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황성철 박사(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4월 27일 서울 동광교회(담임 김희태 목사)에서 열린 예장 합동(총회장 전계헌 목사) 개혁신학대회에서 발표한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 목회적 지침'이라는 논문을 연재합니다. 

 

▲황성철 박사
(Photo : ) ▲황성철 박사

 

 

Ⅳ. 재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

하나님은 이혼한 사람이 재혼하는 것을 허락하시는가? 이혼한 사람들이 재혼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들이 할 수 있고 또 어떤 조건에서 할 수 있는가? 성경은 본질적으로 배우자가 죽은 뒤 재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롬7:3절 말씀은 "그러나 만일 남편이 죽으면 그 법에서 자유롭게 되나니 다른 남자에게 갈지라도 음녀가 되지 아니하느니라."고 언급하고 있다. 재혼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서 딤전5:14의 말씀은 재혼을 격려까지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젊은이는 시집가서 아이를 낳고 집을 다스리고 대적에게 비방할 기회를 조금도 주지 말기를 원하노라." 바울은 젊은 과부들이 재혼하지 않을 경우 유혹과 비방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젊은 과부를 돌보는 것이 교회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와 같은 실질적인 이유로 바울은 디모데를 통해 교회에 그런 지시를 주었던 것이다. 재혼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재혼하도록 강력히 권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욱이 바울은 성적 욕망을 제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과부에게 재혼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것을 명령까지 한다. "내가 결혼하지 아니한 자들과 과부들에게 이르노니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 만일 절제할 수 없거든 결혼하라 정욕이 불같이 타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나으니라."(고전7:8-9) 바울은 고전7:39절에서는 "아내가 그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 매여 있다가 남편이 죽으면 자유로워 자기 뜻대로 시집갈 것이나 주안에서만 할 것이니라." 초대교회가 이런 재혼의 개념을 호의적으로 따랐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1. 이혼 후 재혼의 문제

이혼 한 사람이 재혼을 하는 문제는 제기되는 사례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해답을 갖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고전7:27-28절의 말씀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보자. "네가 아내에게 매였느냐 놓이기를 구하지 말며 아내에게서 놓였느냐 아내를 구하지 말라 그러나 장가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요 처녀가 시집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로되 이런 이들은 육신에 고난이 있으리니 나는 너희를 아끼노라." 본문에 "놓이다"(λυω)라는 말이 두 번 나온다. 이 단어의 원어적 의미는 '묶인 것을 풀어주다'. '자유롭게 하다', '원상태대로 하다' 등의 뜻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본문에 쓰인 "놓이기를", "놓였느냐"는 이혼을 염두에 둔 말이다.

동시에 결혼이 권고되지 않는 심한 박해시기에도 바울은 결혼의 속박에서 놓인 이혼한 자들에게 재혼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장가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요 처녀가 시집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로되 ..."(28절 전반부) 재혼하는 것이 죄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혼한 사람들이 재혼할 수 없다는 주장은 결코 성경적이 아니다. 성경은 이혼한 사람들이 재혼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여기서 마5장과 19장 등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람들은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외에도 이혼한 사람들에게 재혼을 금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에스겔서44:22절에서도 발견된다. "과부나 이혼한 여인에게 장가들지 말고 오직 이스라엘의 처녀나 혹은 제사장의 과부에게 장가 들 것이며 ...." 이 규칙은 특별히 선별된 제사장들에게만 적용된 말씀이다. 제사장들은 특별한 계층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할 때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 제사장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재혼의 문제였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에게는 재혼이 아무 문제될 게 없었다.

결론적으로 재혼에 대한 성경의 일반원칙은 재혼을 허락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격려하거나 명령을 하기도 한다. 초대교회는 재혼을 호의적으로 보았다. 무엇보다 성경은 이혼한 뒤 재혼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에서도 재혼은 허락되었다. 그러나 합당하게 배우자에게 "놓였을" 경우에만 이혼이 죄가 되지 않고 허락된다는 것이 성경적이다.

다음으로 이혼한 뒤에 누가, 어떤 조건에서 재혼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 마디로 "합당하게 이혼한" 모든 사람은 재혼할 수 있다. 이혼으로 놓임을 받아 자유롭게 되었으면 재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것은 고전7:27-28절 말씀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재혼에 관한 일반원칙 외에 다음과 같은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 하나만 살펴보자. "복음서에 언급된 이혼에 대한 '예외조항'을 지키지 않아 이혼을 하고 자신의 배우자와 화해해야 할 의무 아래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결혼을 할 수 있는가?" 원칙적으로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 결혼을 하면 간음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가(그녀가) 그 예외조항의 말씀을 인지를 하고 있었던지 그렇지 않던 지간에 상관없이 결혼을 강행했다면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불순종한 것이 된다. 그러나 결혼 후에 그가(그녀가) 하나님 앞에 그 불순종의 죄를 깊이 참회를 했다면 하나님은 그를(그녀를) 용서하시고 이루어진 결혼관계를 양해하실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로 못 씻을 죄는 없기 때문이다.

 

결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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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혼의 문제

 

교회에서 이혼한 사람이 장로나 집사로 선택되는 것은 성경적인가? 이 물음은 딤전3:2,12절과 딛1:6절에 나오는 "한 아내의 남편"이라는 말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물론 재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말씀에 근거해서 이혼한 사람은 재혼을 할 수 없고 교회에서 그 어떤 직분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는다. 이런 입장은 재혼을 격려하고 명령을 하기까지 한 신약의 말씀과 충돌을 일으킨다. 성경은 그런 금지명령을 내린 곳이 없다.

"한 아내의 남편"이라는 말씀의 근본 의도는 현재 몇 명의 아내가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바울은 남자가 몇 번 결혼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구절은 엄격히 말해서 오직 한 가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말씀이다. 교회를 섬길 장로나 집사는 결혼생활에서 교인들에게 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중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데 초점이 있다. 그 구절은 어떤 경우에도 "한 아내의 남편"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결코 재혼에 대한 언급이 아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