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의 한 장애아동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이른바 '동성애 동영상 교육' 사건이 본질에서 벗어나 '성소수자(동성애) 혐오'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대구의 한 장애아동 어린이집 교사 A씨가 봉사활동을 나온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나왔던 일부 초등학생의 학부모들은 이 동영상으로 인해 자녀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아동학대 혐의로 해당 어린이집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것이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됐다.

A씨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동영상은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이 지난 2015년 12월 연세중앙교회에서 '에이즈와 동성애, 충격적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한 강연이다. 평소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며 그들의 삶을 직접 목격했던 염 원장은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성 등을 고발하는 강연을 활발히 펼쳐온 인물이다.    

문제는, 물론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나, 해당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진들의 '수위', 가령 수간(獸姦)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이나 반라의 남성 동생애자들의 사진 등이 과연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적절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 있어선 교사 A씨도 부주의를 인정하고 사과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이 사건은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성소수자(동성애) 혐오'의 대표적 사건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A씨의 교육 방법이나 부주의한 태도 정도를 지적한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교육 자체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흐른 것이다.  

퀴어축제는 되고 동성애 교육은 안 된다?

본의 아니게 사건에 연루된 염안섭 원장은, 이처럼 사건이 필요 이상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느껴 적극 해명에 나섰다. 특히 염 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어린이집이 위치한 '대구시 달서구'라는 지역의 독특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곳은 지난 2008년 이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력 사태로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당시 이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인터넷 등으로 음란물을 접한 뒤 동성 후배를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즉, 달서구 주민들에겐 이 사건이 마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고, A씨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 ⓒ방송 화면 캡쳐
(Photo : ) ▲이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 ⓒ방송 화면 캡쳐

게다가 A씨가 아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준 시점은 '대구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 불과 몇 주 전이었다. 때문에 A씨는 이 축제의 '선정성'과 그것이 거리를 지나는 많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려했다. 퀴어축제가 열렸던 대구 동성로 일대에는 학원이 밀집해 있다.  

 

 

A씨는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그저 아름답게만 포장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동성애를 포함해 성소수자들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알리고 에이즈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동영상을 보여준 것일 뿐"이라며 "초등학생이지만 사실을 바로 알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고 했다.

당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A씨는 "제게도 초등학교 1학년 딸과 8개월 된 아들이 있다. 만약 아이들이 싫어했거나 시청을 거부했다면, 저 역시 교사이기 이전에 학부모로서 당연히 중단했을 것"이라며 "봉사활동 2시간 중 1시간 20분의 봉사를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소감을 나누는 등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다. 동영상을 강제로 보여줬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초기심리검사 결과 있나?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피해 학부모들이 20일 오후 전교조대구지부 강당에서 기자회견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SBS <궁금한 이야기 Y>가 향후 이 사건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염안섭 원장은 19일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방송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 토요일인 2017년 7월 15일에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기자님께서 저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셨다. 저는 기자님께 먼저 인터뷰 질문을 보내달라고 하였고 인터뷰 질문을 검토해 보니, 아이들이 제 영상을 보고 심리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이미 전제에 깔려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기자에게 이 같은 점을 언급하며, 아이가 정말 동영상을 보고 심리적 충격을 받았는 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초기심리검사' 결과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되물었다고 한다.

염 원장에 따르면, 그러나 기자는 그런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이에 그는 "아이가 심리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당연한 전제가 되어 제작 중인 방송의 기획이 상당히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염안섭 원장이 SBS <궁금한 이야기 Y>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 ⓒ<궁금한 이야기 Y> 홈페이지 캡쳐

그리고 염 원장은 그 기자에게 다시 "어떻게 아이의 초기(심리)검사결과지도 확보를 안 하고 무조건 아이 부모 말만 듣고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라는 방송을 만들 수 있는가? 그렇다면 경찰은 초기심리검사 기록지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기자가 "당연히 경찰이 가지고 있다. 아이의 초기심리검사는 대구 해바라기센터에서 이루어졌으니 확인해 봐라"라고 답했다고 한 염 원장은 "이에 달서경찰서와 대구해바라기센터에 전화로 문의를 하였는데 달서경찰서는 아직 해바라기센터의 기록을 받지 않았다고 하며 차후에 받을 예정이라고 할 뿐 아니라, 해바라기센터는 심리검사를 시행하는 곳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기자님이 제게 하신 답변은 거짓임이 확인되었다"고 지적했다.

염 원장은 "공정방송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료인 아이의 영상 본 후 가장 처음 시행한 종합심리검사를 공개하시길 기대해 본다"며 "저는 무엇을 은폐하자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본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SBS <궁금한 이야기 Y> 측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까지 남겼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와 관련,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대표 주요셉 목사)도 논평을 통해 "해당 자녀 부모님은 개인감정을 떠나 사회현실을 직시해 정확히 진실을 밝혀주시고, SBS <궁금한 이야기 Y>도 시청율을 의식하거나 편향적 시각을 떠나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정하게 방송해주실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반동연 대표 주요셉 목사는 특히 "이번 사건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왜곡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속에는 교육 현장에서 다시는 동성애를 건들지 못하게 하거나, 염안섭 원장의 동영상 유포를 막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