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회의 정치참여를 금지하는 '존슨 수정헌법'을 폐기하겠다고 하자, 이것이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미국에서 존슨 수정헌법과 정교분리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즉, 존슨 수정헌법을 폐기한다 해서 정교분리를 위배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존슨 수정헌법은 린든 B. 존슨 전 미국 대통령(1963~1969)이 상원의원 시절인 1954년 발의해 제정된 것으로,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교회 등 비영리단체들의 정치 활동이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면세 혜택을 박탈한다.

많은 이들이 이 조항이 미국의 정교분리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교분리 위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처음 '정교분리'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때, 사실 이것은 교회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오히려 국가, 혹은 정치의 교회 개입을 막고자 함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1789년 미국 연방헌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정교분리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으나, 1791년 권리장전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을 수정하면서 그것을 명시했다. 연방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왜 이 같은 '정교분리'를 내세웠는지는, 그들의 역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청교도들은 영국의 핍박에서 벗어나 목숨을 걸고 신대륙, 곧 지금의 미국으로 향했고, 비로소 그곳에서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국가의 종교 탄압'이라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던 그들은 나라를 건국하며 법으로 이를 막고자 했던 것이다.

평택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인 강휘원 박사는 '미국의 정교분리 사상'이라는 논문에서 "건국 전후 미국 정치의 사상적 근원에는 종교적 동기가 매우 중요했고, 어느 정도의 신권 정치가 인정됐다"며 "(그러나) 그 후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세속과 종교의 분리가 관념화되었다"고 했다.

이어 강 박사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면서도 정교분리라는 명목으로 사회 내의 편향적 시각과 왜곡된 변화들을 초래하였던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며 "(교회가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의미의) 정교분리 원칙의 문자적 적용은 특히 양심의 자유와 종교적 평등 원칙과 같은 다른 헌법 원칙들과도 충돌한다. 적어도 세속의 양심을 종교의 압박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만큼 종교의 양심을 세속의 압박으로부터 지키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부나 사법부 같은 정부기관이 신앙인의 종교적 윤리관이나 종교 단체의 중요한 소명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 그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재건 박사(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과 관련,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교회의 정치·사회 참여 문제 대해선 "교회는 개인의 구원도 말해야 하지만 사회 정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구체적인 정교분리의 적용 방식에 있어서는 국가마다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독일에선 기독교민주연합 등 기독교 계열 정당이 나름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종교가 일정 부분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공립학교 무슬림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해 논란이 될 정도로 공적인 자리에서 일체의 종교적 활동을 배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헌법 제1조에서 프랑스를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불가분적 공화국'으로 규정한다. 이는 프랑스에서 역사적으로 세속 권력이 종교를 압도하고 통제했으며, 공화주의가 가톨릭 세력과 끊임없이 대립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