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윤 박사)이 15일 오후 서울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종교개혁의 국제적 영향과 계속되는 개혁운동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제51회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원 원장 이종윤 박사를 비롯해 정성국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약학),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김철홍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가 발제자로 나섰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이승구 교수의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적합성'과 김철홍 박사의 '가난과 번영의 삶 속에서 동정과 측은히 여기는 사역에 대한 복음의 도전'이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유일한 구원의 방도"

먼저 이승구 교수는 "모든 (종교)개혁자들이 이신칭의 교리를 생명같이 여겼는데, 오늘날 국내외 여러 곳에서 이 교리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참된 교회이기를 원하는 우리들은 오늘날도 이신칭의 교리를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이신칭의 교리가 복음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정확히 요약하고 있고 △개혁자들이 이 교리를 내용적 원리로 해 종교개혁을 이뤘으며 △이 교리에 도전하는 것은 그 이전 및 16세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그 어떤 노력으로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의 구원을 위한 방도를 마련해 주셨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우리를 구하는 유일한 구원의 방도"라며 "이런 사실과 의미를 참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예수님께서 이루신 구원을 믿는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믿음으로 되는 것(이신칭의)이라는 점을 성경은 매우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근자에 와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이신칭의 교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나타났다"면서 그 중 하나로 '바울에 대한 새 관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것을 주장하는 자들은 처음 칭의와 마지막 심판 날에 있을 종국적 칭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최종적 칭의에서는 신자들의 능동적 순종의 행위들이 단순히 증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신자가 최종적으로 의롭게 되는 근거라고 말한다"며 "그들은 결국 최종적 칭의를 더 중시하며, 어떤 경우에는 그것에 한정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와 같은 주장들에 대해 △성경에 충실하지 않고 △종국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의에만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며 △인간을 구원할 수 없는 것을 제시해 또 다른 명에를 사람들의 목에 두는 △결국 아무도 구원하지 못하는 교리라고 비판했다.

"왜 자유시장 경제제도를 지켜야 하나?"

이어 김철홍 교수는 "교회와 교인 개개인이 부(富)와 가난의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떤 복음적 실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고찰했다. 특히 그는 "인간이 자신의 재물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욕망은 죄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뤘다.

김 교수는 "인간이 삶 속에서 율법 혹은 법률이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을 우리는 죄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욕망 자체가 죄인 것은 아니"라며 "만약 인간의 욕망 그 자체가 악한 것이고 죄라면, 우리는 욕망이 발현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금욕주의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기독교의 복음은 근본적으로 금욕주의가 아니"라며 "성경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무조건 억눌러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합법적인 욕망의 만족을 정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므로) 욕망이 법의 범위 안에서 충족되도록 유도해 순기능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하고, 만약 욕망이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역기능으로 작용할 경우 그것을 처벌해야 한다"며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법치주의가 바로 욕망의 역기능을 통제하는 제도"라고 했다.

또 "인간 욕망의 순기능을 악한 것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경쟁에 기초해 자신의 재화를 증가시키려는 욕망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민족됨으로 사회 안의 재화와 가치가 증가하고 그 결과 모든 사람들이 함께 그 혜택을 누리는 공동의 선을 이루게 된다고 보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제도"라고 설명했다.

반면 "사회주의 경제제도는 인간이 자신의 재화를 증가시키려는 욕망을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것으로 보고, 제도적으로 이 욕망을 제어해 공동의 선을 이루려는 제도"라며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과 토지를 비롯한 재화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개인의 사적소유를 폐지한 사회주의 경제제도는 '시장경제는 사익을 위한 것이고 본질적으로 불공정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복음은 특정한 사회제도를 초월한 것"이라며 "다시 말해 이 땅에서 인간이 완벽한 경제제도를 만들어 실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의 가난과 부에 관한 가르침을 검토했을 때, 어떤 제도가 보다 더 성경적 원리에 부합하는지 검토할 수는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제도를 대한민국의 한법적 가치로 보고 기독교인들이 이것들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종종 듣게 된다"면서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할 경우 '왜 기독교인들이 그와 같은 제도를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또 생겨나게 된다"고 했다.

이에 그 답으로 △최소한 성경이 사적소유를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개인 간의 경쟁을 통해 재화를 증식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시장에서의 합법적 활동으로 만족되는 것을 정죄하지 않는 자유시장 경제제도가 기독교적 원리와 가깝다 △사적소유를 강제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소유권을 국가가 장악하는 사회주의제도는 인간의 정상적인 욕망 자체를 죄악시하고 억누르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성경은 가난이 선이고 부는 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재물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죄악시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적소유를 인정하면서도 가난한 자를 보호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을 누리면서도 교회의 구제사역은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의 자유시장 경제제도를 무너뜨리고 그것을 사회주의 경제제도로 바꾸어야 할 신학적 당위성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