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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칼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기독일보 seattle@chdaily.com

입력 May 15, 2017 07:44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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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청와대에 새로운 주인이 들어섰다. 얼마나 시끄러웠던가? 얼마나 참담했던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때, 온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었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청와대에 새로운 주인이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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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기대가 더 클까? 어지럽고 어두운 현 시국이기에 그럴까? 새로운 대통령을 향한 바람은 더 강렬하다. 다시는 실망하지 않고 싶다. 더 이상은 속고 싶지 않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짧은 선거준비 기간 동안 바쁘고 분주했다. 오갔던 말들도, 행동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내가 뽑았든, 뽑지 않았든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이제 모든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청와대의 새로운 주인에게 승복하고, 환영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 동안의 모든 앙금들은 흐르는 강물에 흘러 보내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언론들은 입을 모아 과거 대통령과 달랐다고 극찬한다. 과감하게 격식을 파괴하고 국민들 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여간 애를 쓰는 게 아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야당 당수들을 접견하고, 4당 대표들과 릴레이 면담을 했다.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연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길 기대한다. 한두 번의 만남, 생색내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 꾸준한 만남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통합과 소통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그의 인사에 어느 정도 박수를 보내는 것 같다. 탈계파, 지역초월, 젊은충 등용을 통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 마음이 나중 마음이 되길 기대한다. 변심, 배신의 끈을 끊고, 끊임없는 소통의지를 견지해 주기를 당부한다. 지난 정부에서 보였던 독선과 독주, 불통을 철저하게 청산해야 국민들의 공감을 이뤄낼 수 있을 게다.

비록 집권당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여당 안에 분열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더구나 무시할 수 없는 다른 당의 힘, 의석수 107석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들과 어떻게 통합과 협치를 이루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행보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함께 가겠다'고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이는 듯하다. 관용의 리더십도 보인다. 협치의 의지도 가진 것 같다. 이제 야당들이 협치의 의지에 공감하고 협조해 주어야 한다.

야당의 협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섬세하고 치밀한 배려와 행보가 필요하다.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로는 협치를 끌어내기 힘들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정치적 제스처와 진심을 잘 알고 있는 정치 9단의 눈치 빠른 사람들이니까.

대통령 스스로 '대권도전 재수생'이라고 표현했다. 2012년 패배의 쓴잔을 맛보았다. 대선 재수를 하면서 많이 준비한 게 느껴진다. 그때에 비하면 엄청 달라진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아니, 이미 그는 대학 진학도, 사법고시도 재수의 쓴잔을 맛보았다. 이미 쓴 맛을 보았기에, 쓴 맛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잘 알게다. 그러니 그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야 할 게다.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다. 비록 한국 정치사가 그렇게 얼룩져 오기는 했지만. 이제는 반복해서는 안 될 길이다. 국민들이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독주는 한계가 있다. 국민들을 따돌린 정치는 분명히 오래 가지 못한다.

여야(與野)는 영원한 게 아니다. 엎치락뒤치락 한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반드시 끝이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법이다. 부패한 정권은 오래 가지 못한다.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야 만다.

국민들의 신뢰를 끌어내지 않고는 선정을 포기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기억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다. 국민들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되시라고. 그러면 처음보다 나중을 더 아름답게 장식하도록 기도로 후원할 것이다.

대통령은 스스로 이룬 대업을 간절함과 절박함의 열매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간절한 열망, 본인의 절박한 열망, 추종자들과 지지자들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기필코 대통령의 꿈을 이루어냈다고 했다.

이제는 또 다른 절박함과 간절함을 향해 힘과 뜻을 모아야 할 게다. 청년들의 취업난, 인구절벽 앞에 선 젊은 30-40대들의 고충들, 사드 보복과 자국보호 무역주의로 치닫는 세계 경제 여건 속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용트림. 이 민족이 안고 있는 버거운 현실에 대한 절박함과 간절함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기를 당부한다.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대통령부터 변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이 변하길, 다른 정치인들이 변하길 기대하기 전에 스스로 변하겠다고 했다.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다스리는 통치를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들만 바라보고 달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역대 대통령마다 자신의 배뿐 아니라 일가 친척의 배까지 채우려고 엄청난 과욕을 부렸던 수치를 씻어버리고, 빈손으로 청와대를 걸어 나오는 청빈한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 선거 과정에서 제가 한 약속들을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그 약속을 책상머리에라도 붙여놓고, 하나 하나 현실로 실현해 가기를 간청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염려가 된다. 대통령의 약속이 너무 난무하는 건 아닐지?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부푼 건 아닐지? 지나친 공약과 선심 공세가 혹여 불방으로 다가오지는 말아야 하는데. 재정적인 뒷받침을 충분히 할 수 있을지. 그 공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주의하고 관리도 잘 해야 할텐데. 측근 때문에 허망하게 무너지지는 말아야 할텐데.

대통령 취임의 설렘을 누리기도 전에 해결해야 할 국정과 현안들로 짓눌리는 감이 있다. 쉽게 해결되어질 사안들도 아니다. 동분서주하며 애써 노력한다 해도 그렇게 낙관할 수 없는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와 정치·국방·무역관계 풀어가기. 안하무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국제 여론 이끌기.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처하는 것, 일본의 위안부 합의 문제,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무역흑자를 내고, 기업들을 중흥하는 일,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궁정농단 사건, 잊혀져가면서도 쉽게 일을 수 없는 세월호 문제,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 등.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니다. 어려운 행보를 독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의 고견에 귀를 열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기도하는 교회를 향해서도 문을 열어두면 좋겠다.

'소수인권'이라는 아름답게 포장된 가치 때문에 지켜져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구겨지지 않아야 한다. 기독교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길 소망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은 반드시 지켜지고 고수돼야 할 가치이고 진리다. 그게 무너지면 소수에게 웃음을 선사해 줄지는 몰라도, 결혼과 가정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 기강이 무너진다. 그 이후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아는 지인으로부터 <품격이 전부다>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작가는 기업과 개인의 미래가 국가 평판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대통령의 품격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한국 역사는 대통령의 품격이 엄청나게 훼손된 안타까운 자화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대통령 개인의 품격을 넘어 정치 품격도 격상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품격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고생하는 한국 기업들과 교포들이 고개 들고 활보할 뿐 아니라 대우받고 살 수 있도록 멋진 저변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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