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수는 역사다(The Case for Christ)>는 지난 4월 미국 개봉 당시부터 관심을 갖고 눈여겨본 작품이다. <사일런스(Silence)>, <오두막(The Shack)>,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등 올해 개봉된 기독교 관련 영화들 모두 수작(秀作)이 아닌 것이 없지만, <예수는 역사다>는 특히 신앙의 핵심인 기독론에 관련된 의문을 직접적으로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개봉 당일 상영관 내부의 풍경 역시 인상적이었다. 최신작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대개 개봉 첫날인 수요일이나 목요일 오전 조조할인 시간에 상영관을 방문해야 한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애용하는 상영관이 서울에서 비교적 변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항상 서너 명 정도만 앉아있는 텅 빈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하곤 했다.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대부분 기독교인들로 보이는 관객들이 상영관의 1/3 정도를 채우고 있었다. 특정 교회의 단체관람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방문한 분들이었다. 상영관 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열심 있는 기독교인들이 이 영화에 보이는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영화의 내용이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훌륭했다. 간단하게 평하자면, 상당한 공을 들여 제작한 웰메이드 영화라 할 수 있다. 아니, 실화에 바탕을 두었으니 웰메이드 '간증'영화라고 해야겠다.

무엇보다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양측에 각기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 보인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예수는 역사다>는 비기독교인들을 향해, 그리스도의 부활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주려 한다. 기독교인들을 향해서는 신앙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게 하고, 믿음과 기도와 인내를 통해 실현되는 회심의 역사에 대한 소망을 독려한다.

◈부활의 증거(evidence): 입증과 방증

<예수는 역사다>가 비기독교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예수의 부활이 실제 역사적 사실로  '입증'될 수는 없어도 '방증'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입증(立證, confirming evidence)이 어떤 주장이나 추론을 사실로 증명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증거라면, 방증(傍證, supporting evidence)은 비록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관련된 사실에 근거를 둔 정황증거를 말한다. 입증은 추론을 적극적으로 사실인 것으로 증명하지만, 방증은 추론이 분명한 거짓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예수는 역사다
▲유력 언론사 시카고 트리뷴 사에서 전도유망한 기자로 활동하던 리 스트로벨(마이크 보겔 분).

영화는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리 스트로벨(Lee Patrick Strobel)이 1980년 한창 신문기자로 승승장구하던 시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부터 전개를 시작한다.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에서 활약하던 전도유망한 저널리스트였던 그는 아내와 어린 딸을 거느리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서 딸이 사탕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을 뻔했을 때 한 기독교인 간호사가 아이를 구해준 일이 발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아내인 레슬리 스트로벨(Leslie Strobel)은 신앙을 갖게 되었다.

골수 무신론자인 리 스트로벨은 아내의 변화에 일종의 당혹감을 느끼고, 그녀가 헛된 종교적 가르침에 세뇌됐다고 믿는다. 그는 아내가 신앙을 포기하게 할 목적으로 저널리스트 활동 중 틈틈이 시간을 내 기독교의 가르침, 특히 예수의 부활이 거짓임을 증명하려 한다.

영화의 서사는 비기독교인 부부 중 한 명이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됐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신앙을 갖게 된 배우자에게 느끼는 일종의 배신감과 그로부터 유발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영화는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되는 심리묘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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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벨의 아내는 예수를 믿고 침례를 받아 기독교인이 되지만, 무신론자인 스트로벨에게는 한없이 못마땅한 일이다. 영화는 비기독교인 부부 중 한 사람이 신앙을 갖게 될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갈등의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복음서의 기록이 허구임을 증명하기 위해 리 스트로벨은 거의 2년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접촉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동료 기자부터 시작해 성서학자, 신약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의학박사에 이르기까지, 예수 부활의 신빙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한다.

조사를 모두 마친 후 스트로벨이 한 일은 항복선언이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증거는 없지만, 부활 사건을 부정해야 할 증거 역시 전무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두 그리스도의 부활을 방증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이성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던 스트로벨은 자신이 직접 수행한 조사의 결과를 수용한다. 결국 그는 아내의 신앙을 인정하고 거기에 동조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리 스트로벨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습관을 따라, 각 단계의 조사가 진행될 때마다 칠판에 핵심 질문을 명시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부정하기 위해 그가 제기하는 질문은 대략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성서 (필)사본의 신뢰성, 둘째는 성서 기록의 정확도, 셋째는 부활 목격의 현실성, 마지막은 부활 여부의 확실성이다. 그리스도에 대해, 그리고 성경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항상 제기해 오던 해묵은 질문들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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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신약성서 사본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125년경 기록) P-52 사본의 일부.

◈부활의 기록(records): 신약성서 사본의 원전성(originality)

리 스트로벨이 제시한 첫 번째 의문점은 오늘날 신약성서를 존재하게 한 필사본들에 대한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현존하는 신약성서의 원본이 된 성서 필사본들은 진본의 내용과 일치하는가? 후대의 신약성서 필사본은 예수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어떤 허구적인 내용(특히 예수의 부활)을 덧붙인 것은 아닌가?"

만일 사본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면, 신약성서가 전달하는 내용도 신뢰성을 잃게 된다. 스트로벨이 이 질문을 첫 번째로 제기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본의 원전성이 의심을 받게 되면,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예수의 부활도 믿을 수 없는 사실로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스트로벨이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모두 배우들이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이다. 영화에서 (필)사본의 신빙성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는 가톨릭 성직자는 저명한 성서고고학자 호세 마리아 마르케스 신부(Father Jose Maria Marquez)다.

사실 영화에서 마르케스 신부가 제시하는 대답은 스트로벨이 찾아간 몇몇 학자들의 대답을 종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마르케스 신부 외에도 덴버신학대학원(Denver Seminary) 신약학 교수 크레이그 블롬버그(Craig Blomberg), 휘튼 칼리지(Wheaton College) 성서고고학 교수를 역임한 존 맥레이(John McRay) 등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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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벨에게 신약성서 사본이 가진 탁월한 원전성에 대해 설명하는 성서고고학자 마르케스 신부(미겔 페레스 분).

스트로벨이 이들에게서 얻은 대답은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신약성서 사본은 서구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다른 고전들에 비해 진본과 사본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지극히 짧다. 영화에서 예를 든 호메로스(Homer, 주전 8세기경 활동)의 일리어드(Ἰλιάς, Ilias)가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일리어드의 사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3세기경 고대 로마시대에 쓰여진 것이다. 진본과는 1,100년 정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고대문헌 연구가들은 여러 사본들을 비교해본 결과, 이 사본이 호메로스가 작성한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진본과 사본의 시간차가 1,000년이 넘는 문헌조차도 내용에 변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신약성서는 어떠한가? 일단 진본과 사본의 시간차가 100년도 되지 않는다. 신약성서 사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요한복음 사본으로, 2세기경(100-150년 사이)의 것이다. 작성된 시기로 보아도 일리어드 사본보다 100년이 앞서 있고, 진본과 사본 사이의 시간 간격이 몇십 년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진본과 사본 간의 내용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사본학 및 성서고고학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주장한 이들이 몸소 기록한 바가 거의 변질된 바 없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 사본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두 번째 사실은 사본 수가 다른 어떤 고대문헌 사본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영화 중 소개된 사본은 5,843개). 이는 진본의 원형을 확인할 자료들이 충분하게 확보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사본 수와 관련해 영화에서 비교된 문헌은 일리어드(사본 643개),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Sophocles)의 희곡(사본 100개), 플라톤의 4부극(tetralogies, 플라톤 저서들은 고대 로마 시대에 4부극 형식으로 배열됨, 다시 말해 4부극이라는 것은 플라톤 작품 전체를 말함, 사본 7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사본 5개) 등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한 스트로벨은 첫 번째 취재를 종결한다. 신약성서 사본의 원전성(originality)은 의심할 바가 없다는 것, 즉 오늘날 전해진 신약성서는 진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스트로벨이 수용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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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 내부의 세부적 불일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설명하는 윌리엄 크레이그 교수(러스 블랙웰 분).

◈부활의 증언(testimony): 사복음서 내부의 세부적 불일치

신약성서의 원전성에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면, 다음으로 조사해야 할 것은 신약성서 기록 내용의 정확도 문제다. 스트로벨이 기자의 관점으로 사복음서를 분석해 본 결과,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자들의 증언 사이에는 세부적인 불일치가 존재한다.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전까지 스트로벨은 이것이 부활 증언의 신빙성을 크게 훼손하는 요소라고 확신한다. 기자 입장에서는 세부적 요소들까지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증언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답하는 이는 기독교 변증학자이자 분석 기독교 철학자인 윌리엄 크레이그(William Lane Craig)다. 그는 탈봇 신학교(Talbot School of Theology)와 휴스턴 침례교 대학교(Houston Baptist University)에서 기독교 철학 교수로 재직 중인 인물이다.

윌리엄 크레이그는 학계에서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다. 기독교를 변증하는 그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태도 때문이다. 특히 저명한 무신론자들에게 이른바 '토론 배틀'을 연달아 신청한 일은 유명하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M. Krauss) 등이 그의 도전 대상으로 지목됐고, 도킨스는 거절했지만 히친스 및 크라우스와는 실제로 하나님의 존재와 관련된 공개토론을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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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저명한 무신론자이자 저술가 히친스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공개토론을 벌이는 윌리엄 크레이그 교수.

영화에 등장한 윌리엄 크레이그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증언들 간의 불일치에 대해 전투적인 기독교 변증가답게 명료한 답변을 제시한다. 그는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한다. 첫째, 예수의 무덤이 비었다는 것, 그리스도가 부활했다는 것을 최초로 목격한 자는 모두 여성(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 이외 저희와 함께한 다른 여자들, 눅 24:10)이었다는 기록이다.

그는 부활의 최초목격자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유대교 사회에서는 증언의 신빙성을 얻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남성 중심적인 당시 유대교 사회에서는 여성의 증언이 공식적인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신약성서가 여성을 최초 목격자로 제시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크레이그 교수의 해석이다. 그는 이처럼 계산적인 태도를 배제하고 실제 목격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기술한 점이 부활에 대한 증언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고 해명한다.

그가 두 번째로 지적하는 사실은 모든 사건의 조사에 있어 증인이 여러 명일 경우 증언에 보이는 부분적인 차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대단히 첨예한 조사를 요하는 형사사건의 증언에서도 통용되는 원칙이다.

영화 속에서 크레이그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 중, 스트로벨은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에 대한 사복음서의 증언, 특히 최초 목격자인 여성들에 대한 증언이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목한다. 부활의 최초 목격자에 관련된 증언들 사이에 보이는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태복음: 막달라 마리아, 다른(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마 28:1)
마가복음: 막달라 마리아,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막 16:1)
누가복음: 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 저희와 함께한 다른 여자들(눅 24:10)
요한복음: 막달라 마리아(요 20:1)

스트로벨은 만일 신문기사를 이런 식으로 작성했다면, 기자로서 실격임을 강조한다. 부활 기록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지극히 정밀하고 정확한 기록을 남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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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내용을 일일이 칠판에 기록하는 스트로벨. 무신론자인 그는 취재가 진행되면 될수록 예수의 부활을 명백하게 부정할 근거가 없음을 알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여기에 대해 크레이그 교수는 스트로벨이 예일대 로스쿨 출신임을 지적하며, 경찰조사나 재판 중 증인신문에서도 증인들의 진술 사이에 소소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다수의 증인들로부터 나온 증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조작된 것 아니겠느냐는 크레이그 교수의 반문에 스트로벨은 더 이상의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합당한 추론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크레이그는 두 번째 취재를 종결한다. 그는 사복음서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불일치는 증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부활과 환각(hallucination): 분명한 사실의 목격

성서 기록 자체의 원전성이나 신뢰도를 확고하게 부정할 근거가 없음을 확인한 스트로벨은 이제 그 기록을 남긴 증인들 자체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세 번째 취재 주제로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부활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증인들이 실은 기독교의 초월적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사실을 조작한 것은 아닐까? 그도 아니라면 예수의 부활에 대한 목격이 실은 세뇌에 의한 집단적 환각은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이 두 가지 질문에 답변하는 인물은 두 명이 등장한다. 첫 번째 인물은 개리 하버마스(Gary Habermas) 교수다. 그는 리버티대학교 신학대학원(Liberty University Rawlings School of Divinity)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독교 변증학과 종교철학을 가르친다.

하버마스 교수의 특징은 복음주의 변증가로서 무엇보다도 예수의 부활을 변증하는 데 주력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스트로벨이 예수의 부활에 대한 취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한 인물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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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활의 증언이 갖는 신빙성을 강조하는 기독교 변증학자 개리 하버마스 교수(케빈 시즈모어 분).

하버마스 교수의 대답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부활이 직접 목격한 사실이 아니었다면, 이 증언에 대한 초대 기독교인들의 순도 높은 신앙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이냐고 하버마스 교수는 반문한다.

이들보다 후대의 기독교인들은 단지 기록과 가르침에 따라 믿었다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활을 직접 목격한 증인 500명은 어떤가? 이들 중 죽음(순교)의 위협 앞에서 자신들의 증언을 번복한 자가 단 하나도 없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여기서 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하버마스 교수의 해명이다. 곧 이들은 사실을 본 그대로 믿고 증언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버마스 교수의 두 번째 답은 앞서 언급했던 성서 기록의 신빙성에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기록은 사건 발생 후 불과 몇 달 내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의 해명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나 본 칼럼 독자들 중에 의구심을 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복음서 중 최초로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마가복음의 집필 연대가 대략 주후 70년대로 추정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약 30-40년 가량 지난 후의 일이다. 집필 연대가 마가복음보다 약 20년 정도 앞선 바울서신조차, 그리스도의 부활 후 10년 이상 지난 후에 쓰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부활 기록이 몇 달 안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복음주의를 고수하는 하버마스 교수의 학문적 성향을 고려할 때, 이것이 베드로복음이나 도마복음 등 위경으로 분류되는 텍스트들이나 성서비평학자들이 추론해낸 Q문서(Quelle, 독일어로 '원본자료'라는 의미)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Q문서설이란 19세기 독일 성서학계에서 제기된 이론으로, 사복음서 집필 이전 예수의 말씀들을 기록해 놓은 문서가 존재했고, 사복음서 기자들이 이를 참고하여 복음서를 기록하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Q문서설을 수긍하는 학자들은 마태·마가·누가 복음에 수록된 예수의 말씀과 가르침 가운데 상당한 정도의 중복 내용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 Q문서의 존재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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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인 실존인물 개리 하버마스 교수. 기독교 변증학자로서 그리스도의 부활 변증에 주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대부분의 복음주의 성서학자들이 거부하는 바인데, 그 이유는 Q문서설을 인정할 경우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저자가 마태와 마가라는 사실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마태는 그리스도의 공생애를 직접 눈으로 본 제자이자 사도이며, 마가는 그리스도의 수제자이자 사도들 중 지도자 역할을 했던 베드로의 제자이자 동역자인데, 이들이 굳이 자기들이 알고 있는 것 외에 따로 예수의 말씀에 대하여 기록한 바를 참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만일 복음서를 기록하기 위해 예수의 말씀을 기록한 다른 문헌을 참조해야 했을 정도라면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저자는 마태와 마가라고 보기가 어렵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Q문서설은 단순 이론일 뿐, 이를 분명하게 입증할 만한 사료적 근거가 전무하다. 이런 이유로 Q문서설은 복음주의 성서학자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하버마스 교수가 말한 "몇 달 안에 이루어진 기록"은 아마도 최초 복음서의 기록 연대를 기존의 60-70년대보다 훨씬 앞서 추정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 주장은 예수의 부활이 직접적인 목격을 기반으로 기록되었다는 것을 지지하기에는 유리하나 학계의 정설은 아니며, 초대 예루살렘 교회의 정황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하버마스 교수가 복음서의 부활 증언이 분명히 목격자에 의해 기록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만 수긍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이다.

하버마스 교수의 확신에 찬 주장에서 혼란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는 스트로벨은 위에서 말한 두 번째 질문, 즉 부활 목격이 집단적인 환각이었을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로 향한다. 스트로벨이 실제로 인터뷰한 인물은 퍼듀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정신의학자 로버타 워터스(Roberta Waters)다.

그녀는 스트로벨에게 이 질문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밝힌다. 한 발 나아가 워터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만일 집단 환각이라는 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예수의 부활보다 더 큰 기적이다." 그녀가 이처럼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환각 현상이 근현대 인식론과 정신의학 방면에서 중요한 주제로 여겨져 무수하게 연구된 까닭이다. 환각이라는 것은 각 개인에게 발생하는 정신현상으로서 결단코 타인과 객관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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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환각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로버타 워터스 교수(페이 더너웨이 분).

워터스 교수의 대답을 통해 스트로벨은 세 번째 취재를 마친다. 그는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자들이 고의적으로 허구를 창작해 낸 것도 아니고,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환각을 본 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은 존재하지만 부활 증언이 분명히 감각으로 경험한 일을 기록한 것이라는 믿음을 분명하게 부정할만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질문은 단지 하나뿐이다. 예수가 죽었다고 본 것이 실은 목격자들의 착각 때문이고, 그는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척을 했거나 혹 죽은 듯 기절하였다가 무덤에서 회복된 것이라는 추정이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