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8장 57절은 유대인들이 아브라함 자손 됨을 자랑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을 마귀의 자녀라 반박하면서,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은 내 아버지요 자신이 아브라함보다 선재(先在)하심을 증거(요 8:53-56)한데 대해 유대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이 참람(僭濫) 되다고 보고 예수님에게 50도 못 된 나이에 어떻게 네가 아브라함을 보았느냐고 질문한 내용이다.

이 구절을 예수님이 50세가 다 되어 돌아가셨다는 증거로 쓸 수 있을까? 간혹 그렇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다. 크리소스톰은 이 숫자를 예수께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나이가 30세쯤 되었다는 눅 3:23과 조화시키고자 50이 아닌 사십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구절을 가지고 예수님의 나이를 추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50은 유대인들에게 있어 완숙된 나이를 말한다(민 4:3, 39; 8:24-25). 즉 50은 남자의 노동 연한의 마지막을 가리키는 나이였다. 간혹 20세 이상 봉사한 경우도 있었으나(대상 23:24) 레위인은 대체로 25세 또는 30세부터 시작하여(민 4:3) 50세까지 성전 일에 봉사하였다. 그리고 50세가 되면 정년으로, 그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모시는 직무'를 지키고 공적인 봉사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The Levites ceased to officiate). 오늘날로 보면 일종의 성전 봉사의 정년퇴직이요 명예퇴직이었다.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따라서 '오십이 못 되었다'는 이 구절은 예수님 나이가 오십 가까운 나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부 유대인들이 예수께 시비를 거는 말투임을 알 수 있다. 즉 예수께서 유대인들을 향해 '너희는 거짓의 아비인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다'고 하고, 유대인들은 이에 대한 반발로 예수님을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대단히 모독적인 발언인 '사마리아 사람'이라든가 '귀신이 들렸다' 하는 등 서로 언쟁하는 가운데 유대인들에게서 나온 말로 당시 유대인들이 쓰던 관용적 말로 보인다.

우리말에도 간혹 어른이 자기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젊은 사람과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생길 때 '나이도 어린 것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00이', '새파란 00이' 등등 자기보다 연하의 사람에게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연장자임을 내세울 때 쓰는 세속화된 말이 있는 것처럼, 겁도 없고 거침없이 대답하는 청년 예수의 말과 모습을 본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함부로 대하면서 질문하는 가운데 나온 말투였다. 정말로 오십이 된 사람에게는 유대인들이 함부로 이런 말투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 구절을 가지고 예수님 나이가 오십쯤 되었다고 추론하는 것은 타당하지가 않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