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노피 제작 업체 ‘캐러밴’이 작은 한인교회를 섬기고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사진 가운데가 린디 박 사장.
캐노피 제작 업체 ‘캐러밴’이 작은 한인교회를 섬기고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사진 가운데가 린디 박 사장.

모든 일에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 있다. 다만 그 길을 달려갈 때는 모르고, 다 달려간 후, 뒤를 돌아봐야만 ‘아. 그렇구나’라고 알게 된다.

한인 2세인 린디 박 씨가 1999년 캐노피(행사시 사용하는 천막)를 제작하는 작은 업체, 캐러밴(www.caravancanopy.com)을 시작했을 때 도 그랬다. 혼자서 시작한 사업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한인 특유의 꼼꼼함과 책임감에 영어까지 갖췄으니 미국 주류사회 고객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행사용 캐노피를 디자인하고 만들다 보니, 캐노피 밑에 있어야 할 의자와 테이블까지 만들게 됐다. 의자도 만드는데 아예 배너 제작도 의뢰가 들어왔다. 초대형 배너부터 요즘 유행하는 X자 배너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캐노피 자체가 행사용품이다 보니 그 캐노피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티셔츠도 부탁해 왔다. 행사 물품과 관련된 원스탑 샤핑 업체가 됐다. 혼자 시작한 사업이 남가주 라미라다와 캐나다, 한국, 중국으로 확장됐고 현재는 직원이 80여 명이다. 주요 고객은 맥도날드, AT&T, 스타벅스, 월그린, 코스트코, 월마트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들이다.

그러나 돈 잘 벌어 승승장구하는 게 하나님의 뜻은 아니었나 보다. 2003년 박 씨의 어머니가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갑자기 닥친 큰 시련 앞에 그녀는 교회가 생각났다. 정식으로 교회를 다녀 본 적은 없어도 가끔 친구 따라 여름에 VBS 갔던 것이 기억났다. 무작정 하나님을 부르고 “왜 저에게 이렇게 하시나요?” 따졌다. 이 당돌한 사람을 하나님은 따뜻한 사랑으로 만나 주셨고 어머니도 살려 주셨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그녀는 크리스천이 되었고 현재는 요바린다에 있는 예친교회(김민재 담임목사)를 섬기고 있다.

한인교회에 출석하다 보니 한인교회 사정을 조금 알게 됐다. 행사할 때 작은 배너 하나 달기도 힘들고, 천막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래서 2017년 5월 회사 안에 디비전 오브 페이스(Division of Faith)를 발족했다. 이 부서에서는 교회가 필요로 하는 배너, 캐노피, 주차장 깃발, 테이블 커버, 감사패, 티셔츠 등 모든 것을 다룬다. 디자인과 배송도 물론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는 이미 성도 가운데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캐러밴은 작은 한인교회를 주 대상으로 했고 고품질에 저가격 정책을 정했다. 적자를 보면서까지 할 수는 없지만 캐러밴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리소스를 한인교회들에 나누어 주며 섬기고 싶기 때문이다. 이 일을 위해 한국인 디자이너와 직원들도 이 부서에 배치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교회 쪽 일은 안 해도 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하나님 나라의 일에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농담처럼 물어 봤다.

“작은 교회에서 소량 주문이 들어오면 별로 이득이 없지 않나요?”
“돈만 보면 그렇겠죠?”
“그래도 해 주시나요?
“티셔츠 단 하나라도 해 드립니다.”

린디 박 씨의 믿음의 발걸음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응답하실지는 그때가 되어 오늘을 돌아봐야 알 수 있겠지만, 벌써부터 기대를 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