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박사)에서 존 피이스(Joshua Pease)가 쓴 '바나 리서치 연구가 알려주는 것: 예수님은 사랑하지만 교회는 가지 않는 기독교인들'이라는 글을 번역·소개했다. 소위 '가나안 성도' 이야기이다.

피이스는 "그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이유가 교회에 대한 분노와 실망 때문은 아니다"며 "오히려 교회와 그들의 삶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그 내용.

2014년, 기독교 작가로 잘 알려진 도널드 밀러는 '내가 교회에 자주 가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로 주목을 끌었다. 최근 바나 리서치에 따르면 이와 같은 현상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인정하면서도 교회나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가 있으리라는 생각 아래, 바나 리서치는 기독교 신앙이 개인의 일상과 삶에 매우 중요하다고 시인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교회를 출석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했다.

바나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4%에 불과했던 이 유형의 기독교인이 최근 10%로 증가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때론) 더 정통적인 비출석 기독교인의 신학

이 유형의 사람들은 전통적인 교회의 품은 떠났지만, 이들의 신학과 신앙관은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과 거의 같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 기독교인들은 출석하는 이들 못지 않게 '유일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유일신의 존재에 대한 미국 성인의 평균이 59%이고 교회 출석자들의 평균이 90%인 반면, 93%의 비출석 기독교인들도 유일신(하나님)을 시인한다.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믿는다'고 답한 이들도 94%로, 미국 성인 평균인 57%와 교회 출석자들의 평균인 85%보다도 훨씬 더 높았다.

끝으로 하나님의 무소부재하심에 대해서는 95%으로 강한 믿음을 보여, 미국 성인 평균인 65%와 교회 출석자들의 평균인 92%보다 높았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가장 다른 양상을 보이는 항목은 '기독교의 배타성'에 대한 인식 차이였다. 이들은 모든 종교가 궁극적으로 같은 가르침을 준다는 것에 동의하는 비중이 높았다. 비출석 기독교인들 45%가 기독교의 배타성을 반대한 반면, 일반 기독교인들의 86%는 반대했다. 이들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도 타인과 공유하는 비율이 18%로 낮았다. 이는 일반 기독교인의 67%에 비해 크게 낮다.

바나 리서치

 

◈예수님은 사랑하지만 교회는 사랑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밀러는 교회를 가지 않는 이유로 '찬양과 설교'를 꼽았다. 찬양과 설교를 통해 하나님과 소통을 하고 있거나 연결돼 있음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훈련 행위들은 전통적 교회 밖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더불어 그는 새로운 모습의 기독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1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기존 교회 모임과 집회와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밀러의 주장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성도들은 교회에 대한 상처나 제도에 대한 불신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들의 영적 성장에 교회의 행태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서 떠났다는 점이다. 이는 바나 리서치 보고서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에 대해 밀러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서, 혹은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가 없어서 외로움과 고독함에 시달린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나의 공동체는 충만하고 깊이 있고 영적으로 견고하며 감사와 희생이 넘치는 곳이다.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에겐 때론 이런 공동체 생활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공동체는 많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누군가가 시작한 공동체"라고 답했다.

◈통했던 권위,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밀러의 관점은 외부적 권위 조직과 체계를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는 문화적 변형의 깊이를 반영한다. 비단 교회뿐 아니라 정부와 같은 다른 조직들도 마찬가지다. 철학자 찰스 타일러는 "갇혀진 나(buffered self)"라는 관점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날 사람들은 외부 요소에 기인한 진리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않고 내면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추세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하나님과 인간의 실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제도 교회를 찾았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내면에서 진리를 탐색하고 외부에서 확인을 얻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

진리가 상대적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는 전통 교회에서 절대 진리에 대한 답을 얻었다면 이제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신실한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영적 여정을 위해 반드시 교회 건물을 출입하지 않고도 신앙의 리듬을 찾게 됐다. 이런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비출석 기독교인들과 소통 문제와 충돌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시대

비출석 기독교인들에 대해 이해해야 할 것은 그들이 신학, 공동체, 제자도, 책임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 개념들에 대한 그들만의 정의가 불편한 대화를 초래할 순 있겠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위 개념들에 대한 명확하고 올바른 이해와 경험을 쌓는 효과적인 공간으로 더 이상 기존의 교회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설교에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교회 공동체와 주일 모임들이 공동체에 대한 효과적 본보기가 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이유는 교회에 대한 분노와 실망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교회와 그들의 삶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바나 리서치 편집장인 로세나 스톤은 "이 유형의 사람들은 오늘날 교회 사역을 이해하는데 더 중요해졌고, 숫자도 증가하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영향받지 않은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예수님을 사랑하고 성경말씀을 믿으며 기독교의 신앙과 가치들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교회가 이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교회가 존재하는 본질적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