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서 참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이 대학이다. 어느 학교에 어느 전공으로 진학하느냐에 따라 직업과 진로의 향방이 크게 바뀌기도 한다. “이 학교가 명문이래,” “이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이 잘 될 거야,” 등 학교를 선택하는 데에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오늘은 오빠의 눈물 때문에 그 학교를 선택한 여동생의 이야기다.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있는 기독교 사립학교 새언약초중고등학교(NCA)의 12학년인 오드리 박(한국 이름 박주연) 양은 얼마 전 미국해군사관학교(The United States Naval Academy)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래도 여자인데 해군은 좀 그렇지 않아요?”란 기자의 질문에 “내게 딱 맞는 일”이라는 당돌한 답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해군사관학교 여름 세미나가 얼마나 좋았는지 쉴 새 없이 기자를 설득한다. 말이 ‘여름 세미나’지 알고 보면, 해군사관학교가 우수한 고등학생들을 뽑아 일주일 동안 학교를 경험하게 하는 빡센 군대 체험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꼭대기 층에서 매일 새벽 점호를 하기 위해 뛰어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한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봐도 영락없는 수다쟁이 여고생이다.

오드리 박 양과 부모, 제이슨 송 교장.
(Photo : 기독일보) 오드리 박 양과 부모, 제이슨 송 교장.

박 양이 해군사관학교를 선택한 이유, 아니 그보다 앞서 이 학교를 알게 된 계기는 오빠였다. 박 양보다 4살 위인 오빠도 이 학교에 지원했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런데 막판에 정밀 신체검사를 다시 받은 결과 색맹이 발견돼 합격이 취소됐다.

오빠뿐 아니라 온 가족에게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수년간의 공부와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까다로운 심사 절차까지 모두 마친 터라 아쉬움은 더 컸다. 색맹을 갖고 태어난 것이 무슨 죄란 말인가?

박 양에겐 그렇게 알게 된 해군사관학교였기에 “반드시 뛰어넘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4년 뒤 오빠가 이루지 못한 꿈을 여동생이 이뤄냈다. 박 양의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사람도 다름 아닌 오빠였다.

“정말 네가 자랑스러워.”

오빠는 이 한마디를 하며 4년 전의 아픔을 다 보상받은 듯 기뻐했다. 박 양이 입고 있는 해군사관학교 레터맨 재킷도 오빠가 자신이 입지 못한 것을 4년간 보관했다가 이번에 선물로 준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해군사관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와 생명을 지키는 신성한 의무를 다하며 이와 관련된 영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는 박 양에겐 최고의 학교임이 틀림없다. 최고의 학교에 진학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최고의 학교가 있었다. 바로 새언약학교였다. 자신의 꿈을 믿고 지지해준 선생님들, 함께 공부하며 격려해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슨 송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학생의 꿈을 존중한다. 학생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준비시키고 가능케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 교장은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오드리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었다는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했다. 박 양의 부모인 존 박 씨와 써니 박 씨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전인적으로 딸을 가르쳐 준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과 오빠, 새언약학교 외에도 박 양이 빼놓지 않고 매일 감사를 전하는 대상이 있다.

“만약 그분이 저를 붙들고 인도해 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거예요.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하나님은 신비한 분이다. 이렇게 가끔 ‘아픔’이란 방법을 사용해서 아픈 사람도, 아픈 사람의 주변 사람도 주님의 뜻대로 성장시키며 최고의 기쁨으로 이끌어가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