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인 강철호 목사가 통일세미나를 통해 처참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고발하고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를 주문했다. ⓒ김진영 기자
탈북자인 강철호 목사

며칠 전 중국 연변자치주 옌지시 한 호텔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선교사 4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에서 선교사들이 체포된 것은 어제 오늘 뉴스가 아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중국에서 선교사는 종교 행위자가 아닌 체제 위협분자들로 늘 감시와 제재를 받아왔다. 특히 북한에서 기독교인은 체제를 전복시킬 목적을 가진 반혁명 간첩행위자로 처벌받고 있다.

흔히 기독교 전문가들은 기독교 사상과 공산주의 사상은 흡사한 데가 많다고 말한다.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누구나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이상적 국가 건설은 기독교 사상의 '하나님 안에서 누구나 다 같은 권리와 평등을 가질 수 있다는 신앙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12월19일 북한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이 애석하게 서거했다"고 조선중앙TV가 공식 보도하고, 그 어마어마하게 신격화한 장례식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김정은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눈이 펑펑내리는 평양길을 지날 때, 실신한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옷을 벗어가며 애통해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당시 주변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저게 사실일까? 저들이 자기 부모가 돌아가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저건 쇼'라고 말하면서, 사상의 세뇌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북한 사람들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 탈북민들 중에서도 한국교회를 처음 접하고 교회에서 각종 기도회 때 통곡하며 기도하는 성도들, 특히 청년들이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동일한 의문점을 갖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산주의 사상? 김일성주의 주체사상? 사회주의 혁명노선은 화려한 이론보다 인간을 신격화하는 우상숭배이다.

북한에서 겪은 실화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동네 한 가정집에 불이 났었다. 공교롭게도 그 집 안에는 5살난 아들이 나오지 못하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불난 집 주변엔 당시 많은 동네 사람들이 나와 "저 애를 어쩌나" 하면서 발을 동동구르면서도 누구 하나 선뜻 뛰어들어가 그 아이를 건져 내는 사람이 없었다. 왜? 위험했기 때문이다. 혹 죽을지도 모르는 그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 그 아이를 구원할 만큼 용감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자기집에 불났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허겁지겁 달려온 아버지는 단숨에 자기의 몸을 불길 속으로 던지는 것이었다. 당시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불길 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들어간 아버지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아버지가 들어갔으니 이젠 아들이 살았구나.'

그러나 그 위험속으로 뛰어들어간 아버지가 안고 나온 것은 살려달라는 자신의 아들이 아닌, 집안에 신줏단지처럼 모셔져 있던 김일성·김정일 사진이었다. 결국 그 아들은 불에 타 숨졌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 아버지는 비난의 대상이었을것이다. 당시 어린 마음에 그 아버지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더한 충격은 다음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 TV 보도였다. 그것이 인민의 수령을 위한 충성이고 산 교육임을 세뇌당하게 된 것이다.

당시 그 아버지는 북한의 영웅이 되었다. 그 내용은 불붙는 집 안에서 살려달라는 아들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존엄한 초상화를 구한 아버지가 공화국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혁명사상이고 김일성 유일사상이다.

지금 사회주의 혁명노선을 지향하는 중국과 북한에서는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선교사들과 기독교인들이 핍박을 받고 있다. 특히 북한은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를 통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처럼 선전하면서도, 기독교인들에 대한 처형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북한 탈북민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면 즉시 국가보위부 특별 조사를 받게 되는데, '중국에 있으면서 선교사나 목사를 만났는가? 교회를 다녔는가?'를 특별히 엄격하게 조사를 받게 된다고 한다.

아마 기독교 신앙을 접하고 나서, 탈북민들이 하나님의 자리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라는 인간들이 신격화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반기독교 사상에 젖어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실상이 전해지는 것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북송 탈북민들 중 일부는 조사 내용의 엄중성을 감지하지 못한 채 순순히 자백했다가, 결국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경우가 많음을 여러 정보를 통해 알게 됐다. 북한 리성숙 봉수교회 전도사는 한 서방 언론의 '부활의 예수님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의 시대에 사람이 어떻게 죽었다 살아날 수 있는가? 그건 거짓이기에 자기들은 하나님이 곧 김일성 수령"이라며 하나님보다 수령을 더 믿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금도 북한은 기독교 사상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처럼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를 그 증거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공산 치하에 존재했던 교회들은 모두 핍박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봉수교회나 칠골교회에는 핍박이 없다. 오히려 이 두 교회는 북한 노동당의 비호를 받으며 서방에까지 홍보를 하고 있다.

이젠 북한도 이런 예술 같은 속임수에서 벗어나, 인민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지금도 북한에서 성경책을 소지했다는 죄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고난당하는 북한의 기독교인들을 기억하고, 한국교회는 이들을 위해 외쳐야 한다.

아직도 일부 교회와 성도들은 북한인권이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하며, 인권문제로 북한을 자극하는것이 옳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북한에서 지금도 인권탄압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기독교인들이라는 사실에 통탄해야 한다.

신앙은 사상이 아니다. 신앙은 그리스도 예수를 믿고 인간이 죄에서 구원 받는 지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런 신앙의 믿음이 사상으로 포장돼 탄압당하는것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기본 권리를 탄압당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그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통일이고 민족구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핍박당하는 북한 동포들을 기억하며 부르짖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강철호 목사(새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