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3년 프로젝트 '홍성강좌' 세 번째 학기 첫 강의가 14일 오후 서울 합정동 양화진책방에서 진행됐다.

'20세기: 세계화 시대의 그리스도교'라는 주제로 오는 12월 7일까지 매주 목요일 총 12회 열리는 이번 강좌는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전임연구원)가 맡았다. 강좌에서는 18-19세기 근대를 다룬 지난 학기 강좌에 이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뿌리가 되는 20세기를 다루게 된다.

첫 강의에서는 20세기를 시작하는 1901년 출현한, 기독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운동 중 하나였던 '성령과 함께 새 시대를: 오순절운동'에 대해 다뤘다. 배 교수는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20세기 기독교의 전체적인 특징들을 개관하며 쉼 없이 2시간 동안 강의를 이어갔다.

20세기 기독교의 특징으로는 먼저 '세계화 또는 탈서양화'을 꼽을 수 있다. 배덕만 교수는 "서양이 독점해 온 기독교의 지형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그야말로 글로벌(global)해졌고, 경제와 군사 쪽보다도 빨리 진정한 세계화를 이뤄냈다"며 "지금 기독교는 오대양 육대주에 다 들어가 있고, 20세기 기독교의 변화는 지난 1900년간의 변화보다 더 빠르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오랫동안 기독교는 '서양 종교'라는 인식이 있었다. 교회사 서적들을 봐도 온통 서양 사람들 이야기뿐,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이야기는 담기지 않거나 굉장히 왜곡된 상태였다"며 "서양에서는 극동과 아시아, 중동 지역에는 교회가 없었던 것처럼 여겼지만, 사실 역사적으로도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담 후세인이 지배하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한복판에도 2천년간 신앙을 지켜온 쿠르드족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2천년간 잃어버린 줄 알았던 팔레스타인 지역에도 예루살렘 인근을 떠나지 않고 신앙을 지키던 여러 민족 사람들이 있었다. 제자 도마가 인도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던 것은 '전설'인 줄 알았지만, 최근 학자들은 이를 '역사'로 인정한다. 대제국 몽골 칭기즈칸의 아내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자료도 있고, 이방 신과 이슬람의 나라 이집트에는 콥트 기독교인들이 뿌리내렸다. 기독교는 20세기에 세계화를 이뤘지만, 그 이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었던 것.

20세기 기독교의 또 다른 특징은 '미국화'이다. 그는 "그동안 기독교 역사는 유럽이 지배해 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역사가 곧 기독교 역사였다. 그러나 20세기, 특히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은 막강한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가 재구성됐다"며 "미국은 아시아와 남미, 중동 지역과 유럽에까지 진출했고, 구 소련의 해체 후에는 이것이 더욱 심해졌다. 미국의 정치력 확장과 경제력 성장으로 '미국형 교회', 곧 'Made in USA Christianity'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선교사들은 학생자원운동(SVM) 등을 통해 20세기 이전부터 전 세계로 나갔다. 가톨릭 외에 종교가 없었던 남미에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미국식 부흥운동을 하는 교회들이 생겨났고, 나아가 오순절식 성령운동이 확산됐다. 지난 1,300년간 이슬람 지배권이었던 아프리카에도 미국 선교사들이 진출하면서 복음주의와 오순절 기독교가 활발하다.

한국 기독교도 그 시작부터 미국에서 '직수입'됐다고 할 수 있다. 배 교수는 "미국을 가면 그들이 부르는 찬송가가 익숙한데, 우리 찬송가들의 절대 다수가 미국에서 넘어온 것들이기 때문"이라며 "미국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출판 시장도 한국이다. 요즘 대표적인 저자가 팀 켈러 아닌가. 한국교회는 이처럼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 내에 있다"고 했다.

 

2017 홍성강좌 가을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순절운동도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졌고,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 기독교의 부흥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오순절운동 신자는 전 세계적으로 6억명을 넘어섰다. 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오순절 계통의 교회들만 여전히 파워풀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여러 부정적인 평가들도 있지만, 20세기를 끌고 나가는 기독교는 장로교 칼빈주의가 아니라, 그들이 폄하하는 오순절주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선교사들의 활동이 가능해진 것은 '이동수단의 발달'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통신 발달, 인터넷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선교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이민도 활성화되면서 한 지역의 종교가 다른 지역까지 쉽게 전파되고 있다. 종교는 한 지역에서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했는데, 이제 바뀌었다"며 "전 세계가 아주 가까워지고 있고, 예기치 못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교회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세대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 옷을 갈아입고 있다. 과거의 잣대로 지금의 기독교를 보면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배덕만 교수는 "그래서 20세기 기독교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는 일이 매우 쉽지 않다. 변화가 너무 빨라서 책을 써놓고 나면 그 순간 역사가 돼 버리고 만다"며 "20세기는 이처럼 기독교가 글로벌화된 동시에, 세속화되고 사회 중심에서 밀려난 시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홍성강좌는 교회사와 세속사를 그리스도교적 안목으로 통합하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3년 프로젝트로 로마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교회사가와 일반 역사가들이 함께 강의하고 있다.

수강료는 12만원이며, 추후 강의 내용이 책으로 출판되면 수강생들에게 한 권씩 증정된다. 첫 학기 강연자인 김덕수 교수의 <로마와 그리스도교>는 곧 출간 예정이다(문의: 02-333-5161(내선 600), eun@hsboo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