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자본주의와 씨름하다

김영배 | 부크크 | 235쪽 

오랜만에 책 서평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에 게을러져 가던 시점에 이 책의 서평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것은, 저자를 알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고, 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고민하며 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를 지켜본 이로서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의 방향성에 대한 지지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책을 읽자마자 스케일이 상당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장을 읽고 나면, 마치 책 한 권을 읽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하려 하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주제는 만만치 않지만, 책은 재미있다. 내가 아는 저자는 누구보다 매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설교 한 편을 들어도 푹 빠져서 듣게 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게다가 사람을 돌볼 줄 아는 섬세함과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그러한 미덕이 잘 드러나는 듯 하다. 거침없이 주제를 훑다가도 그것을 실천하고 적용하는 상황에서는 부드럽게, 그리고 상처주지 않는 방식으로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시작과 교회와의 연결, 그것이 주고받은 영향들, 전망, 그리고 그에 대한 분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주제들을 거대한 크로키를 그리는 듯한 과감한 필치로 보여준다. 이러한 그림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가 읽었던 책들과 그것을 정리해내며 인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인용과 정리는 그 자체로 주옥과 같다. 그러한 인용과 정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고가 눈에 보이는 듯 하고, 서문에서 보았듯 공부하고 싶지만 공부하지 못하는 목사들을 위해 대신 공부해준 것 같은 친절함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신학과 관련되지 않은 주제의 저자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이 있다. 이 책을 읽다가 그러한 저자들의 책을 찾아보게 되고, 구입도 하게 됐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자본주의를 관통하며 교회적 문제를 고민하는 데 꽤 쓸모 있는 가이드북 역할을 할 것 같다.

저자는 교회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제목 그대로 '씨름하는 관계'로 해석한다. 너무 쉽게 자본주의를 배척하고 배제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기를 꺼린다. 그것은 지나치게 비현실주의적 언사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교회가 분명하게 자본주의적 폐해를 인식하고 대응해야 함에 대해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는 에필로그가 참 좋았다. 독자들이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을 만한 시점에 겸손한 자기대답을 달아놓은 듯하다. 그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의 분투를 보며, 어떠한 삶을 지향해가고 있는지 힌트를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입장에서 추구할 수 있는 최대치다. 지역교회 부목사의 입장에서 객관성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을 정리해 냈다. 그리고 비판해야 할 것에 대해 축약적으로, 그러면서도 나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와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더 자유로운 입장에 있다면, 공부에 머무르지 않는 독창성이 더 드러났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좀 아쉽다. 마지막 장인 '욕망의 지도'는 그 이전의 과감한 스케치에 비해 좀 밋밋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우리는 교회가 자본주의화되는 현실을 보고 있다. 이미 교회 안에 현실이 되어버린 자본주의의 문제를, 우리는 두루뭉실하게 지적하고 만다. 근본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저자처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 실체를 밝히고 우리의 대답을 내어놓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진지함의 산물이며, 그 진지함의 산물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대답을 내어놓아야 할 당위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러한 분투에 참여하고픈 동지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박근호 목사
그루터기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