴저지 한인교계에서 신망이 높았던 이모 목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으로 사이비 교주 임모 씨를 지목했다.

절도죄 때문에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돼 있던 이 목사의 아들 또한 이 목사가 자살이 아닌 임 씨 등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당일 이 목사의 딸은 임씨와 함께 가평 강가에 그를 태우고 왔던 사실이 CCTV 분석 결과 드러났고, 임씨와 이 목사의 딸은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일체 거부하고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해당 방송은 먼저 '자살'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리려 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 목사의 시신이 발견된 11월 밤 그곳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깜깜한 밤에 얼음장 같은 강물 상태였으며, 수영선수 출신인 이 목사가 강물에서 자살하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범죄 전문가의 인터뷰도 공개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사건 얼마 전 딸은 이 목사 부부가 기도원에 다녀오는 사이 살던 집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여권과 통장까지 싹 가져갔으며 이 목사 부부의 물건을 내놓았다고 한다. 딸은 그 사이 전화번호도 바뀌어 있었다.

다른 목격자들은 "노부부가 늘 근심에 쌓여 있었다", "돈이 없어 식사도 못 하시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더구나 이 목사는 뉴저지한인교회협의회 2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미국 교계에서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가 설립한 교회는 뉴저지 지역에서 가장 초기에 세워진 한인교회였으나, 이 목사는 한국으로 들어올 당시 교회를 처분했다.

당시 지역 교계에서는 "교회를 팔 때 이단에게 팔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어떻게 그 목사가 그런 이단에 빠질 수 있는가" 하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4대째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고 아버지도 동생도 목회자였던 이 목사가 집안의 명예와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를 팽개치면서 한국에 들어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사이비 교주 임 씨에게 빠진 것이었다.

목격자들은 "가장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임 씨가 전쟁이 난다고 예언한 날짜가 2014년 10월 18일이었고, 이 목사 부부는 한국에 온지 이틀만에 예언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그런데 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3년간 임씨를 따르고 함께 살았을까"라고 했다.

임 씨가 이끌던 사이비 집단 '거룩한 무리'에 있다 탈퇴한 미국 신도들은 "임 씨와 이 목사 부부가 한국을 갈 때부터 이런 일을 예견했다"고 진술했다.

임 씨는 지난 2009-2011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예언기도를 해 주는 목사로 이름을 알렸다. 탈퇴 신도들은 "사람 마음을 터치한다", "힘든 사람을 살아나게 한다", "진짜로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들 때 그 사람을 만났다", "진짜 알기 어려운 자신만의 비밀을 맞춘 것이 있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 목사 아들과 탈퇴 신도들은 "아버지의 영적 체험 중 하나가 젊은 시절 하나님 앞에 불순종했을 때 꿈에 용이 나타나 옆구리를 문 것이었는데, 임 목사가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 '지옥에서 나타난 용이 있다'고 했다"며 "아버지는 혈기가 많았고 폭언과 폭행도 하셨다. 저와 여동생과 어머니에게 임 씨는 '이런 상처는 저 붉은 용 때문이고 잡아야 한다'고 했다. 딸을 파수꾼으로 지목한 후 아버지를 감시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임 씨와 이 목사의 딸이 이 목사를 내려주고 돌아갔다는 강변에서 김상중 씨가 이야기하고 있다. ⓒ방송 캡처
(Photo : ) ▲임 씨와 이 목사의 딸이 이 목사를 내려주고 돌아갔다는 강변에서 김상중 씨가 이야기하고 있다. ⓒ방송 캡처

 

 

임 씨는 이 목사의 딸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로 보지 말고 용으로 보고 꾸짖어라"고 지시했으며, 급기야 이 목사 부부를 감금하기까지 했다. 4-5개월간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식사만 하게 했으며, 5-6세가 보는 뽀로로 만화만 보고 다른 TV 프로그램도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신도들은 "그 사람의 말은 곧 법이었다", "모든 걸 지시에 따라야 했다", "인간관계까지 통제했다", "누가 자기보다 친한 걸 못 보고 부부끼리 사이좋은 것도 참지 못했다", "영적으로 더럽다고 다 분리시켰다", "신도들끼리도 친하지 못하게 했다" 등을 털어놓았다.

알고 보니 임 씨는 국내 교단에서 제명 처리된 인물이었다. 임 씨가 속한 한국 교단에 연락했더니, 대뜸 "그 사람 거기 있습니까?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켜 5-6개 교회가 문을 닫곤 해서 2008년 9월 영구 제명시켰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죽음에 임 씨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는 "신도들에게 죽일 거라고 저주를 퍼부었는데, 죽인다는 이들의 공통점은 다 익사였다"고 했다.

경찰은 "임 씨 노트에 '물 속에 들어가면 영혼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구절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진술은 일체 거부해서 이 목사를 자살로 처리하고 자살방조죄로 딸과 임 씨를 구속시켰다"고 했다.

이 목사의 아들도 "강으로 가서 정결의식을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임씨는 끊임없이 신도들의 죽음을 언급했다"고 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김상중 씨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사이비 종교단체들은 소규모로 인터넷이나 SNS를 활용해 드러나지 않게 신도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더 은밀하고 깊이 빠져서 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도 과거에 비해 더 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희망적인 사실은 함께 실종된 이 목사 부인이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것. 한 기도원 직원은 "2018년 1월 1일 이후 부인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후 행적도 오리무중이다.

이렇듯 '사이비 종교'에 한 번 빠지면 심할 경우 죽음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각 교회는 성도들이 혹여 사이비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기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