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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목자는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습니다

기독일보

입력 Nov 26, 2017 05:00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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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사랑하는 아내에게 쓰는 독서편지

참된 목자

 

리처드 백스터 | 고성대 역 | CH북스 | 362쪽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사역을 한 것 같은데, 다 헛된 것 같아."

어느 날 당신이 우울한 눈빛으로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항상 10대 아이들을 생각하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행복하던 당신이었지요. 그런데 저와 결혼하면서 사역을 내려놓게 됐고, 그 후론 얼굴에서 웃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결혼 후 두어 달은 침대에서 내려오기 싫어할 만큼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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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넉 달이 지난 지금, 당신은 느닷없이 저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지금까지 사역이 다 헛된 것 같다고. 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어요. 당신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 전에 나도 수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저나 당신이나 교회에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요. 정말 교회밖에 몰랐죠. 교회에서 죽는 것이 꿈이라고 할 만큼 교회를 사랑하고 성도를 섬기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금까지 사역이 진짜인지, 옳았는지, 아니면 가치가 있었는지 다시금 묻고 있어요. 오십을 얼마 남기고 있지 않은 어정쩡한 이 시기에 말입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교회를 사랑했어요. 자신의 아이들은 굶길지언정 교회의 아이들을 먹이려 노력했죠. 교회를 섬기기 위해 빈궁한 삶을 탓하지 않고, 적은 사례에도 마다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으며 지금까지 달려왔어요. 그런데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니네요.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역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있어요. 스스로에게.

이틀 전 우연히 길을 가다 시골 어느 교회를 본 적이 있어요. 당신도 넋두리하듯 "내가 다시 사역을 한다면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의아했어요. 지금까지의 사역이 회의가 들어 진정한 사역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당신이 갑작스럽게 다시 "사역이 하고 싶다"는 말을 하니.

그런데 저는 당신의 이중적인 그 언어의 의미를 압니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해온 사역에 의미를 찾고 싶고, 진정으로 바른 사역을 했는가를 묻고 싶은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 다시금 열심만 있는 사역이 아니라 사역다운 사역,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바라는 사역을 하고 싶은 것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나도 그러고 싶어"라고 했죠.  

몇 달 전 어느 가나안 성도를 만나 나눈 이야기가 기억이 나네요. 처음 교회를 나올 때 정말 힘들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괜찮아진다고. 오히려 이 교회 저 교회 마음대로 갈 수 있어 좋다고. 가장 가슴에 찔린 고백은 "교회 안에 있으면 믿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교회 밖으로 나오면 그 믿음이 깡그리 사라지고 없다"고. "교회가 성도 스스로 삶 속에서 믿음을 지키도록 하지 못하고 교회는 단체 안에, 프로그램 안에서 믿음 있는 척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냐"고.

약간 어폐가 있는 말이긴 했지만, 대단히 중요한 말임에는 틀림없어요. 스스로 자생할 수 없는 믿음이라면 그게 진정한 믿음일까? 야곱이 마태의 동생이라고 우겨도 모르는 교인들에게 자생할 수 있는 믿음을 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 있으니 아브라함을 몰라도, 예수님의 십자가의 의미를 잘 몰라도 세례를 받고, 집사가 되고 중직자가 되어 교회는 섬긴다고(?)하죠.

문득 기존의 교회들이 하고 있는 이러한 사역이 진정 하나님께서 바라는 사역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우리의 사역을 되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리처드 백스터의 <참된 목자>라는 책입니다.  

내 기억으로 17년 전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상우가 번역한 <참된 목자>였습니다. 지금은 동일한 출판사에서 고성대의 번역으로 새롭게 완역되어 나왔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한지 적지 않은 출판사에서 <참 목자상>이란 제목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풋내기 전도사로 불을 토하듯 설교하며 뛰어 다녔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심장이 멎는 듯한 멍한 느낌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나,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여운은 '내가 감히 이 사람의 목회를 따라갈 수나 있을까?'라는 일종의 두려움과 경외감이었습니다. 이건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필립 도드리지라는 유명한 목사도 '젊은 목회자라면 목회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고, '이 책에서 언급되는 실천적인 부분은 적어도 삼사 년을 주기로 다시 읽어야 한다고' 했으니까요. 탁월한 청교도 연구가요 영성학자인 제임스 패커는 '백스터는 죽었지만, 그의 책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할 만큼 탁월한 교사였습니다.  

참된 목자 리차드 백스터

누구보다 탁월한 사역을 해온 당신에게 이런 책이 필요할까 잠깐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다시 살폈습니다. 세 번을 넘게 읽은 책인데도 다시 보니 저자의 통찰력 있는 목회관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 3편으로 되어있는데, 1편에서는 목회를 말하기 전에 먼저 '자아 성찰'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목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2편에 가서야 비로소 목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편에서는 목양의 한 방편인 교리문답에 대한 실용적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문득, 지금까지 사역해온 교회에서 성경공부나 교리공부를 시킨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성경보다는 상담하려 하고, 교리보다는 프로그램을 열어 교회를 운영하려 합니다. 열심 있는 사역이었지만, 양육과 진리에 대한 진정한 가르침이 없는 열심은 아니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처음,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도 1편 '자아성찰'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심방과 교리교육에 대한 리처드 백스터의 가르침이 당시에는 크게 들어왔습니다. 아마 실용적인 어떤 것을 찾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자아성찰과 교회가 전반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의 가졌던 열심 속에 무언가 빠진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하나님 앞에서의 실존적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설교 한 번 잘하는 것으로 우쭐하고, 연말이 되어 맡은 부서가 몇 퍼센트(%) 성장한 것으로 으스대는 우리의 모습은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정작 우리의 영혼은 허영의 썰물에 떠밀려 가는 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그 복음이 효과적인 사역을 전하면서도 정작 여러분 자신은 그 사역에 이방인이 된 것은 아닌지, 여러분은 구세주가 필요하다고 세상에 선포하면서도 정작 여러분의 마음은 그분을 무시하고 그분에 대한 관심과 그분이 주시는 구원의 은혜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주의하십시오.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멸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면서 정작 여러분 자신은 멸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양식을 준비하라고 하면서 정작 여러분 자신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분 스스로 주의하십시오(61쪽)". 

'정작'이라는 말, 그 뒤에 따라오는 '당신'이라는 말, 그 말이 저를 두렵게 합니다. 가끔 우리의 사역을 돌아보면 은혜로 시작한 사역이 일이 되고, 의무감이 되고 급기야는 짐이 되어 귀찮게 되고 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스스로 바른 목회를 하고 있다고 믿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거룩한 목회'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교를 정확히 하려고 많은 연구'는 하지만 '설교대로 정확히 살기 위한 연구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목양은 목양의 대상이이 있기 전 우리 또한 목회자이고 하나님의 양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대로 살려고 발버둥쳐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가운데 드는 사역이 헛되다는 생각은 하나님 앞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탓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목회자는 성도가 아니라 하나님께 인정 받아야 하고, 성도들에게서 칭찬을 받고 행복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통해 행복을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득 리처드 백스터는 어떻게 살았는가 궁금해졌습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 보고, 책에서 소개한 백스터의 삶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퍼즐처럼 흩어진 백스터의 조각 속에서 몇 가지 단서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그는 영국 국교회 사제로 서품을 받았더군요. 그의 신앙 배경이 루터와 칼빈의 개혁적 성향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영국의 급변기였습니다. 청교도 혁명이 일어날 때, 리처드 백스터는 국교회에서 나와 청교도에 가담하게 됩니다. 올리버 크롬웰 이후 왕정복고가 이루어지면서, 다시 왕을 중심으로 국교회가 권력을 잡게 됩니다. 이때 찰스 2세가 국교회 주교직을 제안하지만 이를 거절하고 결국 박해를 받으면서 비국교도의 목사로 살아가게 됩니다.

1685년에는 국교도를 중상했다는 이유로 18개월 동안 투옥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삶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평생 200권 넘는 책을 썼고, 매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독서모임과 목사들을 지도했다고 전해집니다. 어쩌면 그는 평생 제대로 된 쉼도 없이 박해를 받고, 목양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저술 활동을 통해 또 다른 목양을 했습니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책을 보니 <회심>, <성도의 영원한 안식>, <회심으로의 초대>, <하나님의 가정> 등이 보입니다.

리처드 백스터의 생애를 약간 다룬 제임스 패커의 글을 읽으니, 그가 얼마나 탁월한 교사였는지 금세 알 것 같습니다. 키더민스터 도시에 있었던 변화는 18세기 일어났던 폭발적 부흥과도 비교될 만큼 극적 변화였다고 하네요. 흥청망청 살아가던 그 도시가 백스터가 부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회심하고, 교회로 몰려 들어왔고, 가정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힌 책이라 할 만합니다. 목회자 자신의 거룩과 성도 개인을 돌보는 일대일 심방사역, 그리고 그들이 영적 체계를 세워주는 교리 교육을 통해 성도들을 지도했던 것입니다. 백스터는 교리문답을 '건전한 말씀들의 틀(242쪽)'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교리는 복잡하고 모호한 성경의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명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리처드 백스터의 권면을 다 읽고 나니, 당신의 살아온 사역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보다 설교에 열정을 쏟아부었고,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위로해 주었죠. 하루 24시간이란 시간이 늘 모자라 더 많은 시간을 하나님께 헌신하고 싶었던 당신이 아니었습니까?

이제 와 사역의 허망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사역의 문제가 아니라 다시 한 번 하나님과의 친밀함이 필요한 것일지 모릅니다. 백스터가 목양의 방법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사역자 자신을 돌보라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지 못한 설교자야말로 이 땅에서 가장 불행한 피조물(63쪽)'이라는 백스터의 선언은, 지금 우리가 다시 하나님의 은혜를 갈구해야 할 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당신의 사역에 대한 회의는 실망이 아닙니다. 당신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충직하게 반응했고, 성실하게 성도들을 섬겼습니다. 말씀을 가르치기 위해 열정을 쏟아 부었고, 길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은 찾아가 사랑으로 품었습니다.

리차드 백스터의 <참된 목자>는 당신의 사역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당신 안에 드는 그런 헛헛함은 사역에 대한 문제이기 보다, 고독과 소외를 통해 하나님께서 당신과 친밀함을 갖고 싶어 한다는 사인처럼 보입니다. 그동안 당신은 몸을 아까지 않았던 탓에 육신이 약해져 있고, 그로 인해 심신도 약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재충전하여 일어서기를 바래 봅니다.  

당신은 옳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멋진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정현욱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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