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연방대법관 후보에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50) 콜로라도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법관 후보 21명을 정해 놓고 지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NYT)는 “고서치가 안토닌 스칼리아 전 대법관과 비슷한 보수적 이념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스칼리아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법관에 임명된 9명 중 유일한 흑인이자 가장 보수적인 클래런스 토머스(68) 대법관 다음으로 보수적인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지명자. ⓒ위키피디아
(Photo : )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지명자. ⓒ위키피디아

 

 

보수파인 고서치가 연방대법관에 지명됨에 따라 동성결혼, 낙태 등 진보적인 이슈들이 앞으로 어떻게 다뤄질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들의 법적 소송의 표적이 되는 등 종교 자유의 침해 논란까지 겪은 미국 교계는 보수적인 연방대법관의 임명 소식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처치리더스닷컴은 “복음주의자들은 아이비리그 출신의 준비된, 그리고 두 아들을 둔 성공회 신자인 고서치 판사를 추켜세우고 있다”면서 “그의 이력에 기초할 때,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보수적 발자취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에 반대해 온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 위원장도 이번 결정에는 박수를 보냈다. 그는 성명을 통해 “고서치 판사는 뛰어난 인물이며, 헌법적 원리주의의 수호자로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고서치는 동성결혼 이슈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웹사이트 헤비닷컴은 “고서치가 직접적으로 성소수자와 관련된 사건을 맡은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같은 이슈들에 대한 그의 견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2005년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서 딱 한 차례 이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진보주의자들이 동성결혼과 같은 이슈를 공직자 선거나 투표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법정으로 끌고 와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무엇보다 진보주의자들이 모든 잘못된 것들을 바꾸려 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들이 동성결혼 등의 이슈를 다룰 때, 대중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기보다 법원의 판결에 의지하려고 한다면 결국 정치적으로 위축돼서 더욱 고통 받을 수 있다”면서 “진보주의자들이 잘못된 열정을 갖고 동성결혼에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낙태, 조력자살, 안락사 등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서치는 2006년 출간한 저서 ‘조력자살과 안락사의 미래’에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가치를 지니며 타인이 인위적으로 인간의 존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안락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2013년에는 기독교 업체 하비로비 등이 직원들에게 피임 비용을 지원하는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 없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측 손을 들어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