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국 교수들 1천명의 설문으로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뽑혔다.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불교 용어이다.

이는 두말 할 것 없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그리고 새 대통령 선출과 새 정부의 적폐청산 등 일년의 사태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파사(破邪)'에만 열중하는 듯한 현 정부에게 '현정(顯正)'으로 나아갈 것에 대한 주문이다.

비록 불교 용어이지만, 올해 상황에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가 아닐 수 없다. 성경에도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그리하면 그가 긍휼히 여기시리라 우리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그가 너그럽게 용서하시리라(사 55:7)" 등의 구절이 있다.

'파사현정'을 선택한 교수들도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눌렀던 상황에서 시민들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바르게 세울 기반이 마련됐으니,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다.

'파사현정' 외에도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적으로 제도를 개혁한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일의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 나라를 다시 중흥시킨다는 뜻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재조산하(再造山河)', 몰라볼 만큼 좋게 변했다는 '환골탈태(換骨奪胎)' 등이 거론됐다.

교수들이 기본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기에 그렇겠지만, 최근 선정되고 있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비관적인 내용이 많다. 옳고 그름을 바꾼다는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나라 상황이 온통 어지럽다는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2015)',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등이다.

이렇듯 갈수록 어두워지는 세상 가운데,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마땅히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회는 빛과 소금은커녕,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들이 왕왕 일어나고 있다. 사실 교회가 예전과 달리 빛을 잃고 있기에, 이 사회도 더욱 빛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새해를 앞두고, '파사현정'의 자세로 내부의 산적한 적폐들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함으로써 깨부수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야 한다. 특히 모든 것을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신자유주의 세대를 본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회개'가 선행돼야 한다. 성탄과 연말을 맞아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각 개인과 공동체의 한 해를 돌아보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회개할 것은 회개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018년 새해를 맞아야 할 것이다.

 

▲광화문 촛불집회
(Photo : ) ▲광화문 촛불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