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자신의 사명을 알고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요셉은 애굽으로 팔려갈 때 자신이 열방을 구하는 사람이 될 줄 미리 알았을까?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할 때 자신이 놓는 벽돌의 의미를 미리 알고 있었을까?

한천영 목사에게 갈릴리선교교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하나님의 스토리’였다. 주일에 설교 한번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처음 방문했다가 부목사가 됐다. 40년 역사 가운데 한때는 250명까지 부흥했던 교회인데 담임목사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교세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오늘부터 한천영 목사가 담임입니다.” 이 말 한마디가 그에겐 담임목사 취임식을 대신했다.

담임이 되어 교회를 정리하다가 창고가 되어 버린 소예배실에서 주보 한 장을 발견했는데 청년회 주보였다. 두 가지 때문에 놀랐다. 한때는 청년이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과 그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청소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1세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교회가 ‘무너진 성벽’처럼 된 것에 눈물이 났다.

갈릴리선교교회 한천영 목사
(Photo : 기독일보) 갈릴리선교교회 한천영 목사

남은 성도 30명 가운데 60세 이하를 세어 보니 7명이었다. 그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면서 갈릴리선교교회에 주신 사명을 찾으려 했다. 당연히 보이는 건 없었다. 좋은 프로그램도 쫓아다녀 봤지만 ‘그 큰 교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교회 위치를 보니 LA 한인타운 저 바깥쪽 10번 프리웨이 건너서다. 걸어서 1분만 내려가면 흑인들의 거주지가 나오고 한인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장 사이즈를 보니 승용차 5대나 댈 수 있을까? 소위 대형교회가 되긴 힘든 조건이다.

그러다 만난 것이 가정교회 시스템이었다. 평신도들이 목회자보다 더한 열정을 갖고 헌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LA 한인타운 이민자의 삶이 뻔하잖아요. 피곤하고 힘들고 외롭고 지치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미안했죠. 그런데 행복은 목사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더라구요. 하나님이 행복을 주셔야 행복한 겁니다.”

잘 알려진 대로 가정교회는 불신자 전도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불신자를 가정에 초대해 밥 먹는 게 시작이다. 밥 먹다가 친해지고 친해지다가 기도하게 된다. 기도하다 보면 교회까지 오게 된다.

갈릴리선교교회는 전도의 원칙을 세웠다. “불신자만 전도한다.” 기독교인일 경우는 LA 지역에 새로 이사 와서 교회를 찾고 있는 사람이거나 1년 이상 교회를 안 나간 사람이어야 한다.

“대단한 거 없어요. 정성껏 밥해 주는 게 사랑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밥해 먹일 사랑이 없으면서 내 안에 복음이 있다, 예수의 심장이 있다는 말은 공허할 뿐이죠.”

자기 밥 챙겨 먹기도 힘든 이민생활에 불신자들 밥해 먹이느라 고생이 많다지만, 수개월 공들인 그 불신자가 주일예배에 나올 때 온 교회는 축제에 빠져든다. 그렇게 불신자 전도에만 집중해 2개 목장은 10년 만에 9개 목장으로 늘어났다. 성도도 80명으로 성장했다. 폭발적 성장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가정교회 리더들이 느헤미야가 벽돌을 놓듯이 차곡차곡 전도한 새 생명들이다.

이 교회는 교회법상 미조직교회다. 장로가 ‘아직도’ 없기 때문이다. 3명 정도 장로를 세울 기회가 왔지만 가정교회 리더들이 고사했다. 생명을 구하는 기쁨에 중독(?)되어서 장로는 자기 소명이 아니란 거다.

“목사 입장에서는 좀 섭섭하죠. 그러나 성도들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집중하겠다는데 뭐 어쩝니까?”

작은 교회 갈릴리선교교회와 한천영 목사는 오늘도 행복하다. 죽은 영혼이 구원받는 기쁨의 잔치 속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