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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현 칼럼] 인간중독과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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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Nov 16, 2017 02:45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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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현 교수(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상담학)
정우현 교수(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상담학)

여자는 침대에 묶인 남자의 발목 사이에 나무토막을 댄다. 남자는 뭔가 곧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한다. 남자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멈춰줘요.”라고 애원하지만, 여자는 미소 섞인 편한 표정으로 묵직한 쇠망치를 들어 보인다. 잠시 후 여자는 남자의 발목을 하나씩 가격한다. 극한 고통 속에 정신을 잃고 있는 남자에게 여자는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열광적 팬 애니가 보여준 소설가 폴에 대한 잘못된 애정이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이용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 미저리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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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애정은 괴물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저질의 됨됨이다. ‘내가 좋아하면 그만이지!’라는 메시지를 스스로 반복하고 있는 인간성 부재의 괴팍한 기계일 뿐이다. 더욱이 이런 인간중독이 감기보다 걸리기 쉬운 악성 바이러스라는 것을 아는가? 주의하지 않으면 너나 할 것 없이 빠지기 쉬운 길가의 시궁창이다. 왜냐하면, 인간중독은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다.

인간중독은 강박 장애에 속한다. 수년 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미국이 한국의 교육열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부모들의 교육 열정은 사뭇 세계적이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의 강박적 욕심은 자녀들이 소위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도 불행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졸업하고 취업해도 그동안 그들 마음속에 갖고 있던 ‘왜 그처럼 피눈물 나게 노력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게 과연 부모의 바람인가? 그릇된 사랑이다.

인간중독 문제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중독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말 그대로의 중독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법정이 초등생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여교사에 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신적 육체적 약자이자 훈육의 대상인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적 쾌락과 유희의 도구로 삼은 것은 교사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목할 부분이 “(아이를) 도구로 삼은 것”이다. 자기 즐거움을 위한 수단으로 남을 이용하는 인간중독은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이성적 판단을 완전히 무시한 결과다.

인간중독이 걸리기 쉬운 정신병인 또 다른 이유는 두 인간중독자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동반의존을 합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목회자가 자기 뜻을 전적으로 따라 주는 교인만을 원하고 교인은 목회자가 안전한 느낌을 주는 것에 만족한다면 둘은 서로를 이용하고 있는 이용 대상일 뿐이다. 서로를 의존하는 동반의존자들은 이 상호의존 상태를 절대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교회 세습의 문제도 따지고 보면 세습의 기반이 추종자들이다. 지도자는 추종자들을 전적으로 의존하여 세습을 통과시키고 추종자들은 절대 의존 대상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들에게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인간중독의 근본 원인은 사랑결핍이다. 사랑결핍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매우 이기적인 관계 방식으로써 불순한 동기와 목적을 품게 한다. 무엇이 옳은가? 어떤 선택이 정당한 선택인가? 라는 질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속이게 된다. ‘내가 좋으면 최고의 선택이지.’라는 위험한 오류를 범하며 부지 중 사랑결핍을 심화한다.

임마누엘 칸트는 양심의 동기를 따르는 선택이 정의라고 말했다. 이에 비교해, 동기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다수가 만족하면 정의라고 하는 공리주의나 무엇이든 개인의 선택이라면 그것으로 정당하다는 자유 지상주의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로새서 3:23)는 말씀은 우리의 선택들이 어떤 동기에서 비롯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밝힌다. 누구든 그리스도 십자가 사랑에 대해 믿지 않으며 이 문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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