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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은퇴식에 전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 편지작성, 함께한 사진 공개

기독일보 김신의 기자

입력 Oct 04, 2017 07:14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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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과 이승엽 선수 과거와 최근.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감독과 이승엽 선수 과거와 최근. ⓒ헐크파운데이션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교회 집사로 섬기고 있는 전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이 지난 2일 이승엽 선수의 은퇴와 관련한 편지를 전해왔다. 다음은 편지의 전문.

이승엽 선수가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할 때가 1995년이었다.

그 당시 나도 어느덧 최고참이었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승엽 선수에 대해 솔직히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입단하고 다음 해에 스프링 캠프를 가는데 신인인 이승엽 선수도 당당하게 캠프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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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갓 성인이 된 이승엽 선수가 잘하면 얼마나 잘 하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같이 훈련에 들어갔는데 이승엽 선수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이렇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지?

게다가 기존의 한국 선수들이 하는 타격이 아닌 전형적인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타격으로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어린선수가 저런 타격폼을 갖고 있는지? 부러웠다.

내가 이승엽 선수에 대해 인터뷰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비록 어린 선수지만 이승엽 선수가 타격 연습 할 때는 멀리서 이승엽 선수를 유심히 지켜보곤 했다" 는 말이었다. 모든 훈련이 다 끝나면 집에 돌아가서 이승엽 선수가 타격 폼을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곤 했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이승엽 선수의 최대 장점이라고 하면 공이 방망이에 맞고 나서 앞으로 끌고 가는 힘이 좋아 다른 어느 선수들보다 타점이 길다는 것이다. 이런 타격을 하는 선수가 장효조 선수와 양준혁 선수다.

거기에 비해 현역 시절 나의 타격은 당겨 치는 타법을 구사했기 때문에 방망이에 공이 맞고 나서 끌고 나가는 거리가 이들 선수들보다 훨씬 짧은 편이었다. 아무리 이승엽 선수처럼 앞으로 많이 끌고 가는 타법을 하려고 해도 당겨 치는 타법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승엽 선수의 또 한가지 장점이라면 타격 못지 않은 부드러운 수비였다. 어린선수가 1루에 나가면 아무리 강한 타구나 어려운 타구가 날아와도 부드럽게 잡아내는 동작이 일품이었다.

좋은 운동신경을 타고 나기도 했지만 거기에 못지 않게 엄청난 연습 벌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더라도 연습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오늘의 이승엽은 없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젊은 선수들 못지 않게 꾸준한 노력과 자기 관리, 그리고 이승엽 선수의 겸손한 태도는 야구인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자기만의 높은 목표가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야구인 선배로서 이승엽 선수가 일본이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해 보았다. 물론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서도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했지만 좀더 큰 무대에서 야구를 했으면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선수가 됐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이승엽 선수가 10여 년전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미국으로 왔을 때이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 현역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심정수 선수와 함께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을 받아 연습하고 경기에 출전했다.

당시 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였다. 화이트삭스는 애리조나 투산에서 캠프를 할 때고 이승엽 선수가 있는 곳은 시카고 컵스가 홈으로 사용하는 애리조나 피닉스였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애리조나 투산에서 피닉스까지 원정경기가 있어 자동차로 1시간 30분을 올라가 연습 경기를 했다.

시카고 컵스가 경기 전 훈련하는 도중에 이승엽 선수를 만나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생활과 야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난다.

이때 이승엽 선수는 비록 단기 합동 훈련이었지만 현역 한국인 선수 타자중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훈련에 합류해서 연습과 경기를 했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다.

삭스팀 아지기옌 감독은 이승엽 선수의 훈련하는 모습과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승엽 선수를 시카고 화이트 삭스로 데리고 올 수 있느냐? 너무 매력적이고 좋은 타격을 한다"며 감탄을 했다. 아지기옌 감독은 서양 선수들보다 동양 선수들을 선호했던 지도자였다.

동양인들은 거만하지 않고 겸손하다는 것을 많은 동양인들을 만나서 이미 알고 있다며 꼭 이승엽 선수를 시카고 화이트 삭스로 데리고 오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이승엽 선수는 메이저리그 지도자들의 눈에도 들었다. 내 생각에도 이승엽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면 이치로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이유는 이미 여러 장면에서 증명이 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짧은 기간의 훈련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로 눌리지 않고 호쾌한 타격을 했다 점이다. 그리고 올림픽, WBC 등에서도 이승엽 선수의 활약은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도 있었다는 반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일본인 타자들을 꼽는다면 이치로 선수 그리고 마쓰이 선수를 들 수 있다. 이승엽 선수는 중장거리 타격의 마쓰이 선수 보다 더 좋은 타격을 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승엽 선수는 단타 위주의 이치로 선수와는 다른 중장거리 타자로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실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또 한가지는 세밀한 야구를 하는 일본야구보다 힘으로 정면 대결하는 미국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투수들은 힘으로 거의 정면 승부를 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일본 야구는 정면 승부보다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지금도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이승엽선수가 일본이 아닌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성공했으면 그것을 교두보로 삼아 훨씬 더 많은 한국 타자들이 미국으로 진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내일이면 이승엽 선수도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나야 한다.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접는 것만큼 야구인으로서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없다. 그러나 선수생활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저력이 선수 이후의 인생 2막에서 분명히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 보는 일이 선배로서 흐뭇하고 기대가 되고 그 동안의 수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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