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인간관계

윌리엄 베커스, 켄다스 베커스 | 전요섭, 노철우 역 | CLC | 264쪽

한국 나이로 5살이 되면 유치원에 들어가고, 8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학교에 입학한다. 20년 동안 열심히 무엇을 배운다. 무엇을 배운 것일까? 물론 수많은 지식들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잘 하건 못 하건 간에 분명히 배우는 것은 '이기는 법', '이기적이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 법만을 배우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교회 강단 또한 '승리하는 믿음', '극복하는 믿음', '이루어질 줄 믿는 믿음'이 설교의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교회 안이나 교회 밖이나, 그리스도인이나 비그리스도인이나 전혀 차이가 없다. 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걸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대 어디서도 '함께 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뒤틀린 인간관계

예쁜 외모, 세련된 옷, 비싼 가방과 시계, 스마트한 외모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상담실에서 아이섀도우의 검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가끔씩 목격한다. 전혀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여 검은 눈물을 흘리는 이유들은 다양하지만, 부모로부터의 억압, 남편, 이성친구, 고부간의 갈등, 충격적인 사건 등으로 크게 압축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행운아들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망가지기 전에 빨리 병원(상담소)을 찾은 것이다. 반면 우울증까지 이르게 된 사람은 외모도 머리도 그렇게 세련되지 못하다. 분명 그들도 과거에는 스마트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병이 몸과 정신을 황폐케 만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성공할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마음의 병도 무시하거나 방치할 것이 아니라 감기 정도의 수준일 때 빨리 상담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분명 감기는 방치하면 만병의 근원이다).

그러나 본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 아니라, 친구가 없어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 다른 사람을 만족시켜야 마음이 편한 사람, 질투 혹은 시기심으로 힘든 사람, 다른 사람을 통제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몰라 사람들이 자기를 떠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다.

신념

저자는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는 출발점을 '잘못된 신념'에서 찾는다. 친구가 없어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적극적이지 못하고, '자신은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둘째로, 다른 사람을 만족시켜야 마음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지 못할 때 자신은 버림받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셋째 질투와 시기심으로 힘든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뛰어나지 못하면 버려질 것이라'는 신념,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으므로 자신이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인해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신념이 주는 가장 큰 피해는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외부적 환경에 기인한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이 바뀌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관찰일지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관계의 고통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찰일지'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관찰일지란,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정서를 자신과 분리시켜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나 정서들이 왜 일어났는지, 언제 일어났는지, 그러한 신념을 가지게 된 최초의 원인이나 사건이 무엇이고, 언제인지 등을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면서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기독교 상담의 뿌리

본서의 원제는 '뒤틀린 관계를 풀기'이다. 그러나 번역된 본서의 제목은 '성경적 인간관계 세우기'이다. 본서의 제목을 이렇게 표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필자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번역된 제목과 내용이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저자 윌리엄 베커스는 미국의 기독교 상담학자이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윌리엄은 기독교적 상담 기법, 정확하게 말해 심리적 문제들을 기독교 교리에 입각하여 풀어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대상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 해결을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방법으로 대치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식(신념)적 차원에 국한하여 조심하고 신중하게 취해야 할 방법이다. 심리적이고 현실적인 상처들을 무분별하게 예수님으로 대치시키고자 할 경우, 종교로의 회피와 도피, 잘못된 자기합리화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유념하면서 취해야 할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본서가 처음 출판된 것이 1988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일반 심리 상담과 성경적 상담을 접목해 기독교 상담이라는 것을 정립하려는 초기 기독교 상담서로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문제나 상처의 해결 또는 치유를 위해 바로 믿음으로 비약하지 않고 문제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신과 '분리'시켜 '관찰'하도록 하며, 지속적으로 그 문제의 생각이나 정서를 '직면'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 것은 그 시대에 중요한 역할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신념(인식)을 다루는 부분은 용어의 차이를 빼고는 '신사도주의'의 '생각'을 대적하는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결론

본서는 관계의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시중에 '인지심리학'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인식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본서의 장점은 실제 우리가 품고 있는 '신념'들을 묘사하고, 또 그 신념들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