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의 기도(아프리카 여자 선교사님의 글)

어느 날 밤이었다. 나는 분만실에서 한 산모를 보살피고 있었다.하지만 우리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조그마한 미숙아와 세상이 떠나가라고 울어대는 두 살짜리 딸을 남겨 두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미숙아의 생명을 유지시키기는 참으로 힘들 것이 분명했다. 우리 병원에는 인큐베이터도 없었고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는 특별한 기구들도 없었다(사실 당시 우리 병원에는 인큐베이터를 가동할 전기도 없었다).
우리는 적도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밤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으스스할 때가 많았다. 한 간호학교 학생 산파가 이런 아기들을 위해 준비해 둔 상자와 아기를 쌀 면 수건을 가지러 갔다. 또 다른 산파는 물을 끓이기 위해 불일 피웠다. 잠시 후 그녀는 당혹스런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물을 끓여서 고무 보온병에 넣는 순간 그만 보온병이터져 버렸어요.""그런데 그게 저희에게 있는 마지막 보온병이었습니다!"
열대 기후에서는 고무가 쉽게 상하기 마련이었다. 그녀가 소리쳤다. 엎질러진 우유를 놓고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다는 서양 속담처럼 이곳 중앙아프리카에서 터진 보온병을 놓고 아무리 울어도 소용이 없을 판이었다. 주전자가 나무에서 자라는 것도 아니고, 숲을 나가면 약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괜찮아요!""아기가 안전할 정도로 가능한 한 불 가까이 눕히세요. 그리고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문과 아기 사이에 누우세요. 당신의 일은 아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음 날 정오쯤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자원하는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러 갔다. 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기도 제목을 내놓았다. 덧붙여 갓 태어난 작은 아기를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고 했다. 나는 보온병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아기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설명했다.
아기의 체온이 내려가면 아기는 쉽게 죽을 수 있었다. 나는 또한 아이들에게 엄마가 죽어서 울고 있는 두 살짜리 아이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기도 시간에 열 살 된 룻이라는 여자아이가 우리 아프리카 아이들이 보통 그렇듯이 무뚝뚝하고 간결하게 기도했다.

(Photo : )

 

 

룻은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에게 보온병을 보내주세요.하나님 내일이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 때면 아기가 죽을 겁니다.그러니 제발 오늘 오후에 보내주세요."
나는 그 대담하고 용감한 기도에 가슴이 미어질 판이었다. 그러나 룻은 마지막에 이렇게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님!보내실 때 저 어린 소녀를 위해 작은 인형도 하나 보내주세요.하나님이 그 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애가 알 수 있게 말이에요. 아셨죠?"
아이들과 함께 기도할 때 자주 그렇듯이 나는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정직하게 "아멘"할 수 있었을까? 나는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실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물론 나는 그분이 무슨 일이든 다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성경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그렇지 않은가? 내 마음속엔 상당히 큰 "그러나"들이 있었다.


하나님께서 이 특별한 기도에 응답하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향에서 부친 소화물을 나에게 보내시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아프리카에 거의 4년을 있으면서 고향에서 소포(소화물)를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설령 누군가 나에게 소화물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누가 거기 보온병을 넣어 보내겠는가? 난 적도에 살고 있는데!
오후가 반쯤 지날 무렵, 나는 간호사 훈련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내 집 앞에 차가 한 대 와 있다고 전해 주었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차는 가고 없고 베란다에 10킬로그램짜리 꾸러미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나는 눈물이 찔끔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혼자서 그 꾸러미를 열 수 없었다. 그래서 고아원 아이들을 데리러 보냈다.


우리는 함께 조심스럽게 끈을 하나하나 풀었다. 우리는 포장지를 함부로 찢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었다. 우리는 흥분되기 시작했다. 30-40쌍의 눈동자들이 큰 종이상자에 맞춰졌다. 맨 위 상자에서, 나는 밝은 색 니트 셔츠들을 꺼냈다. 옷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아이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다음 상자에는 나환자들을 위한 붕대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 상자에서는 건포도가 들어 있었다. 주말에 건포도 롤빵을 만들어 먹으면 딱좋을 것 같았다. 그다음 나는 다시 자루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무언가 잡혔다. 정말일까? 나는 그것을 끄집어냈다. 정말이었다. 상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고무 보온병이었다. 나는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하나님께 그것을 보내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다. 나는 하나님께서 그것을 보내 주실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룻은 아이들 맨 앞에 있었다. 룻은 앞으로 달려 나오며 소리쳤다 .


"하나님께서 보온병을 보내셨으면 틀림없이 인형도 보내셨을 거예요!"룻은 상자 바닥까지 뒤적이다가 작고 예쁜 옷을 입은 인형을 꺼냈다. 룻의 눈빛이 빛났다. 룻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룻은 나를 올려다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엄마, 저랑 같이 가서 그 아이에게 이 인형을 전해줄래요? 하나님께서 그 애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 애가 알 수 있게 말이에요?"
그 소화물이 배달되는 데는 꼬박 5개월이 걸렸다. 그 짐은 내가 가르쳤던 주일학교 학생들이 보낸 것이었다. 지금 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적도에 보온병을 보내라는 하나님의 긴급한 명령을 듣고 순종했다. 그리고 그 반 여자아이 하나가 "그날 오후" 인형을 주시리라고 믿고 기도한 10살 소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한 아프리카 아이를 위해 인형도 하나 넣었다.

[출처:안희환 목사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