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 기독교 선교사 피터 야섹(사진)이 수단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www.releaseinternational.org
체코 출신 기독교 선교사 피터 야섹(사진)이 수단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www.releaseinternational.org

아프리카 수단에서 체코 출신의 선교사가 '첩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31일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수단에서 의료 사역을 해 온 50대 중반의 피터 야섹(Petr Jašek)이 29일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알려왔다. 이는 수단 법에 따르면 최소 20년간 투옥되는 것을 의미한다.

피터 야섹은 2013년 다르푸르에서 시위 중 심각한 화상을 입은 한 학생을 도와준 일이 발단이 되어 첩자로 몰렸다. 2015년 한 국제컨퍼런스에서 화상 피해 학생의 어려움이 알려졌고, 그해 12월 피터가 학생에게 의료비 5천 달러를 건네주기 위해 하르툼에 갔다가 현지 공항에서 체포됐다. 당시 보안요원들은 피터의 가방 속에서 기부 영수증을 발견하고 현장에서 고발하고 그를 구금했다. 피터 야섹과 함께 기소당한 두 명의 목회자도 수단 남부 코르도판과 다르푸르에서 반군운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다.

하르툼 법원은 피터의 노트북에서 한 외국인이 누바 산맥에서 온 민간인들과 대화하는 내용이 기록된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수단 검찰은 이 비디오가 '피터와 두 명의 목회자가 기독교인에 대한 핍박과 수단에 적대적인 무리들에 대한 집단 학살 정보를 얻고, 수단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반역죄를 범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피터 야섹이 군사 시설 사진을 찍고 수단에 무비자로 들어갔다고 기소했으며, 허가 없이 기독교 선교 활동을 한 죄목으로 10만 수단 파운드(1,7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내렸다. 또 3명의 피고인이 '정부 권위를 약화시키는 소문 퍼뜨리고 증오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즉각 항소할 계획이며, 유럽연합의회도 수감자들의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특히 체코 외무부는 판결을 반박하며 개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야섹은 10년간 병원 관리자로 일하는 등 20년간 의료 분야에 종사했으며, 보코하람에 공격당한 기독교인을 비롯하여 수단과 나이지리아의 핍박 받는 기독교인들을 치료하고 섬기는 사역을 해왔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회장 폴리 현숙 박사는 "우리는 이번 판결에 충격을 받았다"며 "선교사들이 첩자 활동을 했다고 몰아서 형을 선고한 것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향한 수단 정부의 적대감이 커지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선고의 가혹함이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수단 정부는 이미 교회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순교자의 소리는 기독교인들과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해 달라고 수단에 요청하며, 범죄라고는 오직 긍휼을 베푼 것밖에 없는 사람들의 석방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르툼의 대부분 교회는 현재 철거될 위협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르툼의 다른 소송에서 판사는 4개 교회에 대한 철거 명령은 교회가 선정한 변호사가 아닌 수단 당국에 의해 대변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또 다른 21개 교회도 철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피터와 다른 사람들이 믿음을 잃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위로와 힘을 주시고 △세 명의 남자를 변호하는 법률팀에게 하나님의 지혜가 임하고, 항소가 신속히 표명되고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또 △철거명령을 받은 수단의 25개 교회가 사역을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단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 제한하는 행정명령의 대상국 가운데 하나다.

순교자의 소리는 기독교 신앙 때문에 공산정권 아래서 13년 이상 수감생활을 한 루마니아의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가 1967년 설립한 국제선교단체다. 오늘날 20여 개 국가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순교자의 소리 단체는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핍박 받는 기독교인과 협력하며 웜브란트 목사의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2003년 에릭 폴리 목사와 현숙 폴리 박사가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