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오픈도어 선교회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오픈도어 선교회

미국의 이슬람 7개국에 대한 '반(反)이민 행정명령' 시행이 연일 논란이 되다 법원의 제동으로 현재 잠시 중단된 가운데, 이들 이슬람 7개국에서 일어나는 소수 기독교인에 대한 인권 탄압과 종교 박해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에서는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멘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을 90일간 중단했다. 또 난민 심사를 강화하고 난민의 미국 입국을 120일간 중단시켰다. 그러나 3일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가 워싱턴 주, 미네소타 주의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행정명령은 일주일 만에 미 전역에서 효력이 잠정 중단됐다.

미국 법무부는 곧바로 행정명령 효력의 원상회복을 긴급히 요청했으나 5일 새벽 항소법원에서 기각됐다.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은 법무부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트럼프 정부와 주 정부가 각자 주장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오픈도어선교회 자료 제공
오픈도어선교회 자료 제공

미국 반이민 행정명령 대상 7개국은 최상위 기독교 박해국가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잠재적 테러범의 입국 위험'을 이유로 일시적 입국 금지국가로 지목한 이슬람 7개국은 공교롭게 모두 심각한 기독교 박해국가로 지목돼 왔다. 박해교회를 돕는 오픈도어선교회가 매년 발표하는 기독교박해순위(WWL, 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2017년 박해순위에서 7개국은 모두 순위 11위 이내의 상위권 국가였다. 7개국의 박해정도는 소말리아(2위), 수단(5위), 시리아(6위), 이라크(7위), 이란(8위), 예멘(9위), 리비아(11위) 순으로 심했다.

최근 3년간 WWL 순위 변동을 살펴보면 이라크는 2015년부터 차례대로 3위→2위→7위, 시리아는 4위→5위→6위, 이란은 7위→9위→8위, 수단은 6위→8위→5위, 소말리아는 2위→7위→2위, 리비아는 13위→10위→11위, 예멘은 14위→11위→9위로 역시 상위권을 맴돌았다. WWL은 각국의 기독교인이 개인, 가족, 지역 사회, 국가, 교회 등 5가지 삶의 영역에서 경험하는 압박과 함께 폭력을 수치로 계산해 매년 50위까지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향한 테러 공격 위협 감소로 이어질까?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곧 미국 내부와 국제사회에서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가치를 훼손했다', '특정 종교와 인종 차별적 이민 정책이다', '자국인의 일자리, 복지를 위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다' 등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종교 박해를 피해 떠나온 중동 기독교 난민을 우선 받아들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도 반발을 샀다. 오히려 몇몇 중동 기독교인과 전문가는 이러한 행정명령이 중동 사회 안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적대감과 분열을 조장하고 갈등을 촉발해 중동 지역에서 더 많은 핍박을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민의 상당수가 이를 찬성한다는 CBS방송의 최근 여론조사도 있다. 성인 1천여 명 중 45%는 찬성, 51%는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특정 국가의 이슬람 테러리스트 침투 위협을 줄이고 일자리 문제, 종교와 인종 갈등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온 이들은 내심 반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예측 불허하고 무차별적 살해로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범들을 양산하고, 이들의 테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무슬림 이민 정책의 실패로 전역에 '테러 인프라'가 구축된 유럽의 전례를 타산지석 삼아 미국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이 기존 이민정책을 지속하는 데에 제동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테러 전문가는 "이슬람 테러 단체들이 이슬람 지역에서 주로 하던 근거리 테러를 이제 유럽, 미국 등에서 하는 원거리 테러 전략으로 바꾸면서, 전체 테러 수의 약 40%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원거리 테러가 용이하게 된 배경은 난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전역에 무슬림 난민 및 이민자 밀집지구에 잠입한 테러범들은 경찰의 추종을 완벽히 따돌리고 필요한 공격대상 정보 수집이나 테러 자원자 모집, 신분증, 숙소 마련이 매우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른바 무슬림 난민, 이민자 밀집지구를 거점으로 '테러 인프라'가 유럽 곳곳에 생겨나면서 유럽에서의 테러 준비기간도 짧아지고, 공격 빈도수도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테러 집단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종교전쟁'"이라며 "반무슬림, 반이슬람 정서를 촉발시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인종혐오주의적 탄압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전방위적 압박을 받는 평범한 무슬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지지자가 되길 바란다. 테러 집단들에게는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동 전문가도 "이번 반이민 행정명령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 번쯤은 필요했다고 보인다"며 "규제를 다 풀어 테러리스트들까지 들어와 사건이 터지고 복잡해지는 것보다 한 번쯤은 미리 제동을 걸어 점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을 끝까지 고수하거나 밀고 나가서는 안 되며 절충안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이번 행정명령 내용을 큰 틀에서 시행하면서 사례별로 선별해서 풀어가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계기로 오히려 미국 내에서 종교로서의 '이슬람'과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을 구분하고, '선량한 무슬림'과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구분해나가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중동 기독교인에 대한 위협 가중은 '글쎄'

한편, 이번 행정명령이 중동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분열과 갈등을 촉발시키고, 현지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가중시킨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오픈도어선교회의 기독교박해순위에서 보여지듯 이들 7개 국가에서의 기독교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상당한 핍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해국가의 교회, 성도들과 교제하고 협력해 온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는 "우리는 보다 나은 정치인들에 의해 기독교인들이 그 정책들로부터 보호와 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며 "그러나 디모데후서 3장 12절 말씀처럼, 그리스도인들이 핍박받는 것은 잘못된 이민정책의 희생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경건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과 서구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7개 이슬람 국가의 형제, 자매들이 예수님의 이름을 위해 고난을 감당할 만한 이들로 여겨주셨음에 기뻐하고, 그들이 계속 신실한 증인으로서 살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정치라는 시험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