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 목사(글로발선교교회)
김지성 목사(글로발선교교회)

제가 처음 저희 집으로 이사온 것은 2003년이었습니다. 동네가 형성된 지 3,4년 밖에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습니다. 집 주위 녹지대에 나지막한 높이의 어린 나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동네의 분위기는 누가 보더라도 갓 개발된 동네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면 한 번 하고도 반 정도 바뀔 수 있는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동네의 분위기가 참 많이 바뀌었음을 동네 산책을 하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가녀린 나무들이 아름드리 나무로 바뀌었습니다. 가을로 접어든 동네 도로변에 누렇게 떨어진 큰 낙엽들이 스산하게 떨어져 나뒹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집집마다 외벽에 칠해진 페인트 색이 바래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집은 차고 앞 콘크리트가 금이 가 을씨년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14년 전 산뜻했던 동네의 모습은 무언가 고치고 다듬어야 할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동네 집 가운데 가장 새 집 같은 집을 가진 이웃은 ‘마크’입니다. 소방관으로 비교적 바쁜 삶 속에서도 집 손질에 유난히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쉬는 날이면 손수 집을 손질합니다. 잔디를 깎고, 꽃을 심고, 유리창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차고 안에 선반을 설치하며, 집 외벽 곳곳을 돌아보며 페인트로 터치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또렷이 드러나는 대부분의 집과는 달리 마크의 집은 언제나 새 집 같습니다.

가치를 지닌 것은 끊임없이 손질해 주어야 합니다. 가치를 품고 있는 것을 방치한다는 것은 가치에 대한 무지 또는 의도적 무시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인생 최고의 가치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입니다. 신앙은 하나님과의 관계회복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을 뜻합니다. 너무도 가치가 있는 삶이라는 사실은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절대적 팩트(Fact)입니다. 그렇기에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큰 가치를 품은 신앙의 삶은 끊임없는 손질이 필요합니다.

신앙이 방치될 때 나타났던 폐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를 500년 전 역사는 증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토록 싫어하시는 우상이 버젓이 예배당 안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절대 진리의 기준이 성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전통으로 위치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끔찍했던 것은 구원조차 몇 푼의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무지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래서 500년전 종교개혁가들은 신앙을 손질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잘 알았던 종교개혁가들의 외침은 지속적인 신앙개혁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신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최악의 방법은 그냥 방치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신앙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하여 시간과 열정의 투자가 늘 필요합니다. 예배, 훈련, 개인 경건의 시간, 기도 하는 일에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찾는 일에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신앙이 신앙답게 세워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에 제발 토를 달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