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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으로부터 자신과 관계된 남자에 대해 듣게 되었다. 두 경우 모두 남자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반응이 있어야 계속 하든지 멈추든지 할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첫째 남자는 절반은 사귀는 것처럼 지내고 있었던 사람으로, 한 단계 진전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개인적 신변이 복잡해져 시간을 좀 달라는 정도의 상황이었는데 연락이 두절되었고, 어떤 수단으로도 연결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이쯤 되면 누구나 남자가 더 이상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거의 사귀는 것처럼 어느 정도 친밀하게 지내다 갑자기 그런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그럴 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가깝게 지내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만은 없다. 사람이니까 충분히 중간에 마음이 바뀌거나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남자의 진짜 문제는, 자기 마음을 궁금해하는 여자를 위해 뭔가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이나 모임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연락이 안 되는 사람, 술 마시고 잠수 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현실부적응자에 가까워 많은 이들의 속을 태운다. 이렇게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애매모호한 남자를 배우자로 결정하면 여자는 평생 고생 예약이다.

둘째 케이스의 남자는 꽤 스마트한 외모로 주변의 구애를 제법 받는 사람이었는데, 연상녀인 이 여성의 고백에 예스도 노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수개월째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포기할 만하면 애매한 멘트와 행동으로 다시 주춤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치다가도, 돌아서려 하면 미끼를 하나 던지는 이 남자. 게다가 때로는 그녀를 다른 여성들과는 조금 다르게 취급하며 마치 자기 여자처럼 대한다는 이 남자. 왜 이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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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뜻대로 마음 조절이 되는 부분이 아니지만 이런 미지근한 남자들을 만났을 때, 아직 본격적으로 사귀지 않았고 마음도 다 주지 않은 상태라면, 사안을 객관적으로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그게 친구의 상황이거나 드라마 속 장면이라면 여자에게 그런 남자들을 추천할 수 있을까?

첫째 케이스의 남자는 용기나 결단력이 없어서 계속 회피만 하니 여자 속이 엄청 탈 것 같고, 그런 사람과 일생을 함께 한다 해도 늘 뒤에 숨는 우유부단함과 용기 없는 그의 성격 때문에 평생 뒤치다꺼리나 하게 될지 모른다.

둘째 남자의 경우, 분명 어장관리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바로 분간할 수 있을 것이다. 사귀긴 싫지만 계속 자기만 바라보는 건 싫지 않으니 상대방의 기분이나 답답함은 아랑곳없이 애매한 놀이를 계속하는 것이다. 이 남자 역시 함께 산다 해도 오래 행복하진 않을 것을 미리 알 수 있다.

여자들은 박력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남자라고 우유부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력은 호기나 자기과시가 아니다. 어떤 메뉴를 고를지 빨리 결정하고, 어디에 갈지 척척 안내할 정도로 정보를 꿰고 있는 것은 작은 의미의 결단력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큰 결정에 머뭇거린다면 그건 박력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메뉴를 정하고 데이트 장소를 정할 때 뜸을 들이는 남자라도 박력이 없어서가 아니고 여자를 배려해서일 수도 있다. 여자를 위한 중요한 결정에 결단력 있고 배려심 있는 남자가 진짜 괜찮은 남자다.

결정장애와 우유부단함은 조금 다르다. 여성들은 남자의 작은 호기나 박력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결단력 있는 사람이다.

우유부단함은 평생을 안고 가는 고질병이다. 본인이 그런 성향을 갖고 싶어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여성에 대한 진지한 배려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없다면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대방의 답답한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남자라면 더 매달리지 말고 빨리 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랑은 구걸이 아님을 모르는 '무심함'은 '우유부단함'과 동의어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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