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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칼럼] 구두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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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Jun 22, 2017 11:00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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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목사
김한요 목사(베델한인교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저는 그것이 한 인생을 살다간 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고 나면 그 자리가 한없이 허전한 이유도 고인이 남기고 간 흔적 때문입니다. 먼저 간 성도들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그분들의 흔적이 느껴져 마냥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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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사람들 앞에 서서 설교를 하는 사람인지라, 저를 지켜보는 분들도 자기 나름대로 저는 보는 각도가 있습니다. 저의 옷매무새를 보는 분, 양복과 넥타이 색깔이 잘 매치 되었나 보시는 분,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제가 머리를 잘 빗었는지 보실 것이고, 안경점을 하시는 분은 제 안경이 유행을 따라가고 있는지 보실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들은 저의 혈색을 살피며 저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려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또 구둣가게를 하시는 분은 제 구두가 잘 닦여 있나 보실 것입니다.

저는 일 년에 한두 번 LA 다운타운에 강의하러 나갈 기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하는 것이 학교 근처 구둣방에 제 구두를 맡기는 일입니다. 주로 뒷굽에 고무를 박아 구두가 닳는 것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작업이라 잠깐 기다리면서 수선하시는 분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몇 년이나 이 구둣방을 하셨어요?” “이민 와서 시작했으니까 한 20년은 되었죠.” “정말 오래 하셨네요. 아저씨 혹시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줄 아시나요?” “대충 알죠, 하하.” “아, 그렇군요.”

별 희한한 질문을 다 한다 싶든지,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이 말 저 말 쏟아내십니다. “신발도 인격이 있거든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같은 것이라, 주인이 잘 대해줬는지 아니면 막 대했는지 티가 나죠.” 그 말을 듣는데, 구두약을 잘 발라주지 않고 가끔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때 일 년에 한두 번 닦아주는 것이 전부인 저는 괜히 죄짓다 들킨 양 뜨끔했습니다. 거의 다 닳은 고무를 집게로 뜯어내고 새 고무를 뒷굽에 박고 계시는 아저씨에게 “다들 저처럼 바깥쪽으로 구두가 닳죠?” 물었습니다. “다 달라요. 안쪽이 닳는 분도 계시고, 뒤가 닳는 분도 계시고, 굽은 멀쩡하고 앞창이 닳는 분도 있어요.”

구둣가게 아저씨는 나름 20년의 노하우로 구두만 보면 그 사람의 인격도 짐작할 수 있나 봅니다. 훗날 더 이상 구두를 신을 필요가 없을 때, 내가 두고 가는 구두들이 나의 인격을 대변할 텐데 지금부터라도 구두약도 잘 발라주고 걸을 때도 인격 있게 낡아지는 구두가 되도록 조심히 걸어야겠습니다. 내 구두가 남길 발자국은 어떤 발자국일까? “녹슬어 없어지기보다는 닳아서 없어지겠다”던 조지 휫필드 목사님의 말이 자꾸 생각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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