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동대 교수로 임용된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씨가 지진 2주만인 11월 29일 당시 경험을 전했다.

이지선 교수는 "땅이 흔들린다는 것은 눈 앞에 보이는 것, 내 손에 닿는 그 어느 것도 붙잡고 의지할 것이 없다는 공포였다. 눈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땅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으니까"라며 "19층에서 느낀 공포는 이렇게 흔들리다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이제 곧 내가 있는 이 21층 아파트가 휘청휘청 도미노처럼 넘어가겠구나 싶은 공포였다. 참 많은 공포를 경험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지진의 공포는 정말 새로운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한 차례 긴 지진이 끝나고도 금방 일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 뭘 챙겨서 나가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정신차려 정신차려' 혼잣말을 해대면서 일단 가스를 잠그고, 외투와 오전에 입었던 치마와 가방을 챙겨 나왔다"며 "진앙과 더 가까웠던 학교에서는 저보다 더 심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 중 너무 감사하게도 큰 사고 없이 4천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운동장으로 모였고, 모두 놀라고 두려웠던 순간에도 서로를 보듬고 걱정하며 토닥이는 눈물 나는 장면들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시는 것처럼 학교는 피해를 꽤 많이 입었다. 여러분이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보셨던 벽돌이 떨어지는 건물이 제 연구실이 있고 또 강의하는 건물인데, 이름이 '느헤미야홀'이다"며 "성경에 기록된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했던 사람이 느헤미야다. 지금 그 느헤미야홀을 비롯한 한동대 건물들은 보수와 복구가 한창이다. 학교는 뉴스로 접하는 것보다는 훨씬 양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지선 교수는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면서 하나님 앞에 섰던 것처럼, 한동대가 지금 이 시간 다시 하나님 앞에 서기를 기도하고 있다. 느헤미야가 성벽을 재건하면서 유대 백성이 다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 수 있도록 애썼던 것처럼, 한동대 공동체가 하나님의 학교다운 그런 공동체로 살아낼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과 긍휼을 구하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겉으로도 속으로도 새롭게 세워 가실 것을 기대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주 전 지진을 경험했다. 지진 직후 사람들의 질문에 '많이 놀랐지만 지금은 괜찮아요'라고 답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별로 괜찮지 않다. 이번 지진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그러신 것처럼 트라우마로 저 역시 계속 집중이 잘 되지 않고, 머리도 아프고, 사춘기 때처럼 별것 아닌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전에 없던 화가 나기도 하고, 쿵하는 소리에 움찔 놀라기도 한다. 작은 일도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고 가끔 이상하게 울컥 울컥하기도 한다"며 "지진은 건물 곳곳에, 또 마음에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간을, 이 트라우마를, 이 흔적들과 이 사건을 선하게 바꾸어 가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있다. 저의 사고를 이토록 선하게 바꾸어 주셨듯, 하나님께서 이 사건을 한동대와 포항 지역과 이곳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것으로 바꾸어 가실 것을 믿는다"며 "이곳에서 다시 하나님의 하심을 목격하고 경험하는 증인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지선 교수의 글 전문.

2주 전 지진을 경험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이어서 오전에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특강을 듣고 계속 학교에 남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오후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많이 남아있어서 잠깐이라도 집에 가서 쉬다가 다시 나오기로 결정을 하고 집으로 갔었습니다.
침대에 옆으로 누워있는데 아주 잠깐 동안의 흔들림이 느껴져서 '설마 지진인가?' 하면서 계속 지진을 검색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것이 규모 5.4의 본진에 앞서 시작된 전진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한 채로요.

2시 29분. 땅을 흔드는 지진은 굉음과 함께 시작되었고 저는 침대에서 납작 엎드려져 이불 따위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저 이불을 꼭 잡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악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땅이 흔들리는 10초는 길고 길었습니다. 지진이 종종 일어나는 일본과 미국LA지역에서 살아 봤기 때문에 잠깐의 지진은 여러번 겪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날의 지진은 이미 현재 최고 수준의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데도 멈추지 않고 내 인생 최고 수준의 공포가 1초마다 계속 갱신되는 것이었습니다.

땅이 흔들린다는 것은 눈 앞에 보이는 것, 내 손에 닿는 그 어느 것도 붙잡고 의지할 것이 없다는 공포였습니다. 눈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땅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으니깐요. 19층에서 느낀 공포는 이렇게 흔들리다가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이제 곧 내가 있는 이 21층 아파트가 휘청휘청 도미노처럼 넘어가겠구나 싶은 공포였습니다. 참 많은 공포를 경험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지진의 공포는 정말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한 차례 긴 지진이 끝나고도 금방 일어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침대 옆에 놓여있던 전신거울은 넘어가 깨져 있었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이 벌벌 떨렸습니다. 뭘 챙겨서 나가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정신차려 정신차려" 라고 혼잣말을 해대면서 일단 가스를 잠그고, 외투와 오전에 입었던 치마(그때만 해도 오후에 예정된 학교 일정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와, 가방을 (그 와중에 랩탑도) 챙겨서 나오는데, 현관 앞에 있던 전신거울도 넘어가 깨져있어서 옆으로 치우고 나오면서 치마는 놓고 나왔더라고요. 제가 나올 때 까지 식탁 위 천정에 달린 두개의 전등은 서로 부딪치고 있었고요.

19층을 계단으로 정신없이 걸어 내려오면서, 애들 있는 집들은 어떡하나... 노인분들은 어쩌나... 하면서 내려왔습니다. 1층에 이미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나와있었고, 다행히 차가 바로 앞에 세워져 있어서 외투도 못 입고 나오신 어르신이 너무 추워하셔서 같이 차에 타 있었습니다. 전쟁이 나면 이럴려나... 싶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당황하고 어쩔줄 모르는 상황이었지요.

재난문자를 받고 놀라서 많은 분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놀랐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답을 해주고, 어찌해야하나 하던 중, 학교에서 주말까지 휴교를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진앙과 더 가까웠던 학교에서는 제가 겪은 공포보다 더 심한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 중에도 너무나 감사하게도 큰 사고없이, 4천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운동장으로 모였고, 모두가 놀라고 두려웠던 순간에도 서로를 보듬고 걱정하며 토닥이는 눈물 나는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지진의 순간에 피해가 많았던 연구실에 있지 않았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또 모두가 운동장에 모여있던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했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학교는 피해를 꽤 많이 입었습니다. 여러분이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보셨던 벽돌이 떨어지는 건물이 제 연구실이 있고 또 강의하는 건물입니다. 그 건물 이름이 '느헤미야'홀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했던 사람이 느헤미야이고요. 지금 그 느헤미야홀을 비롯한 한동대학교의 건물들은 보수와 복구가 한창입니다. 학교는 뉴스로 접하는 것보다는 훨씬 양호한 상태입니다. 건물 외벽의 장식으로 붙어있던 벽돌이 떨어진 것이지 건물의 구조가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은 아니어서, 지난 2주간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고, 다음주 월요일 다시 재개강을 앞두고 지금 학교는 최선을 다해서 복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면서 하나님 앞에 섰던 것처럼, 한동대학교가 지금 이 시간 다시 하나님 앞에 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느헤미야가 성벽을 재건하면서 유대 백성이 다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수 있도록 애썼던 것처럼 한동대학교 공동체가 그 이름처럼 Handong God's University 하나님의 학교다운 그런 공동체로 살아 낼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과 긍휼을 구하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겉으로도 속으로도 새롭게 세워 가실 것을 기대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셨습니다. 몇 달 전 오빠가 비행기를 타고 포항 위의 하늘을 지나가면서 제가 사는 집과 한동대학교를 찍은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땅끝임을 실감케 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바다가 곧 맞닿은 이곳은 땅끝입니다. 이 곳에서 증인(witness)이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으로, 예수님의 구원의 은혜를 경험한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낼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께서 한동대학교를 회복시키고 재건하시는 것을, 예수님이 한동대학교와 함께 하시는 것을, 주께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학교를 하나님의 학교답게 만드시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하는 증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2주 전 지진을 경험했습니다. 지진 직후 사람들의 질문에 '많이 놀랐지만 지금은 괜찮아요'라고 답했던 때와 달리 사실 지금은 별로 괜찮지 않습니다. 이번 지진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그러신 것처럼 지진 트라우마로 저 역시 계속 집중이 잘 되지않고, 머리도 아프고, 사춘기 때처럼 별것 아닌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전에 없던 화가 나기도 하고, 쿵하는 소리에 움찔 놀라기도 합니다. 작은 일도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고 가끔 이상하게 울컥울컥하기도 합니다. 지진은 건물 곳곳에, 또 마음에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간을, 이 트라우마를, 이 흔적들과 이 사건을 선하게 바꾸어 가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고를 이토록 선하게 바꾸어 주셨듯이, 저는 하나님께서 이 사건을 한동대학교와 포항지역과 또 이곳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것으로 바꾸어 가실 것을 믿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하나님의 하심을 목격하고 경험하는 증인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지선 교수가 촬영한 한동대 현장 사진. ⓒSNS 캡처
이지선 교수가 촬영한 한동대 현장 사진. ⓒSNS 캡처

*사진: 이 가을,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한동대학교는 더 아름다워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