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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렇게 살지 못하면..."

기독일보 김진영 기자

입력 Aug 03, 2017 12:46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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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 박사가 말한 지식, 종교개혁, 세월호

강영안 박사

강영안 박사

기독교 철학자인 강영안 박사(서강대 명예교수)가 신앙과 지식, 종교개혁, 세월호 등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밝혔다.

신앙에 있어 '지식'이란?

강 박사는 먼저 기독교 신앙에 있어 '지식'이 갖는 의미에 대해 풀어갔다. 그는 "가령 '예수는 나의 주님'이라고 할 때, 우선은 그 분이 나의 주님이라는 걸 아는 단계가 있다. 이어 여기에 동의해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단계, 그리고 마침내 주님께 삶을 맡기는 신뢰, 곧 믿음의 단계가 있다"며 "이렇게 보면 믿음 안에는 지식이 포함돼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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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런데도 교회에는 간혹 '따지지 말고 믿으라'는 식의 반지성적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교회에 올 때 머리(지식)는 세상에 둔 채 가슴만 가지고 들어와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선 세상으로 나가 거기에 두고온 머리, 즉 세상적 사고방식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강 박사는 "그렇다고 이 말이 지성주의를 추구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지성주의는 과학적 발견과 통찰을 모든 삶에 적용하며, 그 외 인간의 감정이나 의지, 또는 신뢰와 같은 것들은 마치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다. 이것과 신앙의 지성은 다르다"고 했다.

이렇게 지식의 필요성을 언급한 강 박사는, 이어 지식이 무엇인지 '자전거'를 예로 들어 보다 구체적으로 고찰했다. 그에 따르면 자전거는 바퀴와 체인, 페달 등 여러 요소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단지 그것을 안다고 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강 박사는 지식도 이와 같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지식은 정보 습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것이 삶으로 드러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그러합니다. 아무리 성경을 많이 읽고 교리에 해박하다고 해도, 정작 그렇게 살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식이라는 건, '앎'에서 시작해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변화를 통한 '즐거움과 기쁨'으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종교개혁과 '일상'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 주제는 자연스레 그것으로 옮겨갔다. 강 박사는 종교개혁의 의미를 '일상'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종교개혁은 일부 사제들만 누렸던 종교적 특권을 허물고 만인이 사제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는 다시 '성속이원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그 동안 속된 삶으로 치부했던 '일상'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는 게 강 박사의 주장이다.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일상은 매우 평범하지만 하나님은 그 속에 인간을 두셨습니다. 왜 일까요? 신앙생활이 그 어떤 비범한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일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일상 자체가 신앙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그런 일상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평신도'라는 단어입니다. 종교개혁의 정신에 비춰보면 목사나 장로, 집사 등도 다 같은 성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둘을 마치 성과 속으로 나누듯 구분하고 있는 거죠.

루터(Luther)의 원래 이름은 루더(Luder)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95개조 반박문에 루더 대신 루터라고 썼습니다. 이 루터라는 이름은 '자유인'이라는 뜻의 'Eleutheros'에서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루터는 누구나 자유인이며 평등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종교개혁이 오늘날 우리에게 준 선물인 거죠."

하지만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이 그저 그것을 기념하는 '행사'로만 머물까, 그는 염려하고 있다. 강 박사는 "종교개혁자들의 후예들이 '개혁된 교회는 언제나 개혁돼야 한다'고 늘 말했다"며 "그런데 나는 그것을 '개혁된 성도는 언제나 개혁돼야 한다'고 고쳐 말하고 싶다. 그렇다. 개혁은 단순히 표어나 구호가 아니라 진정 나 자신의 삶에서 먼저 일어나야 하는 "이라고 역설했다.

6.25 한국전쟁과 교회

강 박사는 6,25 한국전쟁을 한국교회의 변곡점으로 봤다. 그에 따르면 전쟁을 겪기 전 한국교회 신앙의 초점은 주로 내세, 즉 천국에 있었다. 때문에 '재림신앙'이 굉장히 강했다는 것. 그랬던 것이 한국전쟁 후, 이 세상에서의 '생존'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이후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는 '경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있게 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런데 지금와서 돌아보면 '과연 이게 진정한 기독교의 모습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한국교회가 변해야 할 때입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예수 믿고 예수처럼 살자'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무관한 교회가 되지 말자는 뜻이죠.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와 이념

3년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그 충격적 사실 만큼이나 한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강 박사는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다"며 "한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무엇보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한 우리의 내면을 보게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인간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더불어 산다는 걸 깨닫게 한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얼마나 윤리를 잊고 살고 있는지를 일깨워준 윤리적 사건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세월호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민낯, 곧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이념 갈등'을 주시했다. 강 박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모두가 슬퍼하고 애도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내 세월호는 정치화, 이념화 됐다.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보고, 그것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좌우로 갈라졌다. 교회조차 그랬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안에는 분명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르는 자를 위해 울어줄 감수성이 있다. 다만 이념이 그것을 덮어버리는 것"이라며 "이 때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공의와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억울한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그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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