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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칼럼] 뺀질이와 반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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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Feb 13, 2017 11:50 A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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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 목사
김한요 목사(베델한인교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저도 귀밑에 내린 서리를 가리기 위해서 염색을 합니다. 옛날에는 별 의미 없던 “하나도 안 변했어요” 하는 인사들이 지금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지금도 제 마음은 패기만만한 ‘젊은 목사’인데, 새로 베델에 들어오시는 동역자들을 보면 제가 더이상 ‘젊은 목사’는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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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대외적인 모임에서 어떤 순서를 맡느냐에 따라 나이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성경봉독을 맡습니다. 조금 관록이 붙으면 기도 순서를 맡고, 전성기에는 설교를 부탁 받습니다. 은퇴 즈음에는 축사나 권면을 부탁 받고, 그러다가 축도 순서를 맡기 시작하면, 무덤이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저녁에 모교회 행사에 초대되어 ‘축사’를 하게 됩니다. 다행히 아직 축도는 아닙니다.

젊었을 때 내 방에 붙어 있던 포스터 중에는 용쟁호투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소룡이 있었고, ‘왜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났나?’ 파란 눈의 알랑드롱 포스터를 보며 비애에 잠긴 적도 있었습니다. 미국에 와서는 농구를 너무 좋아해서 필라델피아의 닥터 제이 그리고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 등 운동선수들의 포스터가 벽에 걸리곤 했습니다.

지금은 벽에 거는 것이 귀찮아 거라지에 액자들이 그냥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이 거실에 놓여있지만 지금의 현실과 거리감이 느껴져 일부러 들여다 보지 않습니다. 늘어가는 얼굴의 주름, 반면에 줄어가는 머리숱은 거울 보기가 무서우면서도 거울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합니다.

변화는 기정 사실입니다. 육신적인 나이도 막을 수 없지만, 신앙 안에서 거듭나 연륜이 쌓여가는 변화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의 변화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변화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은혜를 받으면 얼굴이 변한다고 합니다. 무서운 얼굴이 착한 얼굴이 됩니다. 긴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의 선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주름이 아니라 예술적인 선이 그려지는 것이지요.

은혜 받기 전에는 얼굴이 금강석 같이 반들반들합니다. 아니, 뺀질뺀질이 맞는 표현 같습니다. 그러나 은혜를 받으면 얼굴에서 빛이 납니다. 뺀질이가 반짝이가 되는 것입니다. 죄의 얼룩이 남겨져 있는 뺀질이의 주름을 펴주는 은혜의 보톡스가 회개의 눈물과 감사의 눈물입니다. 예배할 때 눈물이 있으면 죄를 씻는 은혜로 계속 반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말라버린 눈물과 길어진 얼굴에는 번들거리는 교만만 남습니다. 오늘도 말씀은 우리의 주름을 다림질합니다. 오늘은 비록 염색을 했지만 나중에는 반짝이는 은혜의 비췸을 받고 희어진 머리카락을 드러내며 씩씩하게 축도하러 가는 날도 있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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