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의 통합이 최근 급진전 되는 듯했으나 당분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12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측이 합의한 향후 통합을 위한 절차를 발표했다. 즉 △양측 통합추진위원장인 엄기호(한기총)·고시영(한교연) 목사가 이 절차를 진행하고 △통합이 완성되면 7.7정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회원과 관련해선 △7.7정관이 만들어진 때를 기점으로 그 이전 한기총에 가입한 교단·단체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이후 가입한 회원에 대해선 양측이 그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재심하기로 한 것, 끝으로 △양 기관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그대로 승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4일 양측 대표단들이 만나 이를 합의한 후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터라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다만 그 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소위 '先 통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는 점에서 이날 기자회견에 쏠린 교계 안·팎의 관심은 컸다. 실제 많은 취재진들과 교계 관계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사실 그 동안 통합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는 한기총 내 특정 교단(이하 A교단) 때문이었다. 한교연은 A교단의 모 인사를 중심으로한 일부 세력이 다른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만큼, 한기총이 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통합을 할 수 없다고 해왔다.

그러다 최근 양측이 "통합을 선언하겠다"고 하자, 교계에선 이번 만큼은 한기총이 문제가 되는 A교단을 처리할 것으로 봤고, 한교연도 이 같은 한기총의 의지를 어느 정도 확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실제 결과는 이런 기대와는 달랐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교단의 모 인사에 대해 "그가 한국교회 하나됨을 위해 연합단체와 교단에서 활동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회원권 정지와 같은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그 이상 구체적 언급 없이 기자회견이 끝나자 한교연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루 전인 11일 임원회를 통해, 한기총이 A교단을 처리하고, 이를 한국교회 앞에 공적으로 선언하지 않으면 통합을 유보하기로 했던 한교연으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한교연 한 관계자는 "활동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한기총이 해당 교단에 대한 회원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통합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양측의 통합을 적극 촉구했던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통합이 되지 않을 경우 교단장회의 소속 교단들은 양 단체를 탈퇴하고, 별도의 조치를 통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중심의 하나 된 연합단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한교연 대표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교연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교총의 실체를 인정한 적이 없다"며 "요즘 한교총의 법인화 이야기도 나오던데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기총과의 통합이 굉장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